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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정밀점검, 어떻게 했길래…6일 뒤 무궁화호 탈선했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11월 6일 저녁 영등포역에서 발생한 탈선사고 현장.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6일 저녁 영등포역에서 발생한 탈선사고 현장.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서울 영등포역 구내에서 발생한 무궁화호 열차 탈선사고는 문제가 된 분기기가 애초 구조적으로 취약했던데다 선로유지보수도 부실해 발생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선로유지보수는 코레일이 맡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이하 항철위)는 1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무궁화호 열차 궤도 이탈사고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사고는 지난해 11월 6일 오후 8시 52분께 경부선 영등포역 구내에서 발생했다.

 모두 7량으로 275명이 탑승한 무궁화호 열차가 사고 분기기를 시속 67㎞ 속도로 통과하던 중 기관차 뒤에 연결돼있던 6량이 선로 왼쪽으로 탈선하면서 각기 다른 선로에 멈춰섰다. 이 사고로 승객 80명이 다쳤고, 178개 열차의 운행에 지장이 생겼다. 피해액도 22억원에 달했다.

 항철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사고의 직접 원인은 분기기의 텅레일이 부식 피로 탓에 앞서 다른 열차가 지나갈 때 이미 부러졌기 때문이다. 텅레일은 분기기에서 앞부분을 구성하는 부분으로 텅레일이 어느 선로로 이동해 붙느냐에 따라서 진행방향이 바뀐다.

파손된 영등포역의 분기기 텅레일. 연합뉴스

파손된 영등포역의 분기기 텅레일. 연합뉴스

 이런 역할을 하는 텅레일이 계속되는 열차 운행 탓에 반복응력을 받아 피로와 부식이 동시에 일어나면서 결국 부러졌다는 얘기다. 원인을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우선 사고 분기기의 전체 길이가 짧고, 텅레일의 단면적도 일반 레일보다 작아 피로에 취약한 구조였다고 한다.

 또 다른 구간에 비해 열차 운행 횟수와 통과 톤수가 많아 레일 표면에 결함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구간은 하루에 열차운행 횟수가 174회로 일반철도 구간 중 최대인 데다 통과 톤수는 경부선 금천구청~안양역 구간의 3배에 달한다.

 여기까지는 애초 레일 구축 과정과 관련한 구조적인 문제로 철도 건설을 담당하는 국가철도공단의 소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선로 유지보수를 맡고 있는 코레일의 책임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발생 열차의 사고지점 통과 전 전방 CCTV 영상에 이미 텅레일이 깨져있는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사고발생 열차의 사고지점 통과 전 전방 CCTV 영상에 이미 텅레일이 깨져있는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우선 사고 발생 약 6개월 전부터 텅레일의 표면결함이 여러 차례 발견됐지만, 레일 연마나 교체 등의 정비가 이뤄지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또 사고 발생 6일 전 분기기에 대한 정밀점검을 했음에도 별다른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선로 유지보수가 부실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에 따라 항철위는 코레일에 분기기에 대한 점검결과 레일 표면결함이 발견되는 경우 분석과 관리를 철저히 하고, 레일 연마나 교체 등의 정비방안을 수립해 시행하라는 등의 5가지를 권고했다.

 현재는 레일 표면결함에 대한 구체적인 정비·관리기준이 없다. 또 국가철도공단에는 선로유지지침 개정과 함께 분기기의 취약 구조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항철위의 김수정 사무국장은 “관계기관에 조사보고서를 바로 보내 안전권고 이행계획과 결과를 제출토록 하고, 지속적인 점검 등을 통해 유사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도 조사보고서와 관련 수사결과 등을 바탕으로 코레일에 과징금 부과 여부 등을 검토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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