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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폰 너머 홈…빅테크도 뛰어든 이곳, 다시 플랫폼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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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프리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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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홈 시장이 빅테크 기업들의 경쟁 무대가 되고 있다. ‘나 홀로 똑똑’했던 가정용 기기들이 서로 더 끈끈하게 연결된 데다 생성 인공지능(AI) 기술까지 접목되면서 스마트홈 시장에도 활기가 돈다. 국내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도 지원에 나섰다.

무슨 일이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9일 개최된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지능형 홈(AI@Home) 구축ㆍ확산 방안’을 발표했다. 스마트홈 글로벌 표준인 ‘매터’(Matter)를 적용해 민간에서 실증 사례를 만들도록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우선 내년까지 국내 신축 아파트 단지 일부에선 가전ㆍ조명ㆍ시건장치ㆍ환풍기ㆍ냉난방을 상호 연결하고, 휴대전화 등으로 제어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삼성, LG, LH, 현대건설 등 각 분야 주요 기업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이후에는 생성 AI, 가정용 로봇 등을 활용한 실증을 추진한다. 현재는 외출시 알람, 조명, 가전 작동 여부를 일일이 설정해아 하지만 스마트홈에서는 ‘내일 오전 8시에 외출할 예정’이라는 정보만 입력하면 시간에 맞춰 의류 관리기가 작동하고 커피머신이 커피를 준비된다. 정부는 스마트홈 기업 간 협업을 위해 국내 건설ㆍ가전ㆍ기기제조ㆍAI 기업이 참여하는 ‘지능형 홈 얼라이언스’도 연내 출범한다고 밝혔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 경제장관회의 겸 수출 투자대책 회의에 참석해 지능형 스마트홈 구축 확산 방안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 경제장관회의 겸 수출 투자대책 회의에 참석해 지능형 스마트홈 구축 확산 방안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게 왜 중요해

주춤했던 스마트홈 시장이 다시 주목 받는 데는 지난해 말 등장한 글로벌 표준 매터 영향이 크다. 기존 제품들은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등이 제각각이라 기기 간 호환성이 떨어졌다. 국내 아파트 같은 공동 주택엔 대부분 ‘월패드’(가정의 주방 또는 거실 벽면에 부착된 집 관리용 단말)가 있는데도 이런 장점을 활용하지 못한 것. 가령 냉장고는 삼성, 세탁기는 LG, 로봇청소기는 샤오미 기기인 경우 각 제조사별 앱을 써야 원격 제어를 할 수 있었다. 건축 회사에 따라서도 표준이 달라 월패드와 가전도 연결되지 못했다.

그러나 매터의 등장으로 여러 제조사의 기기를 통합 제어할 수 있게 됐다. 김국현 과기정통부 디지털기반안전과장은 “그동안 스마트홈 사업자들이 자사 위주의 생태계 육성을 노리느라 시장이 파편화돼 있던 탓에 진정한 스마트홈을 구현하기 어려웠다”며 “앞으로는 소비자의 체감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올해 빠르게 확산된 생성AI 기술까지 접목되면서 사용자와 스마트홈 기기 간 소통도 개선되는 중. 업계에 따르면, 아마존이나 구글, 알리바바 등은 이미 수년 전부터 새로운 생성 AI 기반 스마트홈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LG전자가 아닌 타사 제품을 앱에 등록해 냉장고 온도를 확인할 수 있는 'HCA 무드업'. 사진 LG전자

LG전자가 아닌 타사 제품을 앱에 등록해 냉장고 온도를 확인할 수 있는 'HCA 무드업'. 사진 LG전자

시장 경쟁이 어떻기에?

◦ 아마존·애플 다 뛰어든 이곳 :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의 강자는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음성인식 비서인 ‘알렉사’를 앞세워 스마트홈 시장에서 일찌감치 뛰어들었다. 무선 보안카메라 회사인 ‘블링크’(2017년), 로봇 청소기 회사 ‘아이로봇’(2022년) 등을 인수합병하며 꾸준히 입지를 확보했다. AI 스피커와 가전, 로봇까지 연결하는 스마트홈의 사업 확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애플도 올해 초 2세대 스마트 스피커 ‘홈팟’을 공개하며 스마트홈 라인업을 늘리는 중. ‘넥스트 스마트폰’ 중 하나로 '홈'을 주목한 것이다. 스마트홈 관리에 특화된 디스플레이 제품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스태티스타는 스마트홈 시장 규모가 2022년 1176억 달러에서 매년 12.47%씩 성장해 2027년에 2229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파트 월패드. 중앙포토

아파트 월패드. 중앙포토


◦ 결국은 플랫폼 싸움: 애플과 구글이 운영체제(OS)를 통해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했듯 스마트홈 시장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매터를 중심으로 솔루션이 재편된다면, 이 기기들을 한번에 컨트롤 할 수 있는 플랫폼은 누가 될 것인지에 관심이 모인다. 디바이스 경쟁 보다는 플랫폼 경쟁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현재는 아마존, 구글이 플랫폼에서도 앞서 가는 중이다. 아마존은 커머스로, 구글이나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을 점령한 OS를 무기로 생태계 확장을 노린다. 김학용 사물인터넷(IoT)전략연구소장은 “지금 스마트홈 시장에서 제조사와 서비스 제공사들이 격전을 벌이고 있지만 결국은 사용자가 플랫폼으로 어떤 서비스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라며 “플랫폼 경쟁력은 결국 기존의 서비스 생태계가 얼마나 잘 구성돼 있는지와 직결된다”고 말했다.

◦ 삼성, LG도 플랫폼 확장: 스마트홈 가전을 만드는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스마트홈 플랫폼 확장을 위해 노력 중. 삼성전자는 스마트홈 플랫폼으로 '스마트싱스'를, LG전자는 'LG 씽큐'를 서비스 중이다. LG전자는 올해 1월 열린 CES2023에서 LG 씽큐 앱에 타사 가전을 등록해 제어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LG전자 가전도 타사에 연동될 수 있도록 개방했다. 삼성도 스마트싱스에 쿠첸 밥솥 등을 연동하고 있다. 국내 중소 업체들은 매터 인증을 통해 대기업이 구축한 플랫폼에서 타사 제품들과 연동될 수 있다는 기대가 큰 분위기다. 익명을 요청한 중소 스마트홈 업체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 대기업 제품과의 연동이 활발해지면 플랫폼을 따로 구축할 필요 없이 그들이 구축한 플랫폼과 연동할 수 있어 중소 업체들에도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