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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다니엘도 졌다…'울갤' 이어 '살인예고' 넘쳐난 문제의 '디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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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경찰 신상공개위원회는 7일 분당 서현역 차량 돌진과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22세 최원종의 신상을 공개했다. 오른쪽 사진은 지난 3일 검거 당시 최씨 모습.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경찰 신상공개위원회는 7일 분당 서현역 차량 돌진과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22세 최원종의 신상을 공개했다. 오른쪽 사진은 지난 3일 검거 당시 최씨 모습.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디시인사이드(디시)’ 등 온라인 커뮤니티가 신림역‧서현역 흉기살상 사건 이후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경찰의 대대적 단속에도 디시 등에 살인예고 글이 쇄도하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익명으로 살인예고 글을 올릴 수 있는 온라인커뮤니티 자체를 폐쇄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만들 때가 됐다”(김태훈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회장)며 폐쇄론을 주장하는 이들도 등장했다.

‘서현역 무차별 차량·흉기난동’의 피의자 최원종(22)은 디시를 통해 사실상 범행을 예고했다. 지난달 29일 흉기를 든 사진과 함께 “밖에 나갈 때 30cm 사시미칼 들고 다니는 23살 고졸 배달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데 이어, “살 날이 얼마 안 남았다. 곧 이(異) 세계로 간다” 등의 글을 썼다. 지난달 21일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전국 각지에서 살인을 예고하는 글도 디시를 중심으로 이어졌다.

4월 불거진 ‘우울증갤러리(울갤)’ 사건 역시 디시를 중심으로 벌어진 일이다. 울갤은 당초 젊은 세대가 모여 우울증을 극복하자는 취지에서 개설됐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미성년자의 자살 방조, 성 착취, 약물 오남용으로 이끄는 창구로 악용된 것으로 지목돼 경찰 수사로까지 이어졌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일 울갤을 통해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신대방팸’ 멤버 4명을 기소했다.

지난 24일 10대 여성에게 성적 목적을 드러낸 한 울갤 이용자의 글. 사진 우울증갤러리 캡처

지난 24일 10대 여성에게 성적 목적을 드러낸 한 울갤 이용자의 글. 사진 우울증갤러리 캡처

살해 협박으로 25일 20대 남성이 긴급 체포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는 지금도 비슷한 살해 협박글들이 게재되어 있다. 디시인사이드 캡처

살해 협박으로 25일 20대 남성이 긴급 체포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는 지금도 비슷한 살해 협박글들이 게재되어 있다. 디시인사이드 캡처

디시는 과거에도 폐쇄론이 대두된 적이 있다. 회원 가입 없이도 글을 쓸 수 있도록 익명성을 강력히 보장하는 탓에 반사회적 게시글, 마약류‧음란물 유통 등이 여러 차례 논란이 됐다. 디시 측이 자체적으로 ‘키즈모델 마이너갤러리’(2017년) ‘아동복 마이너 갤러리’(2020년) 등 일부 하위 게시판을 폐쇄한 적도 있다. 아동 성착취물 게재 논란이 일었던 곳들이다. 정치권에서는 2014년 “상상할 수 없는 억측과 호남 비하 발언을 남발하는 디시와 일베를 폐쇄해야 한다”(김영록 당시 민주당 의원)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실제 폐쇄는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 논란으로 이어져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서울중앙지법은 2021년 10월, 가수 강다니엘이 “사생활 침해, 명예훼손 게시물이 수천개씩 게재·방치돼 있다”며 제기한 디시 ‘프로듀스 101 갤러리’ 폐쇄 요구 소송에서 “인터넷 게시공간에 게재되는 표현물들에 대한 지나친 간섭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할 수 있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국회에서도 커뮤니티 폐쇄 조항이 담긴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모두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2건은 임기가 만료돼 폐지됐고,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2건은 한 차례 소관위 회의만 했을 뿐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시민단체 오픈넷의 손지원 변호사는 “온라인 커뮤니티라는 공론장을 폐쇄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과잉 조치”라며 “폐쇄론은 보이는 것부터 덮겠다는 근시안적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디시 측도 “일부 이용자들의 일탈 때문에 갤러리를 폐쇄해야 한다는 건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며 “문제되는 글들을 적극 삭제하고 경찰 수사에도 협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대안으로 제시하는 ‘인터넷 실명제’ 역시 헌법재판소가 2012년 8월 만장일치 위헌 판단을 내려 도입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커뮤니티 운영자에게 사회적 책임을 묻는 형태의 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8월부터 차별·테러·학대 등과 관련한 콘텐트 유포를 신속히 막지 못하면 글로벌 매출의 최대 6%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담긴 ‘디지털서비스법’을 시행하는데, 이같은 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익을 내는 만큼 사업자가 불법 게시글을 막을 수 있도록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상희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AI 기술을 통해 사람의 단속 속도보다 빠르게 문제되는 게시글을 차단할 수 있다”며 “기술을 통한 제재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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