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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국제유가 급등 ‘데자뷔’… 유류세 인하 연장 고심하는 기재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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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주유소. 뉴스1

7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주유소. 뉴스1

주유소 기름에 붙는 유류세를 계속 깎아줄지 여부를 두고 정부가 고심에 빠졌다. 최근 국제유가가 들썩이면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4월 말 연장한 유류세 인하 조치를 다시 연장할지 검토 중이다. 이달 말로 돌아온 일몰을 앞두고서다. 유류세 인하 연장 여부를 결정짓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세수(국세 수입)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올해 들어 6월까지 세수는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39조7000억원 줄었다. 유류세 인하 조치를 종료해 세수를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에 힘을 실어준다. 다만 세수 부족이 올해 들어 계속됐기 때문에 상수(常數)에 가깝다.

반면 남은 결정 요인인 국제유가가 변수(變數)로 떠올랐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가 7일 기준 배럴당 87.7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6월 1일 배럴당 71.6달러를 기록해 ‘저점’을 찍은 뒤 줄곧 상승세다.

치솟는 유가에 국내 주유소 기름값도 불이 붙었다. 7일 기준 전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1687.8원을 기록했다. 한 달 전보다 L당 100원가량 올랐다. 유류세 인하분이 휘발유 기준 L당 200원가량이고, (유류세 인하 종료 시) 국제유가가 2~3주 시차를 두고 주유소 기름값에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내달 초엔 휘발윳값이 L당 1800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

기재부는 지난 4월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할 당시 ①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되 인하 폭 조정 ②유류세 환원(인하 종료) ③유류세 인하 그대로 연장 안을 두고 검토했다. 세수 부족 문제를 다소 해소하며 물가 부담도 덜 수 있는 ①안을 가장 유력하게 추진했다. 하지만 주요 산유국이 갑작스레 석유 감산을 결정하며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막판 당정 협의 과정에서 ③안으로 선회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국제유가 상황판만 놓고 보면 현시점은 넉 달 전과 겹친다. 국제유가는 연초 이후 다소 떨어졌다가 4월 무렵 급등했고, 다시 하락하다 최근 들어 상승세다. 공교롭게도 ‘M’자형 곡선의 꼭짓점에 다다랐을 때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을 결정하는 셈이다. 다만 당시와 달라진 건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2%대를 기록하며 넉 달 전 결정 시 참고한 3월 물가 상승률(4.2%)보다 안정세로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유류세 인하를 예정대로 종료할 경우 물가를 자극할 뿐 아니라 지난해 법인세·종합부동산세를 대폭 내린 데 따른 세수 부족을 서민 증세로 막는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기름값은 물가의 ‘바로미터’로 여길 만큼 소비자가 민감하게 여긴다”며 “국제유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유류세마저 환원할 경우 가까스로 틀어막은 물가가 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2021년 11월부터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를 시행 중이다. 지난해 4월까지 20%를 깎아줬고, 물가 부담이 커지자 같은 해 7월엔 인하 폭을 37%로 확대했다. 같은 해 12월엔 휘발유 인하율을 다시 25%로 축소했지만, 경유 인하율은 37%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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