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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쉬운 기술로 더욱 자유롭게, 키오스크가 출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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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황종성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원장

황종성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원장

100여 년 전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뉴욕 항구로 들어오는 이민자들이 맨 처음 보게 되는 것은 ‘자유의 여신상’이었다. 미국 독립 100주년을 축하하며 프랑스에서 기획된 ‘자유의 여신상’은 미국과 프랑스 두 나라 국민의 성금으로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이 두 나라를 넘어 자유, 민주주의, 인권을 향한 인류의 열망을 나타내는 상징이 되었다.

작년과 올해 윤석열 대통령이 새로운 디지털 질서의 필요성을 역설한 곳도 미국과 프랑스였다. 작년 9월 미국 뉴욕대에서 디지털 전환시대에 자유, 연대 그리고 인권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키려면 새로운 디지털 질서가 필요하다는 뉴욕 구상을 발표하였다. 올 6월에는 프랑스 소르본대에서 글로벌 디지털 규범 정립을 위한 국제기구 설치를 제안하기도 했다. ‘뉴욕 구상’과 ‘파리 제안’ 모두 골자는 디지털 기술이 인류의 자유를 확장하는 데 기여하도록 노력하자는 것이다.

100여 년의 시차를 둔 ‘자유의 여신상’과 디지털 신질서 구상은 역사의 대전환기에 자유의 의미를 새로이 정립하고자 하는 공통점을 갖는다. 하지만 그 지향점은 약간 다르다. ‘자유의 여신상’에서의 자유는 구속과 속박으로부터의 자유, 즉 영어로 ‘리버티’(liberty)를 의미한다. 이에 비해 디지털 신질서가 지향하는 자유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할 수 있는 적극적인 자유, 즉 ‘프리덤’(freedom)에 가깝다. 디지털 기술은 속성상 이용이 서툰 사람에게는 종종 부자유의 굴레를 씌우지만, 잘 이용하는 사람에게는 무한한 자유를 주기 때문이다.

최근 문제가 되는 키오스크가 대표적이다. 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1주 1회 이상 키오스크 이용 비율이 20대는 78%에 달했다. 반면 60대 이상은 36%에 불과했다. 키오스크 이용 이유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키오스크로만 주문이 가능해서’(63%)였다. 키오스크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면 디지털 사회에서 배제되는 시대가 되고 있다. 디지털 취약계층의 디지털 프리덤을 제고하려면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어려운 교육으로 디지털 약자를 괴롭히기보다 기술이 쉬워져 누구나 쉽게 쓸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디지털 심화 시대 디지털 자유를 보장하는 새로운 공식이다.

정부는 최근 키오스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쓰기 쉬운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보편적 디자인 기준을 개발하여 키오스크 업체들에 제공하는 ‘키오스크 UI 플랫폼 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누구나 쓰기 쉬운 키오스크는 디지털 리버티를 넘어 디지털 프리덤을 확대하는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황종성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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