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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정신질환자, 법원이 입원 결정…사법입원 도입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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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분당 차량 돌진 및 흉기 난동 사건’의 피의자 최모씨.

‘분당 차량 돌진 및 흉기 난동 사건’의 피의자 최모씨.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 피의자 최모(22)씨는 2015년부터 대인기피 증세로 정신과 진료를 받기 시작했고, 2020년에는 조현성 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았지만 그해 치료를 중단했다. 고교 자퇴 후에는 외출을 거의 하지 않다가 이번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최씨는 3년간 치료를 받지 않아 질환이 악화했을 가능성이 크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조현성 인격장애가 피해 망상이나 환청 등으로 악화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에 조현병, 재발성 우울증 등 중증 정신질환 환자는 50만 명 정도다. 이 중 약 7만7000명이 정신의료기관과 정신요양시설에서 입원 치료와 정신요양 서비스를 받고 있다. 최씨처럼 지역사회에는 약 42만 명이 생활한다. 백종우 교수는 “중증 정신질환 환자 중 응급 증세가 나타나면 가족이나 이웃이 신고하는데, 이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경찰이나 소방이 자해·타해 우려가 큰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게 돼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민원·소송 등을 우려해 실제 자해나 타해가 발생한 경우만 이송한다”고 말했다. 김영희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정책위원장은 “환자가 병원에 가길 원하지 않는데 가족이 ‘가야 한다’고 재촉하면 본인을 가두려 한다고 여기고 공격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가족이 강제로 병원에 데려가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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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지난 4일 중증 정신질환자가 입원을 거부해도 사법기관의 판단에 따라 입원시킬 수 있는 사법입원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중증 정신질환자 본인이 입원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 보호자 2명과 서로 다른 병원의 전문의 2명이 동의해야 강제로 입원시킬 수 있다. 지자체장이 결정권을 가진 ‘행정입원’ 제도도 있긴 하지만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백 교수는 “행정입원은 가족이 없거나 노숙인일 때 정도만 이뤄지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인프라도 문제다. 국내 중증 정신질환자는 증가 추세지만 턱없이 낮은 진료 수가와 정신과 의사 이탈 등으로 병실은 줄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의 폐쇄 병동의 병상은 2017년 1416개에서 올해 3월 275개로 급감했다. 정신병원 전체 병상도 2017년 6만7000여 개에서 올해 5만3000여 개로 줄었다. 이러다 보니 정신 응급환자가 입원을 못 하는 ‘뺑뺑이’ 현상이 벌어진다. 경찰이 150통 전화를 돌려도 병실을 못 찾았고, 이후 환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도 있다. 또한 지난해 기준 정신 재활시설은 349곳, 이용자는 6432명에 불과하다. 중증 정신질환자가 퇴원 1개월 이내에 외래 진료실을 재방문하는 비율은 71.9%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급성 정신질환 환자 의료 서비스를 강화하고 퇴원 후 외래치료와 체계적인 재활이 이뤄져야 중증환자가 사회에 적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신질환의 기미가 보이면 어릴 때부터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사회적 분위기가 중요하다. 전준희 정신건강복지센터 협회장은 “이상 행동을 보일 경우 어릴 때부터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지금도 초·중·고등학교에 정서·행동 검사라는 게 있다. 1차를 학교에서 하고 2차는 정신건강복지센터에 가서 받는데 이 검사를 안 받는 부모가 아주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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