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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전남 앞바다 펄펄 끓는다…'양식장 떼죽음' 116억원 악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남 사천시 서포면 한 해상 가두리 양식장. 고수온 피해에 대비해 산소공급기로 양식 어장에 산소를 주입하고 있다. [사진 경남도]

경남 사천시 서포면 한 해상 가두리 양식장. 고수온 피해에 대비해 산소공급기로 양식 어장에 산소를 주입하고 있다. [사진 경남도]

고수온 주의보가 내려진 지난달 31일 경남 사천시 서포면의 한 해상 가두리 양식장. 뙤약볕 아래 1.9ha 크기 양식장 해수면에서 ‘뽀글뽀글’ 기포가 올라오고 있었다. 옆에선 산소공급기 여러 대가 쉼 없이 돌아갔다. 요즘 같은 폭염에는 양식장도 비상이다. 수온이 오르면 바닷물 속 용존산소량이 떨어져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한 물고기가 대량 폐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양식장엔 감성돔 14만 마리, 숭어 20만 마리가 자라고 있다.

고수온 주의보는 수온이 28도에 이르면 발령된다. 감성돔 등 돔류와 숭어는 생육 적정 수온이 20~28도로 상대적으로 다른 양식어종에 비해선 높은 편이다. 하지만 열에 강한 돔류도 30도를 웃도는 고수온엔 속수무책이다. 서포면 양식장 직원들은 지자체에서 지원받은 면역증강제를 사료에 섞어 물고기들에게 먹이고 있었다. 다른 양식장에선 일조량을 줄이려 대형 검은색 차광막으로 아예 해수면 위를 덮기도 했다.

경남 사천시 서포면 한 해상 가두리 양식장. 고수온 피해에 대비, 양식 어장에 산소를 공급할 170L짜리 액화산소통이 쌓여 있다. [사진 경남도]

경남 사천시 서포면 한 해상 가두리 양식장. 고수온 피해에 대비, 양식 어장에 산소를 공급할 170L짜리 액화산소통이 쌓여 있다. [사진 경남도]

들끓는 부산~전남 앞바다

2일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최근 고수온 특보가 부산 가덕도~경남 전역~전남 장흥에 걸친 남해 중부 연안으로 확대됐다. 경남 진해만, 전남 득량만, 전남 여자만 등 3개 내만은 28도 이상 수온이 3일 연속 계속돼 고수온 경보로 격상됐다. 지난달 31일 기준, 경보 구간 주요 해역 수온은 27.3~28.8도다. 나머지 한 단계 낮은 고수온 주의보 해역도 언제 경보로 상향될지 모른다. 해역별 편차는 있지만 수온이 26.4~28.8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경남 남해안 해역은 장마철(7월 7일~7월 28일) 이전까지만 해도, 수온이 19도~22도를 유지했다. 하지만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지속하면서 수온이 급격히 오르고 있다.

한인성 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장은 “올해 장마가 길어 고수온 시작 시점이 전년도보다 3주 정도 늦었지만, 동해와 달리 수심이 낮은 남해와 서해를 중심으로 수온이 굉장히 빠르게 오르고 있다”며 “게다가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머무르면서 열돔 현상으로 해역을 더 달구고 있는데, 6호 태풍도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 쪽으로 갈 것 같아 고수온 현상은 점차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 과장은 이어 “이처럼 기후가 안정된 상황에선 바닷물의 표층과 저층 간 순환도 이뤄지지 않아 수온이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현재로썬 수온이 높아져 경보 구역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일 오전 경남 통영시 산양읍 연화리 중화마을 앞 해상 가두리 양식장에 햇빛을 차단한 검은색 차광막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2일 오전 경남 통영시 산양읍 연화리 중화마을 앞 해상 가두리 양식장에 햇빛을 차단한 검은색 차광막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양식어류 절반이 우럭…고수온 취약해

일반적으로 수온 1도 상승은 육상에서 기온 5도 이상 변화에 버금갈 정도로 해양 생물에게 치명적이다. 이 때문에 매년 7월~9월은 해상 가두리 양식장 어민들에게 가장 큰 고비다. 특히 경남 앞바다에서 해상 가두리 양식장을 운영하는 어민들 걱정이 크다. 경남 6개 시군(통영·사천·거제·고성·남해·하동) 해상 가두리 양식장(402ha)에서 키우는 어종의 50% 이상이 조피볼락(우럭)이어서다. 우럭은 적정 수온이 12~21도로, 고수온에 특히 취약하다.

통영 욕지도에서 가두리 양식장(0.4ha)을 하며 우럭 15만 마리를 키우는 한모(60대)씨는 “그늘이라도 있어야 우럭이 사니 차광막도 설치하고 영양제도 같이 먹이고 있다. 안 그럼 다 죽는다”고 토로했다. 이날 오후 2시쯤 욕지도 수온(가까운 연화도 관측 기준)은 27.9도를 기록했다. 최근 일주일 간은 하루 최고 수온이 26도~28.7도였을 정도로 뜨거웠다. 지난해 여름철엔 28도를 넘긴 적이 없었다.

지난해 경남에 고수온 피해는 없었지만, 2021년에는 통영과 거제·고성·남해·하동의 213개 양식장에서 어류 1042만 마리 등이 폐사했다. 피해액이 116억5900만원에 달해 ‘양식장 떼죽음’ 중에서도 최악의 해로 기록될 정도다. 그에 앞서 2018·2019년에도 대량 폐사가 발생해 각각 7억4600만원, 91억300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를 봤다. 아직 남해안 일대에 고수온에 의한 직접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수온이 갈수록 높아져 벌써 비상인 이유다.

2018년 전남 함평군 해상 양식장에 고수온으로 집단 폐사한 것으로 추정된 돌돔의 사체가 물 위를 가득 덮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전남 함평군 해상 양식장에 고수온으로 집단 폐사한 것으로 추정된 돌돔의 사체가 물 위를 가득 덮고 있다. 연합뉴스

“피해 최소화”…지자체 관리 나서

경남도는 어업 재해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비상 관리에 들어갔다. 4억5500만원 상당의 면역증강제 22t을 6개 시·군에 공급했다. 어민들이 고수온에 따른 어업재해에 대응할 수 있도록 액화산소공급기, 순환 펌프 등 3090대 장비 보급도 마쳤다. 예산만 11억2500만원이 투입됐다. 양식 수산물 재해보험료로 15억원 상당을 지원하고, 재해보험 가입도 독려 중이다. 경남도 관계자는 “피해를 최소화 위해 양식장 관리에 각별한 관심과 주의가 필요한 때”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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