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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이면 노벨상감" 韓 초전도체 개발…美·中서도 "어? 진짜 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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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온 초전도체 위에 자석이 떠 있는 모습. 자석이 뜨는 반자성 현상은 초전도체의 특성 중 하나다. 이석배 퀀텀에너지대표 등이 공개한 초전도물질은 반자성 효과는 약하지만, 또다는 특성인 전기저항이 0에 가까운 것으로 주장된다. [중앙포토]

초저온 초전도체 위에 자석이 떠 있는 모습. 자석이 뜨는 반자성 현상은 초전도체의 특성 중 하나다. 이석배 퀀텀에너지대표 등이 공개한 초전도물질은 반자성 효과는 약하지만, 또다는 특성인 전기저항이 0에 가까운 것으로 주장된다. [중앙포토]

 ‘꿈의 물질’로 불리는 초전도체 논쟁이 뜨겁다. 전기저항이 사라지고, 물건을 공중에 띄울 수 있다는 초전도현상을 상온(常溫)ㆍ상압(常壓)에서 구현하는 물질을 우리나라에서 개발했다는 소식 때문이다. ‘사실이라면 노벨물리학상’이라는 말이 나오지만,  믿기 힘들다는 반응도 적지않다.  지금까지 초전도 현상은 극저온이나 초고압에서만 가능하다고 알려졌다.  아직 과학적 검증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국내외 과학계의 반응은 뜨겁다.  논쟁의 진원지는 고려대와 민간연구소기업 권텀에너지연구소다.  고려대 출신의 회사 대표 이석배 박사, 김지훈 박사, 권영완 고려대 연구교수가 그들이다. 이들은 지난달 22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인 아카이브(arXiv)에  ‘The First Room-Temperature Ambient-Pressure Superconductor’(최초의 상온ㆍ상압 초전도체)라는 제목의 논문원고를 올렸다. 논문에 따르면 이들이 만들어낸 초전도물질은 섭씨 30도, 1기압 상태에서 전기저항이 0에 가깝고,  약하지만 자석을 밀어내는 반자성(反磁性) 현상도 띄고 있다.

이들의 논문이 과학계의 핫이슈로 떠오르면서도 동시에 논쟁이 된 건, 획기적인 연구결과임에도 학계의 검증을 받기 전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연구논문 발표 방식은 학술지에 논문을 제출하더라도, 해당 분야 과학자들의 엄격한 학문적 검증을 통과해야만 한다. 이른바 ‘피어 리뷰’(peer review)라는 방식이다. 이 과정을 통해서 연구결과가 세상에 공개된다. 하지만, 1991년 과학논문 저장 및 공개 사이트인 ‘아카이브’(arXiv)가 생겨나면서 학술지 게재 전에 아카이브에 먼저 연구결과를 올리는 연구자들이 늘기 시작했다. 연구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일단 검증 전이라도 공개해  연구 결과를 선점하겠다는 취지였다.

이석배 박사 등이 지난달 22일 아카이브에 공개한 ‘최초 상온ㆍ상압 초전도체’ 연구논문.

이석배 박사 등이 지난달 22일 아카이브에 공개한 ‘최초 상온ㆍ상압 초전도체’ 연구논문.

교신저자인 권영완 고려대 연구교수는 “우리가 개발한 물질은 초전도체의 특성인 전기저항이 상온에서도 0에 가깝고, 반자성 효과도 일부 보인다”며 “아카이브에 초전도 물질을 만드는 방법을 자세히 올려 검증을 받는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국내외 과학계의 검증은 이미 시작됐다.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가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1일 공개했다. 중국 연구팀도 고려대 연구진이 제시한 상온 초전도체 재현에 성공했다는 주장을 담은 실험 영상을 공개해 관심을 끌고 있다.

초전도체(超傳導體ㆍsuperconductor)란  전기 저항이 0이 되면서 전류가 장애 없이 흐르는 물질을 말한다.  외부 자기장과 반대방향의 자기장을 형성해 반발력을 지니는 반자성(反磁性), 마이스너 효과도 보인다. 초전도체의 발견은 100년이 넘었다. 1911년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의 물리학자 카멜린 온네스가 수은의 전기저항을 측정하는 실험을 하다가 절대온도 4.2K(섭씨 영하 268.8도)에서 전기저항이 갑자기 없어지는 현상을 발견하고, 이를 ‘초전도현상’(superconductivity)이라고 표현했다. 이 같은 성질을 이용하면, 전기에너지를 손실없이 먼 곳으로 전달할 수 있고, 특정 물질을 마찰없이 공중에 띄워놓을 수 있어 활용범위가 획기적으로 넓어지게 된다. 문제는 전세계 수많은 연구진들이 상온ㆍ상압 상태에서 초전도현상을 발견하기 위해 연구를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는 점이다.

고비용의 초저온 상태이지만 초전도 현상을 쓰는 곳은 현재도 있다. 미래 무한 에너지원이라는 핵융합발전이 대표적이다.  태양이 끊임없이 불타오르는 수소핵융합의 원리를 지구상에서 구현하려면 섭씨 1억도의 플라즈마를 만들어내야 한다. 과학자들은 여기에 초전도현상을 이용해 1억도의 플라즈마를 공중에 띄워놓는 방법을 쓴다. 그렇지 않으면 1억도의 온도를 견뎌낼 ‘그릇’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핵융합연구로(K-STAR)와 프랑스의 국제핵융합실험로(ITER)가 이 방법으로 1억도의 플라즈마를 구현해 내고 있다. 최근 세계 주요국들의 개발 경쟁이 뜨거운 양자컴퓨터 역시 초저온을 이용한 초전도현상을 쓰고 있다.
이재우 인하대 물리학과 교수(전 미래학회 회장)는 ”상온, 상압 초전도체가 만들어질 경우 전력 전송에 드는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 없어지고, 반자성 효과를 이용한 자기부상 열차 등 교통수단에도 혁명이 일어나는 등 경제적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긍원 고려대 디스플레이반도체 물리학과 교수는 ”초전도체는 전세계 연구자들이 연구경쟁을 벌이고 있는 분야“ 라며”이번 초전도체 아카이브 발표에 대한 과학계의 검증이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있으나 엄격한 검증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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