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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농가 퍼지는 탄저병 어쩌나…"수해복구로 일손 없어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8월 사과 탄저병에 걸린 사과가 박스에 담겨 있는 모습. 사진 경북도

지난해 8월 사과 탄저병에 걸린 사과가 박스에 담겨 있는 모습. 사진 경북도

지난 15일 집중호우로 수해가 난 영주, 봉화, 청송 등 경북 북부 지역 사과 주산지에 ‘사과 탄저병’까지 확산해 비상이다. 수해에서 살아남은 사과 몇 알이라도 수확하기 위해 복구 작업과 농사일을 병행하고 있는 농가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긴 장마로 탄저병 발생 최적조건 

1일 경북도농업기술원은 경북 사과 주산지에서 지난달 27일 탄저병 발생을 확인했다. 사과 탄저병은 주로 과실이 익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발생한다. 열매에 흑갈색 반점이 형성되고 과실을 부패시켜 상품성을 떨어뜨린다. 수확량도 감소시킨다. 이런 탄저병은 일평균 기온이 23~27도로 유지되고 비가 지속적으로 내리는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잘 확산된다.

지난달 영주는 654㎜, 봉화 431㎜, 청송 316㎜ 등 지난해 대비 2배 이상의 강수량을 기록하고 평균 기온도 23~25도를 보이면서 사과 탄저병이 유행하기 쉬운 기상조건이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경북 북부 지역에서 예년보다 열흘 정도 이른 시점에 탄저병이 퍼지기 시작했다.

사과 탄저병으로 사과 과실에 검은 반점이 생긴 모습. 사진 경북도

사과 탄저병으로 사과 과실에 검은 반점이 생긴 모습. 사진 경북도

평소 사과농가는 한여름철이 되면 과수원에 탄저병 예방 약제를 뿌려주면서 관리한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과수원을 덮친 산사태 피해를 복구하느라 병해충 방제를 제대로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경북 지역에서는 집중호우로 인해 농작물·농경지 등 4165㏊가 피해(잠정)를 봤다.

일단 사과 탄저병이 퍼진 만큼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선 이달 말까지 집중 방제를 하고 병든 과실을 조기에 따내 사과 탄저병의 전염원을 제거해야 한다. 조영숙 경북농업기술원장은 “최근 급변하는 기후변화로 병해충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며 “지대가 높은 산간 지역의 과수원에서는 사과 잎의 조기 낙엽을 일으키는 갈색무늬병도 발생한 곳이 많아 서둘러 집중 방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제 해야하지만…“수해복구로 일손 부족” 

하지만 일손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경북 봉화군 춘양면에서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권성민(29)씨는 “마을 주민들 중에 이번 집중호우로 큰 피해가 난 농민이 많다. 산사태로 과수원이 매몰된 경우 흙을 제거해야 하는데 이 때문에 일이 많아져 밤낮 안 가리고 농사일에 매달리게 된다”며 “평소라면 더운 시간을 피해 밤이나 새벽에 일을 하겠지만 지금은 수해 복구도 해야 하기 때문에 일손이 몹시 부족하다”고 전했다.

지난달 30일 경북 봉화군 춘양면 학산리 한 무너진 비닐하우스 앞에 상한 사과가 남아있다. 이 일대는 지난달 15일 발생한 산사태로 쑥대밭이 됐다. 연합뉴

지난달 30일 경북 봉화군 춘양면 학산리 한 무너진 비닐하우스 앞에 상한 사과가 남아있다. 이 일대는 지난달 15일 발생한 산사태로 쑥대밭이 됐다. 연합뉴

경북도가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를 모아 최대한 인력을 제공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다만 경북도는 수해로 피해가 난 농가들을 돕기 위해 라이브커머스를 활용한 모금활동을 벌인다. 1일부터 다음달 18일까지 예천, 봉화, 영주, 문경 지역 농특산물을 판매하고 수익금의 10%를 호우 피해 주민들의 일상 회복을 위해 기부할 방침이다. 이번 특별 기부방송은 네이버 쇼핑라이브(6회), 현대몰(2회), 배달의 민족(2회) 방송채널을 통해 사과를 비롯해 샤인머스켓, 쌀, 곶감 등의 품목이 판매될 예정이다.

경북 봉화군 춘양면 한 사과 과수원이 지난달 15일 인근 산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일부가 매몰됐다. 사진 독자

경북 봉화군 춘양면 한 사과 과수원이 지난달 15일 인근 산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일부가 매몰됐다. 사진 독자

김주령 경북도 농축산유통국장은 “극한호우로 큰 피해를 입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지역의 피해복구를 위해 생산자들의 자발적인 요청으로 이뤄진 방송인 만큼 소비자들도 착한 소비에 동참해 줄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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