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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미국인 부부 ‘50년 전 한국 모습’ 1516점 기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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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1969년 부산 금정산 석불사에서 촬영한 게리 민티어. [사진 국외소재문화재재단]

1969년 부산 금정산 석불사에서 촬영한 게리 민티어. [사진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약 50년 전 한국에서 머물렀던 미국인 부부가 우리 옛 그림과 책, 사진 자료 등 1500여 점을 기증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미국인 게리 에드워드 민티어(77), 메리 앤 민티어(77) 부부가 한국에서 수집하고 기록한 자료 1516점을 기증받았다고 31일 밝혔다.

민티어 부부는 미국에서 한국에 파견했던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1969년부터 약 6년간 서울과 부산에 살며 영어 강사 등으로 활동했다. 재단에 따르면 이들 부부는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에 빠져 근현대 서화, 기록 자료 등을 수집했고, 1970년대 부산 일대의 모습을 생생한 사진으로 남겼다. 기증받은 자료 중에는 역사·문화적으로 중요한 자료가 많다. 조선 후기 화가인 송수면(1847∼1916)이 그린 ‘매죽도’는 송수면의 다른 작품과 비교해도 화풍이나 표현 기법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재단 관계자는 “근대기 우리 회화사의 다양성을 살필 수 있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조선 중기 학자인 이유장(1625∼1701)이 유교 경전인 ‘춘추’(春秋)에서 일부를 모아 편집한 ‘춘추집주’ 목판은 희소가치가 높은 자료로 여겨진다.

1970년 부산 서면의 부산탑을 촬영한 사진은 부산 도시철도 1호선 건설로 탑이 철거되기 전 모습을 담고 있으며, 보수동 풍경이나 금정산 석불사의 과거 모습도 사진으로 볼 수 있다.

민티어 부부가 기증한 1970년대 부산이 담긴 사진 자료. [사진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민티어 부부가 기증한 1970년대 부산이 담긴 사진 자료. [사진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번 기증은 국립중앙도서관, 부산박물관 등 세 기관이 힘을 모은 사례다. 재단은 평화봉사단과 관련한 자료를 조사하던 중 민티어 부부가 한국 관련 문화유산을 소장하고 있다는 정보를 확인했고, 지난해 이들로부터 기증을 약속받았다.

기증 자료를 파악하기 위해 민티어 부부를 찾은 국립중앙도서관 측은 1970년대 부산 등을 중심으로 한 한국 풍경과 생활사를 보여주는 다양한 사진을 발견했다. 이에 재단은 민티어 부부와 추가 논의한 끝에 모든 자료를 기증받기로 했다. 부부가 수집한 서화류와 책 등의 전적류는 국립중앙도서관에서, 1300여 점에 달하는 사진 자료는 부산박물관에서 각각 기증받아 소장·관리할 예정이다.

국립중앙도서관 측은 유물을 정리해 내년 4월 도서관의 날 행사 때 일부 공개할 예정이다. 사진 자료는 4일부터 9월 3일까지 부산박물관에서 열리는 특별전 ‘1970년 부산, 평범한 일상 특별한 시선’을 통해 대중에 선보인다.

민티어 부부는 “한국에서의 행복한 기억을 담은 자료가 돌아가게 돼 기쁘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부부는 2일 방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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