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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본 적 없는 남친' 도와준 여대생…간신히 전과자 면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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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소개팅 어플리케이션으로 만난 남자친구를 위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수거책 역할에 가담한 20대 여대생이 가까스로 전과자 신세를 면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형사1단독(부장판사 최치봉)은 사기방조 혐의로 기소된 A씨(25·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학생인 A씨는 지난해 7월 소개팅 앱에서 알게 된 남자친구 B씨로부터 "회사 일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전화금융사기 범죄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B씨가 인상착의, 접선장소를 알려주면 해당 장소에서 특정 인물을 만나 돈을 받은 뒤 불상의 사람에게 다시 수거한 돈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A씨가 일한 곳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금융기관을 사칭하며 돈을 뜯어내는 전화금융사기 조직이었다.

A씨는 피해자 1명으로부터 약 1300만원을 편취해 조직에 돈을 넘긴 혐의로 경찰 출석 통지를 받았다. 이때야 A씨는 자신이 전화금융사기 범죄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B씨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남자친구가 어디서 일하는 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도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

A씨는 "B씨의 경력이나 재력 등을 모두 신뢰했다. 고객들로부터 투자금을 수령하는 업무인 줄 알았지 범행의 일부라는 것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했다는 객관적 사실은 인정되지만, 경력, 학력, 대화내용 등을 비춰봤을 때 고의성을 가지고 범행에 가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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