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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건 96년 맞은 중국군…고위장성 자살, 수뇌부 조사로 뒤숭숭

중앙일보

입력

지난 23일 우궈화 전 로켓군 부사령관의 자택에 마련된 빈소. 장샤오화(왼쪽 세번째) 전 해방군 외국어학원 원장이 고인의 부인과 빈소에서 사진을 찍었다. 가오위 트위터 캡쳐

지난 23일 우궈화 전 로켓군 부사령관의 자택에 마련된 빈소. 장샤오화(왼쪽 세번째) 전 해방군 외국어학원 원장이 고인의 부인과 빈소에서 사진을 찍었다. 가오위 트위터 캡쳐

다음달 1일 건군 96주년을 맞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전략 핵미사일을 운용하는 로켓군 전직 부사령관의 자살과 수뇌부에 대한 기율위 조사로 뒤숭숭한 분위기라고 외신 등이 보도했다.

31일 홍콩 성도일보는 지난 4일 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우궈화(吳國華) 전 로켓군 부사령관의 사인은 자살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2015년 중국군 개편으로 성립된 로켓군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각종 중·장거리 미사일 등 전략 무기를 운용하는 부대다.

지난 23일 과거 중앙군사위 부주석이던 장전(張震, 1914~2015) 상장의 장남인 장샤오양(張小陽·소장) 전 해방군 외국어학원 원장은 우 부사령관의 자택 빈소를 찾았다고 한다. 장 소장은 조문록에 “2023년 7월 4일 화요일 오후 9시, 그는 자택 3층 화장실에서 ‘병으로 치료에도 효과 없이 사망했다’지만, 실제로는 커다란 업무 압력으로 안타깝게 자진했다”고 적었다. 장 소장이 고인의 부인 쉬아이핑(許愛萍)과 함께 찍은 조문 사진도 SNS를 통해 유포됐다.

숨진 우 부사령관은 러시아 박사로 장 원장을 이어 뤄양(洛陽)의 해방군 외국어학원 원장을 역임했다. 이후 군 개편 전 총참모보 제3부 부장, 제2포병 부사령관에 이어 로켓군 부사령관을 역임했다. 우 부사령관의 장례식은 관례(7일장)와 달리 숨진 지 26일 만인 30일 바바오산(八寶山)에서 치러졌다고 베이징의 독립기자 가오위(高瑜)가 트위터를 통해 알렸다.

지난 2022년 1월 21일 상장(대장) 진급식에서 리위차오(오른쪽) 로켓군 사령관이 시진핑 주석에게 계급장을 받은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CC-TV 캡쳐

지난 2022년 1월 21일 상장(대장) 진급식에서 리위차오(오른쪽) 로켓군 사령관이 시진핑 주석에게 계급장을 받은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CC-TV 캡쳐

FT “로켓군 수뇌부 10여명 소재 불명”

로켓군 수뇌부 10여 명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리위차오(李玉超) 로켓군 사령관, 류광빈(劉光斌) 부사령관, 장전중(張振中) 전 부사령관을 포함해 10여 명의 로켓군 고위 전·현직 수뇌부의 상태가 불분명하다고 중국 엘리트 동향에 밝은 정치 컨설팅 업체 서시우스 그룹을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지난 28일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리 사령관, 류 부사령관, 장 전 부사령관이 중앙군사기율위에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켓군 수뇌부의 부재는 이미 한 달이 넘었다. 지난달 28일 베이징 해방군 청사에서 거행된 정쉬안(鄭璇) 북부전구 정치위원, 링환신(凌煥新) 군사과학원 정치위원의 상장(대장) 진급식을 보도한 CC-TV 뉴스 화면에 리위차오 로켓군 사령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지난 7월 20~21일 베이징 징시빈관(京西賓館)에서 열린 ‘전군 당 건설 회의’에는 동·서·남·북·중앙 5개 전구와 육·해·공·전략지원 4개 군종의 정치위원의 모습이 CC-TV 화면에 비췄지만 쉬중보(徐忠波) 로켓군 정치위원만 유일하게 보이지 않았다.

FT는 로켓군 조사와 관련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군내 당 규율을 강화하고 부패를 뿌리 뽑는 대대적인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전군 당 건설회의’에서 시 주석은 “군대에 대한 당의 절대적인 지도력을 강화하는 문제 등 모든 수준의 당 조직에 존재하는 ‘두드러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이례적으로 군대 내부의 문제를 시인했다.

지난 24일에는 ‘군사 거버넌스 전면 강화’를 주제로 정치국 집단학습을 직접 주재하고 “군사비 관리와 감독을 강화하고, 중점 영역에 대한 거버넌스를 심화해야 한다”며 군비 감독 강화를 촉구했다. 중앙군사위는 연쇄 군 관련 회의에 앞서 19일 ‘군대 청렴 리스크 방지 조기 경보 메커니즘 건립에 관한 의견’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로켓군 수뇌부 조사와 관련해 당국은 친강(秦剛) 외교부장 면직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공식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중화권 언론에선 비밀 유출설, 비리 연루설 등이 제기된다. 비밀 유출설은 미국에 유학 중이던 리 사령관의 아들을 통해 지난해 로켓군 위치 등 관련 기밀이 유출됐으며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는 주장이다.

비리설은 로켓군 장비 조달 과정에서 비리가 드러났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지난 26일 군수 조달을 책임지는 장비발전부가 지난 2017년 10월 이후 진행된 모든 구매 입찰 과정에서 규율을 위반한 단서를 수집한다는 문건을 발표했다. 문건은 지난 6년 동안 파벌을 형성하고, 전문가를 매수하거나 비밀을 유출하는 등 각종 조달 규율 위반 사례를 수집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FT는 로켓군을 시작으로 전군 차원에서 대대적인 반부패 캠페인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했다.

구자선 인천대 중국학술원 상임연구원은 “장비발전부 문건에 파벌결성, 사적유착, 기밀누설을 강조한 것을 볼 때 로켓군 내부에서 사적 파벌이 적발된 것으로 보인다”며 “전략적으로 핵심 군종인 로켓군에서 장악력의 누수를 인식한 시 주석이 대대적인 환부 도려내기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기관지인 해방군보 31일자 1면에 “군사투쟁을 준비하라”는 내용의 평론이 게재됐다. 해방군보 캡쳐

중국 인민해방군 기관지인 해방군보 31일자 1면에 “군사투쟁을 준비하라”는 내용의 평론이 게재됐다. 해방군보 캡쳐

習 “군사투쟁 준비하라”

한편 시 주석은 군에 기율 엄수와 ‘군사투쟁’ 준비를 지시했다. 지난 26일 청두(成都)의 서부전구 공군부대를 시찰하며 “임무의 요구에 밀착해 특수한 환경에 적응하고 군사투쟁 준비를 깊숙이 추진하라”고 강조했다고 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이날 보도했다. 군 기관지 해방군보는 이와 별도로 1면에 “군사투쟁 준비”를 촉구하는 평론을 게재하며 군사투쟁을 강조했다.

전쟁 준비를 연상시키는 ‘군사투쟁’에 대해 해방군보는 “군사투쟁 준비 임무는 어렵고 막중하다”며 “우환의식, 위기의식, 전쟁의식을 한 층 강화하고 임무의 요구에 밀착하고 실전훈련을 견지하면서 새로운 장비와 새로운 역량으로 전투력을 형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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