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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온 40도 넘자 목숨 앗아간 폭염…수해 복구 현장도 비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7일 육군 8기동사단 번개여단 장병들이 집중호우 피해지역인 경북 영주시 부석면 일대에서 복구 작전에 임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7일 육군 8기동사단 번개여단 장병들이 집중호우 피해지역인 경북 영주시 부석면 일대에서 복구 작전에 임하고 있다. 뉴스1

경북 예천에서 지난 15일 내린 집중호우로 실종된 주민 2명을 찾는 수색 작업이 17일째 이어지고 있다. 대규모 산사태 등으로 큰 피해가 난 예천과 봉화, 문경, 영주 등 경북 북부지역의 복구 작업도 진행 중이다. 장마철이 지나 추가적인 비 피해 걱정은 덜었지만, 이번에는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수색·복구 작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31일 경북도에 따르면 이날 실종자 수색과 피해 지역 복구에는 인력 1295명, 굴삭기 등 장비 724대가 투입될 예정이다. 남은 실종자는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 주민 A씨(69)와 B씨(여·62)다. 이들은 벌방리 산사태로 매몰됐거나, 하천에 떠내려간 것으로 추정된다. 장마가 끝나면서 구조당국은 실종 지점으로부터 60여㎞ 떨어진 하류인 상주보까지 수색 반경을 넓혔다.

장마전선이 물러가 하천 수위가 내려가면서 구조 당국이 하천변이나 모래톱 등을 수색하기에는 상황이 나아졌다. 하지만 수색이 17일째에 접어들면서 누적된 피로와 함께 전국에 기승을 부리고 있는 폭염과도 상대하며 작업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북서 주말 이틀새 6명 온열질환 사망

실제 경북은 29~30일 이틀간 온열질환으로 농사일을 하던 노인 6명(추정포함)이 숨지는 등 사고가 잇따랐다.

29일 오후 9시 58분쯤 경산시 자인면 한 밭에서 김모(70대)씨가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졌다. 사인은 온열 질환이었다. 같은 날 오후 5시8분쯤 문경시 영순면에서도 밭일을 하던 김모(여·80대)씨가 쓰러져 병원에 이송됐으나 숨졌다. 소방 당국이 출동 당시 이 여성의 체온은 40.8도였다.

지난 28일 오전 경북 예천군 내성천 일대에서 수색 당국이 지난 15일 수해로 인한 실종자를 찾고 있다. 사진 경북소방본부

지난 28일 오전 경북 예천군 내성천 일대에서 수색 당국이 지난 15일 수해로 인한 실종자를 찾고 있다. 사진 경북소방본부

또 오후 4시7분쯤 김천시 농소면 과수원에서 일하던 이모(여·80대)씨가 폭염에 목숨을 잃었다. 당시 숨진 이 여성의 체온은 41.1도로 측정됐다. 이보다 앞선 오후 1시28분쯤 상주시 이안면에서도 밭에서 일하던 이모(90대)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숨졌다.

경북에서 4명이 온열질환으로 숨진 29일 낮 최고기온은 경주 36.8도, 청송 35.9도, 의성 35.7도, 영천 35.5도 등으로 높았다. 현재도 울릉도·독도를 포함한 경북 내륙 전역에 폭염특보가 발효 중이다.

“장마 물러갔더니 폭염…대응책 비상”

기상청은 31일 역시 경북 대부분 지역에서 최고체감온도 35도 내외로 매우 무더운 기온을 보일 것으로 예보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강한 햇볕에 의해 기온이 오르고 습도가 높아 당분간 대부분 지역에서 최고체감온도가 35도 내외로 오르면서 매우 무덥겠다”고 설명했다.

수색·구조 작업에 나선 이들을 위한 온열질환 예방도 비상이 걸렸다. 경북소방본부 관계자는 “구조대원들의 실종자 집중 수색 작업은 기온이 최절정에 이르는 한낮 시간은 피하고 주변에 항상 시원한 음료를 비치해두고 있다”며 “매일 구조대원들에게 수분을 자주 섭취하고 온열질환에 주의할 것을 거듭 강조한다”고 말했다.

장마가 끝나고 전국 곳곳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지난 30일 경북 경산시 대구가톨릭대 효성캠퍼스 숲속 수돗가에 날아든 까치가 물을 마시고 있다.  학교 측은 숲속 동물들이 수도꼭지가 잠겨도 쉽게 물을 마실 수 있도록 수도 위에 작은 물그릇을 마련하고 '동물친구들을 위한 작은 배려입니다'라는 문구를 붙였다. 뉴스1

장마가 끝나고 전국 곳곳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지난 30일 경북 경산시 대구가톨릭대 효성캠퍼스 숲속 수돗가에 날아든 까치가 물을 마시고 있다. 학교 측은 숲속 동물들이 수도꼭지가 잠겨도 쉽게 물을 마실 수 있도록 수도 위에 작은 물그릇을 마련하고 '동물친구들을 위한 작은 배려입니다'라는 문구를 붙였다. 뉴스1

복구 작업에 자원한 봉사자들 역시 온열질환에 노출돼 있다. 경북도 새마을봉사과 관계자는 “행정안전부의 폭염 대응 매뉴얼에 따라 자원봉사자들이 장시간 야외작업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도록 복구 현장에 물을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경북도는 지난 30일 여름철 폭염피해 대비 긴급점검 영상회의를 열고 분야별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에서는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 감시 체계 운영, 도와 시·군 간 폭염 대처 상황 공유를 통한 폭염대비 재난대응 대책을 정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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