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잠재적 대선 주자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30일 엇갈린 메시지를 발신했다.
오세훈 시장은 이날 공개된 한국지역민영방송협회 특집 대담에서 차기 대선 출마 질문에 “99% 서울시장을 다시 하고 싶다”고 답했다. 같은 날 공개된 국민일보 인터뷰에서도 “보통은 서울시장 연임과 대선 출마를 두고 5대 5 정도로 가능성을 두고 말하지만 지금은 6대 4 정도로 내가 시작한 서울시정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2026년 6월과 2027년 3월 각각 예정된 지방선거와 대선 중 서울시장 5선 도전에 무게를 둔 발언을 잇따라 밝힌 것이다.
오 시장 주변에선 ‘99% 발언’과 관련해 “오 시장의 심경에 큰 변화는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런 발언의 배경으로 2011년 서울시장 사퇴 뒤 겪었던 ‘트라우마’를 언급한다. 오 시장 측 관계자는 “박원순 시장 체제가 들어선 뒤 세빛섬, 뉴타운 사업 등 오 시장 재직 시절 추진하던 모든 게 뒤집혀진 걸 지켜본 트라우마가 있다”며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한강르네상스 2.0) 등 지금 추진하는 사업이 실제 완성되는 건 2026년 뽑히는 서울시장 때라 그때 야당에 시장을 뺏기면 또 다시 모든 게 뒤집힐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일본 도쿄를 방문한 오 시장은 최근 사석에서 “서울이 도쿄를 거의 쫓아간 줄 알았는데, 직접 가서 보니 30년 뒤쳐진 것 같아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2021년 개최한 ‘2020 하계올림픽’을 계기로 도쿄는 도시를 재정비했지만 서울은 그동안 정체돼 격차가 벌어졌다는 취지였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기자간담회 때 서울시의 지난 10년을 “암흑의 10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런 측면에서 오 시장은 최근 주변에 “2036년 두 번째 서울 하계올림픽을 유치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 초반인 만큼 몸을 낮추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벌써부터 대선 도전 의사를 밝히는 건 정치적으로 큰 의미 없는 일”이라며 “오 시장으로선 지금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봤다.
‘수해 골프’ 논란으로 지난 26일 ‘당원권 정지 10개월’ 중징계를 받은 홍준표 시장은 이날 오 시장과는 사뭇 다른 목소리를 냈다.
그는 페이스북에 “사자는 하이에나 떼들에게 물어 뜯겨도 절대 죽지 않는다”며 “하이에나 떼들에게 한두 번 당한 것도 아니지만 이 또한 한때 지나가는 바람에 불과할 것”이라고 적었다. 자신을 ‘사자’, 여권 주류를 ‘하이에나’에 비유한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나를 잡범 취급한 건 유감”이라며 “모두 힘을 합쳐도 어려운 판에 나까지 내치고도 총선이 괜찮을까? 황교안이 망한 것도 쫄보 정치를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2020년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을 이끌었던 황교안 전 대표가 ‘험지 출마’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신을 공천하지 않은 걸 비판한 것이다.
그런 뒤 홍 시장은 “나는 (당원권 정지 10개월로) 총선까지 쳐냈지만, 이준석도 안고 유승민도 안고 가거라. 그런 게 정치”라고 강조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포용하더라도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해선 “함께 갈 수 없다”는 입장이 명확한 여권 주류와는 다른 주장이다.
여권 주류에선 당장 퉁명스러운 반응이 나왔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홍 시장이 ‘나 없이 총선 치르는 거 괜찮겠냐’고 했다”는 질문을 받고 “홍 시장은 대구시장이시고, 총선과 아무 관련 없는 분 아니냐”고 답했다.
정치권에선 “홍 시장이 ‘마이웨이’를 시작한 것”이란 시선도 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이미 이번 징계를 통해 '홍 시장과 함께 가지 않겠다'는 여권 주류의 생각이 드러나지 않았나”며 “앞으로 홍 시장은 주류와 차별화하는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