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吳 "99% 시장" 洪 "사자는 안 죽어"…엇갈린 행보에 담긴 뜻

중앙일보

입력

오세훈(왼쪽)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두 사람은 최근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왼쪽)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두 사람은 최근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의 잠재적 대선 주자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30일 엇갈린 메시지를 발신했다.

오세훈 시장은 이날 공개된 한국지역민영방송협회 특집 대담에서 차기 대선 출마 질문에 “99% 서울시장을 다시 하고 싶다”고 답했다. 같은 날 공개된 국민일보 인터뷰에서도 “보통은 서울시장 연임과 대선 출마를 두고 5대 5 정도로 가능성을 두고 말하지만 지금은 6대 4 정도로 내가 시작한 서울시정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2026년 6월과 2027년 3월 각각 예정된 지방선거와 대선 중 서울시장 5선 도전에 무게를 둔 발언을 잇따라 밝힌 것이다.

오 시장 주변에선 ‘99% 발언’과 관련해 “오 시장의 심경에 큰 변화는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런 발언의 배경으로 2011년 서울시장 사퇴 뒤 겪었던 ‘트라우마’를 언급한다. 오 시장 측 관계자는 “박원순 시장 체제가 들어선 뒤 세빛섬, 뉴타운 사업 등 오 시장 재직 시절 추진하던 모든 게 뒤집혀진 걸 지켜본 트라우마가 있다”며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한강르네상스 2.0) 등 지금 추진하는 사업이 실제 완성되는 건 2026년 뽑히는 서울시장 때라 그때 야당에 시장을 뺏기면 또 다시 모든 게 뒤집힐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일본 도쿄를 찾은 오세훈(왼쪽) 서울시장이 도쿄도청에서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를 만나 기념 촬영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일본 도쿄를 찾은 오세훈(왼쪽) 서울시장이 도쿄도청에서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를 만나 기념 촬영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말 일본 도쿄를 방문한 오 시장은 최근 사석에서 “서울이 도쿄를 거의 쫓아간 줄 알았는데, 직접 가서 보니 30년 뒤쳐진 것 같아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2021년 개최한 ‘2020 하계올림픽’을 계기로 도쿄는 도시를 재정비했지만 서울은 그동안 정체돼 격차가 벌어졌다는 취지였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기자간담회 때 서울시의 지난 10년을 “암흑의 10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런 측면에서 오 시장은 최근 주변에 “2036년 두 번째 서울 하계올림픽을 유치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 초반인 만큼 몸을 낮추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벌써부터 대선 도전 의사를 밝히는 건 정치적으로 큰 의미 없는 일”이라며 “오 시장으로선 지금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봤다.

‘수해 골프’ 논란으로 지난 26일 ‘당원권 정지 10개월’ 중징계를 받은 홍준표 시장은 이날 오 시장과는 사뭇 다른 목소리를 냈다.

그는 페이스북에 “사자는 하이에나 떼들에게 물어 뜯겨도 절대 죽지 않는다”며 “하이에나 떼들에게 한두 번 당한 것도 아니지만 이 또한 한때 지나가는 바람에 불과할 것”이라고 적었다. 자신을 ‘사자’, 여권 주류를 ‘하이에나’에 비유한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나를 잡범 취급한 건 유감”이라며 “모두 힘을 합쳐도 어려운 판에 나까지 내치고도 총선이 괜찮을까? 황교안이 망한 것도 쫄보 정치를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2020년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을 이끌었던 황교안 전 대표가 ‘험지 출마’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신을 공천하지 않은 걸 비판한 것이다.

그런 뒤 홍 시장은 “나는 (당원권 정지 10개월로) 총선까지 쳐냈지만, 이준석도 안고 유승민도 안고 가거라. 그런 게 정치”라고 강조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포용하더라도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해선 “함께 갈 수 없다”는 입장이 명확한 여권 주류와는 다른 주장이다.

홍준표(왼쪽) 대구시장이 지난 24일 수해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북 예천군 감천면 천향2리를 찾아 수해 복구 봉사 활동에 나선 모습. 연합뉴스

홍준표(왼쪽) 대구시장이 지난 24일 수해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북 예천군 감천면 천향2리를 찾아 수해 복구 봉사 활동에 나선 모습. 연합뉴스

여권 주류에선 당장 퉁명스러운 반응이 나왔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홍 시장이 ‘나 없이 총선 치르는 거 괜찮겠냐’고 했다”는 질문을 받고 “홍 시장은 대구시장이시고, 총선과 아무 관련 없는 분 아니냐”고 답했다.

정치권에선 “홍 시장이 ‘마이웨이’를 시작한 것”이란 시선도 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이미 이번 징계를 통해 '홍 시장과 함께 가지 않겠다'는 여권 주류의 생각이 드러나지 않았나”며 “앞으로 홍 시장은 주류와 차별화하는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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