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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접촉 조심하라" 정부 당부…'고양이 AI' 사람에 옮을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6월 20일 경기도 수원시의 한 거리에서 길 고양이가 더위를 피해 자동차 아래에 들어가 있다. 뉴스1

지난해 6월 20일 경기도 수원시의 한 거리에서 길 고양이가 더위를 피해 자동차 아래에 들어가 있다. 뉴스1

농림축산식품부는 29일 “서울 관악구의 한 사설 동물보호소에서 보호 중이던 고양이 중 총 네 마리에서 H5형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 보호소에서 식욕부진과 호흡기 증상을 보인 두 마리가 동물 병원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고, 이에 해당 보호소의 고양이를 모두 검사했더니 또 다른 두 마리에서도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네 마리 중 한 마리는 동물병원에서 폐사했고, 세 마리는 살아있다고 농림축산식품부는 설명했다. 농림축산신품부 관계자는 “이 고양이들이 H5형 바이러스에 감염된 건 확인됐지만, 고병원성인 H5N1형인지 확인하려면 2~3일 추가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5일에는 서울 용산구 보호소에서 집단으로 폐사한 고양이 38마리 중 두 마리가 고병원성인 H5N1형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관리청은 관악구에서 발견된 AI도 고병원성일 경우에 대비하며 인체 감염 여부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지자체와 함께 고양이에 대한 접촉자 조사 등 조류인플루엔자 인체감염 예방조치를 시행 중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내 감염된 고양이를 진찰한 수의사 등 접촉자들에게서 증상이 나타나는지 조사했고 아직 증상이 있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H5N1형 바이러스에 사람이 감염된 사례는 국내에서는 아직 없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2003년부터 집계한 결과 해외에선 인체 감염 876건이 보고돼 있다.

송대섭 서울대학교 수의대 교수는 “조류에서 포유류로 감염되고, 그 포유류로부터 다시 사람이 감염된 사례는 아직 없다. 감염된 조류에 사람이 직접 접촉해서 (다른 사람으로 전파하지 않고) 본인만 감염된 사례만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발견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의 인체 치명률은 10% 이하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과거 50%를 넘는 고병원성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송 교수는 “50% 이상 치명률을 보였던 바이러스들은 같은 H5N1형 안에서도 2.3.2.1.a 혹은 2.3.2.1.c클레이드(계통)이고, 2020년부터 전 세계적인 우세 종으로 자리 잡은 건 2.3.4.4.b클레이드다. 감염된 사람이 전 세계에서 10명을 조금 넘는 정도이고 중국에서 1명이 사망했다. 치명률은 10% 이하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관악구와 용산구 사례에서 고양이들이 호흡기 증상을 보였기 때문에 사람의 호흡기로 감염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송 교수는 “호흡기 증상이 있다고 꼭 호흡기로 감염됐다는 근거는 아니다.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린 조류의 분변을 통해 포유류로 전파됐어도 증상은 주로 호흡기 증상이 나온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오염된 먼지 흡입을 통한 인체 감염이 확인된 적은 있다”고 발혔다.

농식품부 측은 “야생 조류가 많은 곳에 가까이 가지 말고, 새에게 먹이를 주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또 고양이로부터 바이러스가 계속 나오고 있는 만큼 조류의 분변과 접촉하기 쉬운 길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거나 고양이를 만지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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