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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도 필요한 '멈춤의 시간'…역대 대통령들은 이렇게 보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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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여름휴가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대학로의 한 극장에서 연극 ‘2호선 세입자’를 관람한 후 배우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윤 대통령은 연극 관람 후 인근 식당에서 배우들과 식사를 하면서 연극계의 어려운 사정에 대해 듣고 배우들을 격려했다. 사진 대통령실

지난해 여름휴가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대학로의 한 극장에서 연극 ‘2호선 세입자’를 관람한 후 배우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윤 대통령은 연극 관람 후 인근 식당에서 배우들과 식사를 하면서 연극계의 어려운 사정에 대해 듣고 배우들을 격려했다. 사진 대통령실

“휴가를 가긴 가셔야 할 텐데…”

최근 대통령실 관계자들에게 윤석열 대통령의 여름 휴가 계획을 물어보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대답이다. 윤 대통령은 애초 7월 말~8월 초 사이에 휴가를 갈 예정이었으나 ‘수해 피해’ 등으로 잠정 연기한 상태다. 한 대통령실 참모는 “늦어도 다음 주쯤에는 윤 대통령에게 휴가 필요성을 건의할 계획”이라며 “내수 진작을 위한 지방 방문도 고려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휴가를 가게 되더라도 일정을 이틀 정도로 줄이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

여권 일각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윤 대통령에게 ‘멈춤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여당의 한 초선의원은 “대통령 지지율이 30%대 중반에 머무는 상황”이라며 “윤 대통령에겐 하반기 정국 구상을 위한 절대적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엔 서초동 사저에서 닷새간(8월 1일~5일)의 여름 휴가를 보냈다. 부부 동반으로 대학로 연극 관람도 했지만, 주로 사저에서 정국 구상에 몰두했다. 당시 복귀 소감을 밝히는 도어스테핑에서 윤 대통령은 “돌이켜보니 부족한 저를 이 자리까지 오게 해주신 국민께 감사하는 마음을 다시 한번 갖게 됐다”며 “국민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다시 점검해 잘 살피겠다”고 말했다. 그 뒤 대통령실 홍보수석을 교체(최영범→김은혜)하고, 국정기획수석을 신설해 현 이관섭 수석을 임명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해 8월 8일 여름휴가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해 기자들과 복귀 소감을 밝히는 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지난해 8월 8일 여름휴가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해 기자들과 복귀 소감을 밝히는 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 대통령뿐 아니라 역대 대통령에게도 휴가는 ‘쉼’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개각과 중요 정책 발표를 위한 계기가 되는 경우도 많았다. 개중엔 예상치 못한 국정 현안이 터지며 휴가를 반납하는 대통령도 여럿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YS)은 현재는 일반인에게 개방된 청남대에서 주로 휴가를 보냈다. YS는 휴가 직후 ‘금융실명제’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감옥에 보낸 ‘역사바로세우기’등 세상을 놀라게 한 정책을 발표했다. 정치권에선 ‘청남대 구상’이란 신조어가 생겼다.

2013년 취임 후 첫 여름휴가를 저도로 떠났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해변 모래사장에 '저도의 추억'이라는 글자를 쓰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페이스북

2013년 취임 후 첫 여름휴가를 저도로 떠났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해변 모래사장에 '저도의 추억'이라는 글자를 쓰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페이스북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0년 여름 휴가 직후 당시 40대였던 김태호 전 경남 지사(현 국민의힘 의원)를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하는 깜짝 인사를 단행했다. 국회에서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된 이후 정운찬 전 총리가 사의를 표한 상황이었다. 국면 전환과 국정 쇄신을 위한 비장의 카드에 가까웠지만, 당시 김태호 총리후보자가 각종 의혹에 자진 사퇴하며 역풍을 맞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취임 후 첫 여름휴가를 경남 거제 저도에 있는 대통령 별장에서 보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참모들과 자주 찾던 곳이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해변 모래 위에 ‘저도의 추억’이라는 글씨를 쓰는 모습이 공개되며 화제가 됐다.

2018년 여름 휴가를 떠났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계룡대에서 책을 읽고 있는 모습. 당시 대통령실은 문 대통령이 휴가동안 읽은 도서목록인 '국수國手'(김성동),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한국인 유일의 단독 방북 취재)'(진천규), '소년이 온다'(한강) 등을 공개했다. 사진 청와대

2018년 여름 휴가를 떠났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계룡대에서 책을 읽고 있는 모습. 당시 대통령실은 문 대통령이 휴가동안 읽은 도서목록인 '국수國手'(김성동),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한국인 유일의 단독 방북 취재)'(진천규), '소년이 온다'(한강) 등을 공개했다. 사진 청와대

다독가로 알려진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은 휴가 기간 책을 즐겨 읽었다. ‘독서 정치’란 말이 나올 정도로 국민에게 추천 도서도 소개했다. 노 전 대통령은 한국 정치의 민주화 과정을 다룬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문 전 대통령은 KBS 시사교양 프로그램 제작진이 집필한 ‘명견만리(明見萬理)’ 등을 추천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윤 대통령에겐 총선 전 대통령실 개편과 개각, 3대 개혁 추진 등 중요한 국정 현안이 산적한 상태”라며 “휴가 이후 정부 내의 다양한 변화가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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