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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억 번다더니 월 6만원"…퇴사 후회하는 여행 유튜버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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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세태취재] 직장 그만 두고 도전했다가 본전도 못 뽑는 여행 유튜버들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 차라리 말리고 싶어”  

‘곽튜브’ · ‘빠니보틀’ 성공에 너도나도 ‘여행 유튜버’ 도전
촬영 장비 마련하고 여행 경비 제하면 현실은 ‘적자’ 신세

유튜버 ‘박엥겍’은 자신의 영상에서 여행 콘텐트를 만드느라 2000만원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 사진:유튜브 채널 ‘박엥겍’ 캡처

유튜버 ‘박엥겍’은 자신의 영상에서 여행 콘텐트를 만드느라 2000만원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 사진:유튜브 채널 ‘박엥겍’ 캡처

배고플 때 ‘먹방(먹는 방송)’에 빠지듯, 여행에 굶주린 사람들은 ‘여행 유튜버’들의 영상을 통해 대리 만족을 경험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여행 유튜버의 인기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들은 카메라 한 대를 메고 전 세계를 누비며 자유를 만끽했다. 게다가 성공만 한다면 평범한 직장인 연봉은 우스운 수준.

직장까지 그만두고 여행 유튜버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는 곽튜브(구독자 161만 명)와 빠니보틀(구독자 180만 명)이 꼽힌다. ‘1인칭’ 시점에서 촬영된 이들의 영상은, 마치 보는 사람까지 직접 여행을 다니는 듯한 느낌을 담아내 많은 인기를 얻었다. 이들은 유튜브를 넘어서 안방극장까지 진출했다. TV 예능 프로그램인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에는 빠니보틀이, 또 다른 예능인 ‘부산촌놈 in 시드니’에는 곽튜브가 출연하고 있다. 김태호 PD는 ‘지구마불 세계여행’에 아예 빠니보틀, 곽튜브, 원지의 하루(구독자 76만 명) 등의 여행 유튜버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인기 여행 유튜버들, 안방극장까지 진출    

곽튜브나 빠니보틀 등 여행 유튜버의 성공으로 이들의 성공을 좇아 직장을 퇴사하고 여행 유튜버를 시작하는 후발주자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홍콩의 거리를 둘러보고 있는 ‘곽튜브’ 곽준빈의 모습. / 사진:EBS

곽튜브나 빠니보틀 등 여행 유튜버의 성공으로 이들의 성공을 좇아 직장을 퇴사하고 여행 유튜버를 시작하는 후발주자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홍콩의 거리를 둘러보고 있는 ‘곽튜브’ 곽준빈의 모습. / 사진:EBS

특히 이들의 수입이 웬만한 연예인 못지않은 것으로 알려지며 사람들의 관심이 급증했다. 빠니보틀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직장 생활할 때의 수익보다 2~3 배 더 벌고 있다”고 말했다. 아제르바이잔 대사관에서 근무를 했던 곽튜브도 한 예능에서 “제일 잘 벌 때는 한 달 수입이 평범한 직장인 연봉 수준”이라고 말했다. 유튜버는 시청자가 1회 조회 시 평균 1.5원에서 2원의 수입을 얻는다. 빠니보틀은 현재까지 4억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곽튜브는 약 3억4000회를 달성했다. 이를 토대로 계산해보면 각각 6억원과 5억1000만원의 수입을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수입은 유튜브 조회수만을 고려한 것이다. 광고 수입과 TV 출연료 등을 합했을 때는 더 많은 액수를 모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의 성공에 유튜버가 부자가 되는 ‘지름길’이라는 소문이 퍼지며, 직장인들도 유튜버에 대한 환상을 갖게 됐다.

지난 2월 인크루트가 성인 88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 직장생활에 만족하지 못해 다른 직업으로 바꿀 생각이 있다고 말한 이들 가운데 ‘유튜버’를 선택한 이들이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유튜버는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데다 편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고, 수입도 상상을 초월하는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앞서 거론한 인기 유튜버들의 성공 사례에 후발주자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이유다.

구독자 약 6500명을 보유한 ‘라희아빠’ 채널 운영자 김용완(44)씨는 유튜버라는 세계에 매력을 느껴 발을 들인 사례다. 김씨는 자신의 유튜브에 주로 가족 여행과 여행 정보와 관련한 콘텐트를 업로드하고 있다. 그는 “영어학원 강사로 일했던 때에 비해 유튜브 활동은 내 삶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며 “언젠가는 유튜브 메인 화면에 제 채널이 나올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국내 유튜버들이 증가한 것은 통계 수치로도 입증된다. 국세청이 지난 5월 공개한 ‘1인 미디어 창작자(유튜버 등) 수입금액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수입을 신고한 인원은 3만4219명이다. 2776명으로 집계된 2019년에 비해 약 12.3배 급증했다. 하지만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위 1%가 독식하는 피라미드 구조다. 수입을 신고한 1인 미디어 창작자(3만4219명) 가운데 상위 1%에 해당하는 342명의 2021년 1인당 평균 수입은 7억1300만원. 이들의 총 수입은 2439억원으로, 전체인 8589억원의 28%를 차지했다. 반면 하위 50%에 해당하는 1만7110명의 연평균 수입은 40만원에 불과했다. 2023년 기준 최저시급 9620원을 월급(월 209시간 근로)으로 환산해도 201만580원인 것을 고려하면 ‘본전’도 뽑지 못 하는 상황인 셈이다.

앞서 김용완씨 사례를 보자. 그는 지난 5년 동안 600개에 달하는 영상을 업로드했지만, 그가 벌어들인 총 수입은 3000달러(약 393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월급으로 계산한다면 한 달에 50달러(약 6만5000원)를 번 셈이다. 김씨는 “유튜브로 얻는 수입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유튜브 수입) 1년 치를 다음 여행 때 필요한 달러를 위해 모아둔다는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유튜버로 사는 삶도 그리 쉽지 않다. 특히 영상을 업로드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1주일에 1~2개의 영상을 올리는 김씨는 업로드할 1편의 영상을 제작하는 데만 3~4일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했다. 특히 김씨는 “여행을 하면서 촬영할 때가 가장 즐겁지만, 여행이 끝나고 다시 현실로 돌아온 뒤 고통의 편집실에서 작업을 하면서 업로드하기까지는 그리 즐겁지만은 않다”고 고백했다. 공을 들여 올린 영상의 조회수가 좀처럼 올라가지 않을 때 유튜버들은 맥이 풀린다. 김씨는 “영상 한 편을 만들 때마다 그야말로 ‘영혼’을 갈아 넣는다”며 “그런데 막상 업로드했을 때 영상이 많이 선택 받지 못할 때가 가장 아쉽다”고 털어놨다.

최저 임금도 못 버는 유튜버들 부지기수

유튜브 영상 목록을 보면 여행 유튜버가 많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유튜브 영상 목록을 보면 여행 유튜버가 많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특히 촬영 장비에 여행 경비까지 필요한 여행 유튜버는 돈 벌기기 쉽지 않다. 월간중앙이 여행 유튜버들에게 필요한 장비의 가격을 취재한 결과, 우선 기본적인 촬영 장비를 마련하는 데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유튜버들이 선호하는 카메라 장비인 고프로11 가격이 약 60만원, 메모리카드(512GB) 약 20만원(4개) 등의 비용이 소요됐다. 영상 편집에 필요한 노트북도 최소 100만원을 투입해야 했다. 여행지로 제주도(4박5일)를 다녀온다면 여행 경비로 약 54만원(비행기 왕복 15만원, 숙소 24만원,식비 15만원)이 필요했다. 촬영 장비와 노트북이 없는 유튜버일 경우 제주도 4박 5일 여행 콘텐트를 위해 필요한 최소 비용만 230만원이나 됐다.

유명 여행 유튜버에 따르면 3인 가족이 5박 6일 동남아 여행을 간다면 300만원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한다. 충분한 비용이 준비되지 않으면 여행 유튜버로 성공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구독자 약 4만5000명을 보유한 여행 유튜버 ‘박엥겍’은 자신이 업로드한 영상에서 “(이번 여행에서 쓴) 경비에 유튜브 수익을 더하면 마이너스 2000만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퇴사한 뒤 약 4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세계 여행(베트남, 인도 등)을 다녔다. 그가 지출한 비용이 상당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구독자 58만명의 여행 유튜버 ‘여행가 제이’도 459일 동안 세계여행을 하는 데 약 3100만원의 예산이 지출됐다고 밝혔다. 여행가 제이는 베트남, 터키, 이집트, 스페인, 아르헨티나 등 41개국을 다녔다. 특히 촬영 장비를 구매하느라 89만원(카메라 80만원, 셀카봉 7만원, 카메라 배터리 2만원)의 추가 지출도 있었다고 한다.

이 같은 고비용 구조 때문에 여행 유튜버를 했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도 속출하고 있다. 구독자 약 3000명의 여행 유튜버 A씨는 최근 “이제는 낭만을 접어두고 현실을 살아보려 한다”며 최근 영상 활동을 중단했다. 자신을 ‘실패한 여행 유튜버’라고 지칭한 B씨(구독자 1만4000명)는 “여행 유튜버로 쓴 비용에 비해서 얼마 못 벌었다. ‘현타’가 온다”고 토로했다. 현타란 ‘현실 자각 타임’의 줄임말로 헛된 꿈에 빠져 있다가 자기가 처한 실제 상황을 깨닫게 되는 것을 뜻한다. 한 여행 유튜버는 “현재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에게 조언한다면 ‘절대로 전업 유튜버는 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매력적인 콘텐트와 꾸준한 소통 필수”

유튜버 ‘라희아빠’가 베트남 여행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 사진:유튜브 채널 ‘라희아빠’ 캡처

유튜버 ‘라희아빠’가 베트남 여행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 사진:유튜브 채널 ‘라희아빠’ 캡처

그렇다면 유튜버로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일까?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투자와 참신한 콘텐트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환 서울사이버대 1인 방송 크리에이터학과 교수는 “유튜브는 공개적이고 경쟁이 심한 플랫폼이며, 그에 따라 성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면서 “큰 노력과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고, 많은 시청자들에게 독특하고 매력적인 콘텐트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여행 유튜버에 대해서는 “여행 콘텐트를 만드는 것은 시간과 돈이 많이 들어가는 데 비해 광고 수익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유튜브는 긍정적인 가능성을 가진 플랫폼이지만, 그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며 “유튜버가 되겠다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 충분히 고민하고,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성공한 유튜버들의 생각은 어떠할까? 현재 95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츄팝’은 “유튜브가 대중화된 지 오래된 만큼, 이미 다양한 분야의 대형 유튜버가 많아졌고 그만큼 시청자들의 눈도 높아졌다”며 “대형 유튜버를 그대로 따라하려고만 한다면 시청자들이 그 채널을 구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츄팝은 슬라임(액체괴물) 영상을 올리며 많은 인기를 얻은 유튜버다. 츄팝은 자신만의 성공 요인으로 “어느 채널에서도 다루지 않았던 소재와 콘셉트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튜버는 꾸준함과 함께 구독자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며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무시하면 안 되고 항상 시청자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 권혁중 월간중앙 인턴기자 gur1451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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