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의자에 앉아도 될까요?"…황선우는 사흘간 온 힘을 쏟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의자에 앉아서 얘기해도 될까요?"

사흘간 온 힘을 쏟아부은 황선우(20·강원특별자치도청)는 공동취재구역에 서 있을 힘조차 없는 듯했다. 근처에 놓여 있던 의자를 들어 털썩 앉더니 가쁜 숨을 몰아쉬며 "솔직히 좀 아쉽다"고 했다.

황선우가 26일 일본 후쿠오카 마린메세 후쿠오카홀에서 열린 2023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100m 자유형 준결선을 마친 뒤 한국 응원단을 향해 손을 흔들며 감사를 표현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선우가 26일 일본 후쿠오카 마린메세 후쿠오카홀에서 열린 2023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100m 자유형 준결선을 마친 뒤 한국 응원단을 향해 손을 흔들며 감사를 표현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선우는 26일 일본 후쿠오카 마린메세 후쿠오카홀에서 열린 2023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자유형 100m 준결선에서 48초08로 9위에 올라 상위 8명에게 주어지는 결선행 티켓을 얻지 못했다. 8위(48초06)로 결승행 막차를 탄 잭 알렉시(미국)와의 격차가 0.02초에 불과해 더 아쉬운 결과였다. '세계선수권 100m 첫 결선 진출'이라는 목표는 일단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경기 후 만난 황선우는 "올 시즌 100m 베스트 기록(47초79)에 미치지 못했다. 체력 관리를 완벽하게 하지 못해서 부진했던 것 같다"며 "그래도 좋은 경험을 쌓았고, 지난해 부다페스트 대회(준결선 11위)보다 좋은 순위를 받았다. 두 달 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내 100m 기록을 단축하고 싶다"고 말했다.

힘이 부칠 만도 했다. 황선우는 지난 24일과 25일 이틀간 전력을 쏟아 세 번의 자유형 200m 레이스(예선·준결선·결선)를 치렀다. 특히 25일엔 오후 8시 열린 결선에서 동메달을 수확한 뒤 시상식과 인터뷰를 소화하고 도핑 검사까지 받았다. 숙소에 도착한 시간은 밤 12시30분, 다시 경기장으로 향하는 셔틀버스에 오른 시간은 26일 오전 8시 30분이었다. 그 후 다시 100분의 1초 차로 순위가 갈릴 수 있는 100m 경기를 아침저녁으로 두 번 뛰었다. 숨돌릴 틈도 없는 강행군이다.

황선우가 26일 일본 후쿠오카 마린메세 후쿠오카홀에서 열린 2023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100m 자유형 준결선을 마친 뒤 아쉬워하며 경기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황선우가 26일 일본 후쿠오카 마린메세 후쿠오카홀에서 열린 2023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100m 자유형 준결선을 마친 뒤 아쉬워하며 경기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황선우는 "부다페스트 대회 때는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딴 게 처음이라 지금보다 더 우왕좌왕했고, 다음날 (100m 경기 전까지) 회복하기가 힘들었다. 이번 후쿠오카 대회에선 어느 정도 경험이 쌓여서 그때보다는 체력을 잘 관리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은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라며 "손에 잡히는 '물 감(感)'은 괜찮았다. 다만 몸에 피로가 누적된 게 느껴졌다. 웜업 때까지만 해도 의식적으로 '힘들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경기 때는 역시 좀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황선우가 26일 일본 후쿠오카 마린메세 후쿠오카홀에서 열린 2023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100m 자유형 준결선에서 역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선우가 26일 일본 후쿠오카 마린메세 후쿠오카홀에서 열린 2023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100m 자유형 준결선에서 역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래도 1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성과다. 황선우는 지난 대회 100m에서 예선을 공동 17위로 마쳐 탈락했다가 케일럽 드레슬(미국)이 경기 두 시간을 앞두고 기권하는 바람에 어부지리로 준결선에 올랐다. 결국 급하게 나선 준결선 레이스에서 전체 11위에 머물렀다. 반면 이번 대회에선 공동 12위로 무난하게 예선을 통과했고, 준결선에서도 결선 진출 커트라인에 가장 근접한 기록으로 레이스를 마쳤다.

황선우는 "올해 남은 아시안게임부터 내년 파리 올림픽까지, 체력 문제로 100m 경기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잘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올해 내 최고 기록 정도를 낸다면 충분히 결선에 갈 수 있다. 다음 대회에선 더 세심하게 신경쓰겠다"고 다짐했다.

황선우는 이제 "주 종목인 자유형 200m만큼이나 집중해서 준비했다"고 밝힌 남자 계영 800m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200m 세계 6위 이호준(22·대구광역시청), 400m 세계 5위 김우민(22), 지난해 쇼트코스 세계선수권 계영 800m 세계 4위를 합작한 양재훈(25·이상 강원특별자치도청)이 그와 함께 사상 첫 단체전 메달에 도전한다.

황선우는 "일단 자유형 100m는 다 끝났으니, 이 결과는 내려놓겠다. 계영 전날 (100m 결선을 치르지 않고) 쉴 수 있어서 어떻게 보면 운이 좋다고 의미 부여를 하고 싶다"며 웃어 보인 뒤 "하루를 푹 쉬고 체력을 회복한 뒤 계영 800m에 다시 온 힘을 쏟아붓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