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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존 9세 사망' 음주 운전자 "백혈병 걸렸다, 징역 7년은 종신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12월 2일 서울 강남구 언북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당시 9세였던 언북초 학생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피해자의 추모공간. 채혜선 기자

지난해 12월 2일 서울 강남구 언북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당시 9세였던 언북초 학생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피해자의 추모공간. 채혜선 기자

서울 강남구 언북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가해자 측이 병을 이유로 감형을 요청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이규홍 이지영 김슬기 부장판사)는 26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40)의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A씨의 변호인은 "염치없지만 피고인은 현재 백혈병에 걸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이라 구금 생활을 버텨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며 피고인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형량을 결정해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이어 "잘못하면 7년의 수형이 종신형이 될 수도 있다"며 "피고인이 구속되고 나서 몸무게가 18㎏이나 빠졌고 구속된 상황이 백혈병 악화에 영향이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변호인은 A씨가 현재 사업에 실패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법원에 공탁한 3억5000만원은 손해배상금과 별도인 위자료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측의 용서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유족 측은 A씨의 공탁금 수령을 거부하는 상황이다.

검찰은 "원심은 도주의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범행 죄질이 좋지 않고 (피해자와) 합의되지 못한 점을 고려할 때 1심형은 가볍다"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A씨 측에 "건강이 안 좋으니까 양형을 줄이라는 건 좀 그렇다"며 "합의를 위해 추후 재판을 열겠다"고 말했다. 두 번째 공판은 오는 9월 1일 열린다.

A씨는 지난해 12월 2일 낮 언북초 앞에서 만취 상태로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운전하다 하교하던 당시 9세 어린이를 들이받고 현장을 이탈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0.08% 이상)인 0.128%로 조사됐다.

1심은 5월 A씨의 구호 조치가 소극적이었음을 인정하면서도 도주 의사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며 뺑소니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이에 검찰과 A씨 측 모두 양형 부당을 주장하며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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