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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직장, 정년 60세’는 꿈…'현실 정년' 49세 "일해야 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4월 경기도 수원 화성행궁 광장에서 열린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경기도 수원 화성행궁 광장에서 열린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3년 전부터 ‘제2의 인생’을 사는 직장인 김대성(53)씨. 김씨는 1997년 한 유통업체에 입사했다. 평생직장이라고 여기며 23년 일하다 2020년 퇴직했다. 48세에 남보다 빨리 임원(상무)으로 승진하는 기쁨도 맛봤다. 하지만 전무 승진에서 밀려 50세 때 그만둬야 했다. 퇴직한 직후에 한 병원에 재취업해 원무팀장으로 일한다. 그는 “정년이 60세라지만 회사 생활하며 정년을 채우는 건 행복한 결말”이라며 “주위에서도 50세 언저리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 출발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씨의 사례는 고령층의 초입에 접어든 중년의 자화상이다. 2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와도 일치한다. 2005년부터 매년 5월 기준 고령층(55~79세) 인구를 조사한 결과다. 올해는 처음으로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에서 근속한 기간과 이직(휴·퇴직)한 연령’을 분석했다.

통계청 분석에 따르면 고령층이 가장 오래 근무한 직장을 그만둘 당시 평균 연령은 49.4세로 집계됐다. 남성은 51.1세, 여성은 47.8세로 남성이 상대적으로 늦게 그만뒀다. 해당 직장에서 근속한 평균 기간은 15년 7개월이었다. 마찬가지로 남성은 19년 1개월, 여성은 12년 2개월로 차이가 벌어졌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쉽게 말해 규정상 정년이 60세이더라도, 일생에서 가장 오래 몸담은 직장에서 맞닥뜨리는 ‘현실 정년’은 49세라는 의미다. 다만 36.4%는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에서 현재도 일하고 있었다. 임경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처음 입사한 회사를 ‘평생직장’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던 5070세대의 실제 정년과 근속 기간을 들여다볼 수 있는 통계”라며 “여성의 경우 출산·육아에 따라 경력을 단절한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직업별로는 농림·어업 숙련종사자(27년 2개월), 관리자·전문가(19년 10개월), 사무직 종사자(16년 11개월)가 길게 일했다. 서비스 판매(12년 6개월), 단순노무(9년 2개월)는 상대적으로 근속 기간이 짧았다. 그만두는 이유로는 사업부진·조업중단·휴폐업(30.2%)이 가장 많았다. 남성은 정년퇴직·권고사직·명예퇴직·정리해고(30.2%), 여성은 가족 돌봄(26.6%)이 많았다. 임경은 과장은 “남성은 회사 사정, 여성은 가족 사정으로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다만 49세 퇴직이 곧 휴식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 고령화에 따라 50세 이후도 일하는 경우가 늘면서다. 분석 대상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0.2%였다. 2005년 이후 역대 최고다. 취업자 수(912만명), 고용률(58.9%)도 마찬가지로 가장 높았다.

고령층의 68.5%가 장래에도 일하기를 원했다. 희망하는 근로 상한 연령은 평균 73세였다. 일하기 원하는 이유는 생활비 보탬(55.8%), 일하는 즐거움(35.6%) 순이었다. 장래 희망하는 임금 수준은 월 200만~250만원 미만(19.8%), 150만~200만원 미만(18.6%) 순이었다.

연금을 받는 고령층 비율은 50.3%였다. 월평균 연금 수령액은 75만원으로 집계됐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50대 이상 중고령자의 적정 생활비는 부부 월 277만원, 개인 월 177만3000원이다. 모아둔 돈이 없다면, 일자리를 찾아야만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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