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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인권도 중요, 학생 책임 강화"…지방의회·교육청 학생인권조례 개정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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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교사의 비극적 사건을 계기로 지방의회와 교육청 등이 학생인권조례 개정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교권 강화 마련을 지시하고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교권 추락 원인으로 학생인권조례를 지목하면서 개정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1일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시민이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교사를 추모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1일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시민이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교사를 추모하고 있다. 뉴스1

전국 광역자치단체와 교육청 등에 따르면 17개 시·도 가운데 학생인권조례를 운용 중인 곳은 서울과 경기·인천·충남·광주·전북·제주 등 6곳이다. 인천은 ‘학교 구성원 인권 증진 조례’를 시행하고 있다.

충남도의회, 조례 폐지 서명부 검토 

가장 속도를 내는 곳은 충남이다. 충남도의회는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요구하는 주민 서명부 검토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3월 제출된 이 서명부에는 2만963명이 이름을 남겼다. 폐지 청구 요건인 1만2073명(충남지역 18세 이상 청구권자 150분의 1 이상)을 훌쩍 넘겼다.

도의회는 서명 유효성을 따져 이르면 오는 9월 회기에서 운영위원회 적격 심의를 시작으로 폐지 절차에 나설 예정이다. 충남학생인권조례는 2020년 7월 1일 공포됐다. 조례에는 학생 체벌과 폭언 금지, 양심과 종교의 자유, 용모와 복장 자유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충남도의회 교육위원회 박정식 의원(아산3·국민의힘)은 “많은 교사가 교권 추락 원인으로 학생인권조례를 지목하고 있다”며 “학생을 보호할 수 없는 조례는 더는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하루빨리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운데)가 25일 국회에서 원내 대책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운데)가 25일 국회에서 원내 대책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충북 수해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교권 추락으로 학교와 교육 현장 자정 능력이 모두 무너져내렸다”며 “학생인권조례가 원인이 됐다고 주장하는 분이 많은데 당 차원에서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교육청 "학생 책무 조항 넣는 방안 검토" 

다른 지자체와 시도교육청도 학생인권조례 개정 검토에 착수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24일 간담회에서 “학생인권조례에 학생 권리 외에 책무(성) 조항을 넣는 부분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개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광주시교육청도 (학생들의) 의무와 권한이 균형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교육청은 구체적인 개정 방안을 마련했다. ‘학생은 인권을 학습하고 인권을 스스로 보호하며, 교장 등 다른 사람 인권을 존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4조(책무) 3항에 ’학생 및 보호자는 교육받을 권리를 위해 다른 학생 학습권과 교원의 교육활동을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지난 21일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서울 서이초등학교를 찾아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교사를 추모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1일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서울 서이초등학교를 찾아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교사를 추모하고 있다. 뉴스1

경기도에서는 최근 몇 년간 교권 침해 사례가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교육청이 진행한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20년 277건이던 교권 침해는 2021년 539건, 지난해는 799건으로 급증했다. 2년 만에 3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경기교육청, 교권침해 2년 새 3배로 증가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는 학생 개개인 권리를 강조하지만 다른 학생 권리를 침해했을 때는 균형적인 접근이 안 돼 있다”며 “학생 개인의 권리 보호 중심인 조례를 모든 학생 학습권과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방향으로 전면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전북도교육청은 학생과 교직원을 모두 포함한 ‘학교 구성원 인권 증진 조례’와 ‘전북교육인권조례’를 각각 시행 중인 만큼, 교원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이다. 반면 제주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권이 침해된다는 것은 비약”이라고 조례 개정에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2일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전국교사모임 주최로 열린 서초 서이초 교사 추모식 및 교사 생존권을 위한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교사 처우 개선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2일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전국교사모임 주최로 열린 서초 서이초 교사 추모식 및 교사 생존권을 위한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교사 처우 개선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은 학생인권조례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권이 침해된다는 게 아니라고 한다. 전교조 관계자는 “교권과 학생 인권이 대립적인 관계가 아닌데, 정부와 교육 당국이 대립하는 프레임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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