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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돈 아깝다고 계속 혈세 붓나"...광양·상주판 '유령 테마파크' [영상]

중앙일보

입력

“비만 오면 물바다”…또 배수로 공사 

지난 13일 오후 2시쯤 전남 광양시 봉강면 백운저수지. 굴착기 한 대가 굉음을 울리며 연신 땅을 파헤치고 있었다. 2018년 6월 완공된 오토캠핑장(3만4223㎡) 배수로를 다시 뚫는 공사였다. 텐트 39동을 치도록 만든 캠핑장 곳곳에 빗물이 가득 차 있었다.

[2023 세금낭비 STOP]

주민 정성진(57·광양시)씨는 “비가 조금만 와도 캠핑장과 이 일대 백운제농촌테마공원 전체가 물바다가 되곤 한다”며 “얼마나 공사를 엉망으로 했으면 5년 전에 만든 배수로 옆에 또 배수로를 뚫겠느냐”고 했다.

지난 13일 오후 전남 광양시 백운제 농촌테마공원 내 오토캠핑장 배수로를 새로 뚫기 위해 굴착기가 땅을 파헤치고 있다. 이 곳은 113억원을 들여 2018년 6월 완공됐지만 5년 이상 문을 열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최경호 기자

지난 13일 오후 전남 광양시 백운제 농촌테마공원 내 오토캠핑장 배수로를 새로 뚫기 위해 굴착기가 땅을 파헤치고 있다. 이 곳은 113억원을 들여 2018년 6월 완공됐지만 5년 이상 문을 열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최경호 기자

축구장 11개 공원…5년째 문도 못 열어 

백운제농촌테마공원은  축구장 11개 크기인 8만1655㎡ 면적에 오토캠핑장과 물체험장·잔디광장 등을 갖췄다. 하지만 2018년 완공 뒤 계속 방치되고 있다. 이후 시설 관리비·교체비로 추가 예산만 쓴다. 사업비 113억원 가운데 광양시 예산은 63억원, 국비가 50억원이다.

백운제공원은 전형적인 세금 낭비 사례로 꼽힌다. 시장 3명이 교체되는 동안 민자유치 실패와 용수 공급, 토지 사용료 문제 등이 발목을 잡았다. 광양시내는 물론이고 공원 내 시설 간 접근성도 떨어져 “입지요건·수요분석부터 잘못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다.

지난 13일 오후 전남 광양시 백운제 농촌테마공원 내 친환경 놀이터가 ‘접근금지’ 푯말이 붙은 채 방치돼 있다. 이 곳은 113억원을 들여 2018년 6월 완공됐지만 5년 이상 문을 열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최경호 기자

지난 13일 오후 전남 광양시 백운제 농촌테마공원 내 친환경 놀이터가 ‘접근금지’ 푯말이 붙은 채 방치돼 있다. 이 곳은 113억원을 들여 2018년 6월 완공됐지만 5년 이상 문을 열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최경호 기자

오토캠핑장 ‘황무지’…놀이터는 ‘접근금지’

이날 백운제공원 곳곳은 황무지를 방불케 했다. 축구장 3.8배 크기인 오토캠핑장에는 벤치 몇 개와 운동시설 외에 볼거리나 체험시설은 없었다.

그나마 입구 쪽에 조성한 놀이터는 ‘접근금지’ 푯말이 붙어 있고, 관리사무소와 샤워실·취사실 등도 모두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지난 13일 오후 전남 광양시 백운제 농촌테마공원 내 작업 현장. 이 곳은 113억원을 들여 2018년 6월 완공됐지만 5년 이상 방치되면서 시설 관리비·교체비로 추가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13일 오후 전남 광양시 백운제 농촌테마공원 내 작업 현장. 이 곳은 113억원을 들여 2018년 6월 완공됐지만 5년 이상 방치되면서 시설 관리비·교체비로 추가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13일 오후 전남 광양시 백운제 농촌테마공원 내 오토캠핑장의 배수로를 새로 뚫기 위해 굴착기가 땅을 파헤치고 있다. 이 곳은 113억원을 들여 2018년 6월 완공됐지만 5년 이상 문을 열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최경호 기자

지난 13일 오후 전남 광양시 백운제 농촌테마공원 내 오토캠핑장의 배수로를 새로 뚫기 위해 굴착기가 땅을 파헤치고 있다. 이 곳은 113억원을 들여 2018년 6월 완공됐지만 5년 이상 문을 열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최경호 기자

농어촌공사 손 뗀 후 파행…“화 키운 광양시”

농촌테마공원 파행은 한국농어촌공사가 2012년 10월 투자 계획을 접으면서 시작됐다. 당시 경기침체와 자금 투자 여력 미흡 등을 이유로 들었다.

광양시는 투자처가 없어졌는데도 사업을 강행했다. 민자유치에 나섰으나 나서는 곳이 없었다. 이 과정에서 테마공원 내 리조트·콘도·건강센터 등을 조성하려던 계획이 대부분 축소·폐지됐다.

지난 13일 오후 전남 광양시 백운제 농촌테마공원 내 물체험 시설. 2018년 6월 완공된 물놀이장은 용수공급 문제 등으로 5년 이상 개장하지 못한채 방치됐다. 최경호 기자

지난 13일 오후 전남 광양시 백운제 농촌테마공원 내 물체험 시설. 2018년 6월 완공된 물놀이장은 용수공급 문제 등으로 5년 이상 개장하지 못한채 방치됐다. 최경호 기자

물체험장, 2주간 개장…“추가 예산 낭비” 우려 

비난이 커지자 광양시는 물체험장을 개장키로 했다. 오토캠핑장에서 차로 5분 거리인 물놀이 시설(1557㎡)을 오는 27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운영한다. 물체험장은 용수 확보나 접근성 문제 등으로 방치해왔다.

이에 대해 광양시 안팎에선 ‘보여주기식 운영’이라는 말이 나온다. 완공 5년 만에 또다시 추가 예산을 투입해 물놀이장을 여는 기간이 2주일에 불과해서다. 이곳은 올해 첫 개장을 앞두고 노후화한 시설을 보수하는 데만 1억7000만원이 추가로 투입됐다.

지난 13일 오후 전남 광양시 백운제 농촌테마공원 내 물체험 시설 전경. 2018년 6월 완공된 물놀이장은 용수공급 문제 등으로 5년 이상 개장하지 못한채 방치됐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13일 오후 전남 광양시 백운제 농촌테마공원 내 물체험 시설 전경. 2018년 6월 완공된 물놀이장은 용수공급 문제 등으로 5년 이상 개장하지 못한채 방치됐다. 프리랜서 장정필

백성호 광양시의원 “사업 재검토해야”

광양시 관계자는 “당초 백운저수지 물을 쓰려고 했으나 수질 문제가 제기됐다"라며 "이후 상수도로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업이 지연됐다”며 “물체험장 개장에 이어 오토캠핑장 문도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백성호 광양시의원은 “수년간 투입된 돈이 아깝다고 계속 혈세를 쏟아붓는 건 더욱 심각한 문제”라며 “농촌테마파크 수요조사와 물체험장 규모, 오토캠핑장과 접근성 등 전면적인 사업 재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오후 전남 광양시 백운제 농촌테마공원 내 작업 현장. 이 곳은 113억원을 들여 2018년 6월 완공됐지만 5년 이상 방치되면서 시설 관리비·교체비로 추가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13일 오후 전남 광양시 백운제 농촌테마공원 내 작업 현장. 이 곳은 113억원을 들여 2018년 6월 완공됐지만 5년 이상 방치되면서 시설 관리비·교체비로 추가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4만7000㎡ 테마파크…휴관한 듯 ‘썰렁’

지방 도시에 조성된 농촌테마파크 문제점은 경북 상주시에서도 불거졌다. 지난 4일 찾아간 상주시 복룡동 삼백농업농촌테마파크는 휴관을 한 것처럼 한산했다. 축구장 6.6배 크기인 4만7166㎡ 규모 공원에는 방문객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삼백농촌테마파크는 상주시가 2014년 210억원을 투입해 조성한 체험형 공원이다. 쌀·곶감·누에 등 상주를 상징하는 세 가지 흰 특산물(三白·삼백)에서 명칭을 따왔다. ‘삼백시네마’라는 영화관을 중심으로 야외에는 잔디광장과 경작체험공간·전시공간·초화류공원·동네우물 등을 조성해놓았다.

지난 4일 오후 경북 상주시 복룡동 삼백농업농촌테마파크 곳곳이 휴관을 한 것처럼 한산하다. 210억원을 투입한 축구장 6.6배 크기(4만7166㎡) 공원에는 이날 방문객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김정석 기자

지난 4일 오후 경북 상주시 복룡동 삼백농업농촌테마파크 곳곳이 휴관을 한 것처럼 한산하다. 210억원을 투입한 축구장 6.6배 크기(4만7166㎡) 공원에는 이날 방문객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김정석 기자

영화관 불 꺼지고…동네우물은 바짝 말라

이날 삼백시네마 건물 안은 불이 꺼져 있었다. ‘현재상영작’과 ‘상영예정작’을 안내하는 게시판에는 포스터도 걸려있지 않았다. 애초 홍보영상관으로 운영됐던 건물은 공연장을 거쳐 영화관으로 용도를 계속 바꿨으나 현재는 빈 건물로 방치돼 있다.

야외 시설물도 관리가 안 되고 있었다. 식수가 나온다던 동네우물은 바싹 말라 있었고, 보도블록 사이엔 잡초가 무성했다. 인근 초화류공원은 잡초만 자라 있었고 경작체험공간은 아예 찾아볼 수도 없었다.

지난 4일 오후 경북 상주시 복룡동 삼백농업농촌테마파크 곳곳이 휴관을 한 것처럼 한산하다. 210억원을 투입한 축구장 6.6배 크기(4만7166㎡) 공원에는 이날 방문객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김정석 기자

지난 4일 오후 경북 상주시 복룡동 삼백농업농촌테마파크 곳곳이 휴관을 한 것처럼 한산하다. 210억원을 투입한 축구장 6.6배 크기(4만7166㎡) 공원에는 이날 방문객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김정석 기자

경상감영공원도 인적 끊겨…“유령마을” 비난

삼백농촌테마파크와 인접한 ‘태평성대 경상감영공원’도 ‘유령마을’이란 지적이 나온다. 국비 120억원 등 188억원을 투입한 시설이지만 외면당하고 있다. 2020년 5월 문을 연 공원 안에는 6만5114㎡ 부지에 전통한옥시설 18동이 들어서 있다. 조선시대 관찰사가 집무하던 경상감영이 임진왜란 전까지 상주에 있었던 것을 기념해 만들었다.

공원 안에 들어서니 새로 지은 한옥 사이로 여러 체험시설이 있었지만, 방문객은 없었다. 공원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주말에는 100명 정도가 찾을 때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 4일 오후 경북 상주시 복룡동 ‘태평성대 경상감영공원’ 곳곳이 한산하다. 188억원을 투입해 2020년 5월 문을 연 시설은 ‘유령마을’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시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김정석 기자

지난 4일 오후 경북 상주시 복룡동 ‘태평성대 경상감영공원’ 곳곳이 한산하다. 188억원을 투입해 2020년 5월 문을 연 시설은 ‘유령마을’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시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김정석 기자

“추가 문화시설 건립” VS “또 예산 낭비”

상주시는 공원 활성화를 위해 추가 문화시설 건립 등을 검토하고 있어 “또다시 예산을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강영석 상주시장은 “테마공원의 활성화를 위해 문화예술회관 건립한 후 경상감영공원과 경상제일문·생활체육공원을 연계해 농촌 지역 자원을 활용한 문화·체육·관광 복합단지 조성을 장기적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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