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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온 9세 돌려보냈더니 신고…동네 유일 소아과 "문 닫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3일 임현택 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페이스북에 ″병원 문 닫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공지문이 찍힌 사진 한 장을 게재했다. 출처 페이스북

지난 23일 임현택 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페이스북에 ″병원 문 닫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공지문이 찍힌 사진 한 장을 게재했다. 출처 페이스북

동네 유일의 소아청소년과가 혼자 병원에 온 9세 아동을 돌려보낸 뒤 보호자의 민원으로 폐원 의사를 밝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한장의 사진을 게시했다. “의원 문 닫겠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시작되는 사진 속 A4 공지문은 “본 의원은 환아의 안전과 정확한 진찰을 위해 14세 미만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은 진료는 응급상황이 아닌 이상 시행하지 않고 있다”며 “최근 9세 초진인 환아가 보호자 연락과 대동 없이 내원하여 보호자 대동 안내를 하였더니 이후 보건소에 진료거부로 민원을 넣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간 어려운 상황에도 소아청소년 진료에 열심을 다한 것에 대해 회의가 심하게 느껴져서 더는 소아에 대한 진료를 지속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며 “안타깝지만 소아청소년과 진료의 제한이나 소아청소년과로서의 폐업 및 성인 진료로 전환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1일 임 회장은 페이스북에 “후배한테 전화가 왔는데 아홉살짜리 아이 혼자 진료 받으러 왔길래 부모한테 전화하라고 했더니 부모가 보건소에 진료거부로 신고해서 보건소 공무원이 진료 거부 조사명령서를 가지고 나왔다고 한다”며 “아주 어이없어한다. 이 후배는 소아청소년과 잘되는데도 불구하고 접고 아이들 안 보는 일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지역의 소아청소년과는 여기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 시내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에 폐업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에 폐업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소식이 전해지자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9세 아이의 보호자로 추정되는 작성자가 올렸던 글이 뒤늦게 화제가 됐다. 작성자는 게시글에서 “아이가 학교에서 열난다고 연락이 와서 하교 후 애플리케이션으로 진료를 예약하고 순서 맞춰 보냈다”며 “그런데 만 14세 이하는 보호자 없이 진료를 볼 수 없다고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고 썼다.

그러면서 “아이가 열이 많이 나서 힘들어하는데도 단칼에 5분 이내로 오실 수 있냐 해서 근무 중이라 바로 못 간다(고 했다)”며 “아이는 제 퇴근 시간 맞춰 다른 의원으로 보냈다. 절 보는 순간 아이가 너무 아프다며 펑펑 우는데 속에서 천불이 나더라”고 썼다. 이어 “병원 가서 열을 쟀더니 39.3도 나왔다. 당장 어디다 민원 넣고 싶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다만 현재 해당 게시물은 삭제된 상태다.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은 미성년자의 진료거부는 의료법 제15조와 보건복지부가 규정한 ‘진료거부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다만 보호자 없이 미성년자를 진료할 경우 여러 문제에 연루될 가능성이 있어 보호자가 동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한소아청소년의사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소아청소년과 병·의원 662곳이 경영난으로 폐업했다. 수입이 적고 의료소송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은 등 여러 부담으로 인해 소아청소년과를 기피하는 의사들이 늘면서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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