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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업계에 칼 빼든 문체부…출판협회 "규정에 따라 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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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4일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가 지난 5년간 서울국제도서전의 수익금 내역을 누락했다며 보조금법 위반 혐의가 밝혀지면 책임자를 수사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출협은 이날 오후 윤철호 회장 명의의 반박 입장문을 내고 박 장관의 해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4일 서울 용산구 문체부 서울사무소 회의실에서 열린 언론 간담회에서 K-북, K-출판 재도약 실천의 진행 상황 및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문화체육관광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4일 서울 용산구 문체부 서울사무소 회의실에서 열린 언론 간담회에서 K-북, K-출판 재도약 실천의 진행 상황 및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문화체육관광부]

박 장관은 이날 문체부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출협의 회계처리를 들여다본 결과 서울국제도서전의 수익금 상세 내역 누락 등 탈선 행태가 발견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출판 사업의 방만 경영을 수술하겠다"고 했다.

출협은 국고보조금이 집행되는 출판계 민간 단체로,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보조금 집행과 수익금 사용 등을 감독하고 있다.

문체부는 이날 출협이 2018년부터 5년간 보조금 정산 과정에서 수익금의 상세 내역을 출판진흥원에 제출하지 았았고 감독 기관인 출판진흥원도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는 10억원 규모의 국고 보조금이 지원됐다. 여기에 더해 도서전 관객 입장료와 출판사 등 참가 기관의 부스 사용료로 출협이 수억 원대의 자체 수익을 올린다는 것이 문체부의 설명이다. 문체부는 출협이 서울국제도서전의 수익금 초과 이익 국고 반납 등 기본적인 회계 처리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출협이 해외 기관으로부터 받은 참가비 등 수익금 내역 일부를 누락하는 등 감사 과정에 부적절하게 대응했다고 지적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4일 서울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에서 열린 K-북 비전 관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4일 서울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에서 열린 K-북 비전 관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박 장관은 "조사 결과 보조금법 등 실정법 위반 혐의가 밝혀지면 출협 책임자에 대해 관계 당국에 수사 의뢰를 할 것"이라며 "출판진흥원에 대해서도 정산 업무 소홀에 대한 감독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감사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이유에 대해서는 "감사가 최종 단계에 와 있고 출협이 감사에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한편 출협은 이날 오후 윤철호 회장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문체부의 지적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박 장관이 서울국제도서전 운영에서 보조금이 부정하게 관리됐다고 언급한 데 대해선 "대한출판문화협회는 규정에 따라 보조금을 정산했으며 필요한 자료를 모두 제출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으로부터 정산이 끝났다는 내용의 공문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십수년간 서울국제도서전과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의 담당관과 한국출판산업진흥원의 승인 없이 정산을 마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지난주 문화체육관광부 감사실의 출협 방문 감사 시에는 아예 관련된 모든 통장 자체를 공개했다"고 반박했다.

통장 내역 일부를 지웠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대한출판문화협회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산하 기관이 아니다"며 "문체부가 통장 내역을 요구한다고 해서 (보조금과 관련 없는) 협회의 다른 거래 내역까지 모두 밝혀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출협은 국제도서전 수익금의 초과 이익을 국고에 반납하지 않았다는 문체부 지적에는 "서울국제도서전은 민간 행사이고, 이 행사를 열 때 국고보조금을 받았다고 해서 초과 이익을 국고에 반납할 이유는 없다"면서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주최한 행사에서 예상보다 수익이 더 생긴 것 자체가 문제이며, 그 모든 것을 정부에 알려야 한다는 것이 문체부의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26년간 서울국제도서전을 열면서 이런 요구는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출협은 도서전에서 박 장관으로부터 무리한 요구를 받았다고도 주장했다. 박 장관이 "서울국제도서전을 준비하는 동안 자신이 가장 중심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요구가 관철되지 않자 장관은 행사 전에 자신이 도서전을 안내하는 기이한 상황을 만들어냈다"고 했다. 출협은 이어 "자기가 맡은 일의 역사와 중요도를 전혀 판단할 능력이 없다"며 박 장관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앞서 문체부는 한국 문학과 출판을 중심 사업으로 지정하고, 지난 6월 출판계 재도약을 위한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출판진흥원과 한국문학번역원 등 출판 정책을 담당하는 기관을 상대로 감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84억원의 예산이 지원된 출판진흥원의 세종도서 선정 구입의 투명성 부족, 16억원의 보조금이 투입된 문학번역원의 번역출판지원 사업의 심사위원 선정 문제 등을 지적하고 혁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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