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고래로봇’ 타고 바닷속으로? “든든한 데이터 덕분에 상상이 현실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재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 사진 KISTI

김재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 사진 KISTI

2060년 기후위기로 지구의 터전이 줄어들자 인류는 해저로 이사 계획을 세운다. 과학자들은 ‘고래 로봇’을 타고 먼바다와 심해의 환경을 탐사하고, 사람들이 살아갈 해저기지 터전을 닦는다-.

김재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 인터뷰

이 공상과학(SF) 소설 같은 이야기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진행 중인 미래 도전형 과학기술 과제 ‘나는 미래다’에 최종 후보에 오른 시나리오다.

지난해 개원 60주년을 맞은 KISTI는 창립 100주년에 맞춰 미래 세상을 바꿀 도전적 연구 아이템 발굴을 위해 대국민 아이디어를 모집했다. 모두 550여 편의 후보작이 응모해 ‘AI 고래 로봇을 활용한 폐수 정화’와 ‘치매 환자 기억재생 브레인 칩’이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내달 8일 대전 유성구 드림아레나에서 열리는 대국민 발표회에서 전문가와 일반인으로 구성된 심사단이 최종 우승작을 가린다.

김재수 KISTI 원장은 24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KISTI는 국가 슈퍼컴퓨터를 운영하는 유일한 데이터 중심 연구기관”이라며 “그간 쌓아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 문제를 해결할 세계 첫 연구개발(R&D)에 도전하자는 취지에서 대국민 아이디어 오디션을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미래 주역이 될 어린이들에게 ‘어떤 미래에 살고 싶으냐’고 묻는 게 시작이었습니다. 미래 세대가 현세대에게 낸 숙제를 R&D 연구로 풀어보자는 구상이었지요. 그림일기 형식으로 아이디어가 접수됐습니다. 이 가운데 ‘40년 뒤 꼭 필요하겠다’는 아이디어를 추려낸 겁니다. 최종 우승작은 전 세계 전문가 집단과 머리를 맞대고 꿈을 현실화하는 프로젝트에 나설 예정입니다.”

KISTI는 해외 과학기술 정보 수집이 쉽지 않던 1962년 한국과학기술정보센터(KORSTIC)로 출범했다. 국내 연구자들에게 최신 논문·연구자료를 유통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이젠 인터넷의 발달로 연구자들이 검색 창에 입력하는 것만으로도 해외 논문을 손쉽게 읽어볼 수 있게 됐고, KISTI는 그간 축적해온 국가 R&D 데이터베이스(DB)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김 원장은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건 데이터의 힘이다. 데이터와 슈퍼컴퓨터 인프라를 활용하면 미래를 예측하는 데이터 분석이 가능하다”며 “KISTI에 수의사도 2명이 있는데, 믿어지느냐. 다양한 전공자가 융합해 한계 돌파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40년 뒤 실제 목표했던 성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국가적으로 R&D 역량을 쌓아나가고, 부수적 이득도 클 것이란 확신이 있습니다. 연구를 열심히 했어도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경우를 ‘성실 실패’라고 하는데, 이번 공모전을 계기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연구 풍토가 확산했으면 합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