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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채 시험문제 유출 무죄…MBC 前공정노조위원장, 손배소는 패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회사의 이념이 편향적이라며 신입사원 공채시험 문제를 유출한 MBC 전 노조위원장이 민사 소송에서 패소했다. 그는 앞서 진행된 형사 사건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8단독 장원정 판사는 이순임 전 MBC 공정방송노조위원장이 회사와 최승호 전 사장을 상대로 2억원을 청구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 전 위원장은 2018년 3월 회사 내부망에 MBC 신입사원 공채 필기시험지 사진을 올려 “회사가 이념 편향적인 시험 문제를 출제했다”고 주장했다.

그가 문제 삼은 문항은 ‘남북 올림픽 단일팀에 대한 긍정 평가가 늘고 남북 간 대화 분위기도 고조된 현시점에서 두 견해를 되짚어보고 그 의미를 평가하라’, ‘평화 혹은 공정성에 관한 본인의 생각을 드러나도록 하라’ 등이었다.

이 전 위원장은 이같은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고, 시험감독관으로 들어갔다가 시험지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MBC는 업무상 횡령·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이 전 위원장을 고소했고, 검찰은 2019년 그를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이 과정에 이 전 위원장은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이 전 위원장의 청구로 진행된 정식 재판에서 법원은 “법 위반 구성요건에는 해당하지만 정치적 이념에 대한 문제 제기는 허용돼야 한다”며 무죄로 판결했다.

이 전 위원장은 무죄가 확정되자 “‘찍어내기’식으로 형사 고소해 사회적 지위와 인간관계, 나아가 정년퇴직 후 취업에 지장을 주는 등 정신적 고통과 경제적 피해를 줬다”며 2021년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가 처음부터 원고를 찍어낼 목적으로 고소를 한 것은 아니며, 원고의 피의사실이 업무상 횡령 등 구성요건을 충족한다는 점에서 권리의 남용이라고 인정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회사 측에서 곧바로 형사고소로 대응하는 것은 언론사가 지향해야 할 언론·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바람직하지는 않다”면서도 “내부 시험지 무단 유출에 대해 형사적 절차로 주장하는 것 또한 MBC의 헌법적·법률적 권리”라고 했다.

이 전 위원장이 체포됐던 것에 대해서는 “원고가 총 4차례 출석요구에 불응했기 때문”이라며 회사의 관여와는 무관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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