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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고친 친명·혁신위의 학살"…‘수박깨기 공천룰’에 비명계 격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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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친(親)이재명계 원외 인사들이 22대 총선 공천룰 재개정 문제를 이슈화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김은경혁신위가 ‘공천룰 재검토’를 시사하면서 정치권에선 “민주당 공천 전쟁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 6월 20일 열린 김은경혁신위 1차 회의에 참석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왼쪽)과 김은경 위원장(오른쪽) 모습. 김현동 기자

친(親)이재명계 원외 인사들이 22대 총선 공천룰 재개정 문제를 이슈화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김은경혁신위가 ‘공천룰 재검토’를 시사하면서 정치권에선 “민주당 공천 전쟁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 6월 20일 열린 김은경혁신위 1차 회의에 참석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왼쪽)과 김은경 위원장(오른쪽) 모습. 김현동 기자

드디어 올 게 오는 걸까. 내년 총선 공천룰 재(再)개정 문제를 놓고 더불어민주당 내분이 격화할 조짐이다. 친(親)이재명계 원외 인사와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이 ‘현역 물갈이 공천룰’ 도입을 요구한 상황에서, 김은경혁신위원회까지 ‘공천룰 재검토’를 시사하면서다. 민주당 홈페이지에 올라온 관련 청원은 23일 오후 1시쯤 동의 인원 5만명을 넘겨, 당 지도부가 답변해야 할 기준을 채웠다.

지난달 25일 당 홈페이지에 처음 올라온 ‘제22대 총선 후보자선출규정 특별당규 개정’ 청원은 지난 5월 중앙위원 투표(50%)와 권리당원 투표(50%)로 이미 확정한 공천룰을 다시 바꾸라는 주장이다. 당시 민주당이 확정한 공천룰은 20대 총선 때와 별반 차이가 없었지만, 청원을 낸 이들은 여기에 더해 ▶전략공천 지역 외 경선 의무화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현직 국회의원 페널티(경선 득표 50% 감산)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50%)·전국권리당원투표(50%)로 현역 의원 평가 ▶평가 결과 하위 20% 현역 의원 페널티(명단 공개, 경선 득표 50% 감산)등을 추가로 요구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대부분의 규정이 3선 이상 중진 의원, 또 권리당원이 비토하는 현역 의원에 대해 ‘경선 득표 50% 감산’을 강제하는 내용인 탓에, 당내에선 ‘비(非)이재명계 학살 공천룰’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경선 득표에서 50% 감산한다는 건 사실상 ‘컷오프’(공천 배제)를 의미한다”며 “게다가 친명 강경파 대다수가 초·재선이란 점을 고려하면 이 청원은 ‘물갈이’를 빙자한 비명계 학살 청원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청원을 주도하는 개딸과 친명계 유튜버들 역시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으로 민주당 비명계를 뜻하는 은어) 깨는 청원”으로 홍보해 왔다.

게다가 이 청원엔 친명계 원외 정치인과 유튜버가 대거 가담했다. 청원 글에 첨부된 연대인 목록에는 박진영·현근택·김준혁·남영희·조상호 등 원외 친명계 인사와 새날·시사의품격 등 친명계 유튜버 등 160여개 명단이 들어있다. 친명계 유튜버들은 이날 오전까지 “수박들이 단수 공천받아 본선으로 진행하는 걸 막자는 청원”이라는 영상(유튜버 ‘정치쉽단’)을 올리며 서명을 독려했다.

더불어민주당 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총선 공천 룰 개정 청원'을 홍보하기 위해 제작된 시각 자료. 트위터 캡처

더불어민주당 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총선 공천 룰 개정 청원'을 홍보하기 위해 제작된 시각 자료. 트위터 캡처

친명계 원외 인사 그룹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혁신회의)도 지난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총선 승리를 위해 현역 의원 중 적어도 50%는 물갈이돼야 한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이들이 요구한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의원 경선 득표율 50% 감산 ▶현역의원 평가 결과 공개 후 득표율 감산 ▶후보자 추천 시 당 정체성 항목 신설 등은 청원 내용과 똑같다. 혁신회의 사무총장은 이 대표가 경기지사일 때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장을 지낸 강위원 민주당 기본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맡았다.

이들이 주장하는 공천룰은 곧 김은경혁신위원회에 전달될 예정이다. 혁신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해식 의원은 지난 17일 유튜브 박시영TV에 출연해 ‘청원 5만명이 넘으면 이를 혁신위에 공유해달라’는 운영자 요청에 “당연히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위 역시 기본적으로 공천 쇄신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서 “당원 및 국민 제안의 다수를 차지하는 공천규칙, 대의원 제도 등도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20일 라디오에선 “여러분들이 ‘물갈이는 해야 한다. 인적 쇄신이 너무나 중요하다’고 말씀들을 하시니까, 그런 차원에서 이(공천룰) 문제에 접근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과 더민주전국혁신회의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10대 공천 혁신안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은 "민주당이 총선승리를 위해 현역 의원 중 적어도 50%는 물갈이 되어야 한다"며, "3선 이상 다선의원 4분의 3이상 물갈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2023.7.19/뉴스1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과 더민주전국혁신회의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10대 공천 혁신안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은 "민주당이 총선승리를 위해 현역 의원 중 적어도 50%는 물갈이 되어야 한다"며, "3선 이상 다선의원 4분의 3이상 물갈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2023.7.19/뉴스1

그러자 유튜브 새날 운영자는 21일 방송서 “지금부터가 진짜”라며 “혁신위가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금지, 대의원제 폐지를 제시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분위기를 잡았다. 그래서 비명계를 중심으로 “개딸들과 친명계 원외인사들과 유튜버들, 여기에 혁신위까지 짜고 치는 고스톱식으로 스크럼을 짠 것 아니냐”는 불편함을 숨기지 않고 있다.

3선 이원욱 의원은 최근 라디오에서 이 문제에 대해 “평가하고 싶지 않다”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당 지도부에 소속된 비명계 초선 의원은 “더민주혁신회의가 주장하는 건 친명 원외 인사 공천만을 위한 룰 변경 외 다른 의미가 없지 않나”라며 “이런 주장이 혁신위를 통해 당으로 타고 올라오면 전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이미 “친명계-원외-혁신위 연합군 대(對) 비명계-중진 반군(叛軍)의 물밑 전쟁이 벌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13일 의원총회 때 김은경혁신위가 요구한 ‘불체포 특권 포기 서약’에 친명계가 아닌 중진 의원들(변재일·설훈·김태년·전해철)이 공개 반발한 장면이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특권 포기에 대한 반발이 사실은 공천룰 변경 문제를 논의할 혁신위의 힘을 사전에 견제하기 위해서였다는 뜻이다. 실제 일부 중진 의원은 지난 14일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는 성명을 낸 초·재선 의원들을 상대로 “이번만큼은 성명을 안 낼 수 없겠나”라고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공천룰 변경이란 위험한 뇌관이 민주당을 본격적으로 뒤흔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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