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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넷플릭스 파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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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전영선 기자 중앙일보 팀장
전영선 K엔터팀장

전영선 K엔터팀장

미국작가조합의 파업이 두 달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14일엔 미국배우조합도 파업을 시작했다. 할리우드 양대 노동조합이 ‘듀얼 파업’에 나선 것은 1960년 이후 처음이다. 1960년 할리우드의 첫 대규모 파업은 22주간 계속됐다. 할리우드 8대 메이저 영화사와 협상 끝에 재상영에 대한 보상이 확립됐다. 작가 연금기금과 의료보험 제도도 도입됐다.

이후 콘텐트 제작, 소비 환경 변화가 올 때마다 할리우드는 파업을 경험했다. 1981년엔 케이블 시대를 맞아 유료채널재상영권, 1988년엔 홈비디오 수익 분배, 2007~2008년엔 뉴미디어와 DVD 출현 대응을 위한 단체 행동이 이어졌다.

올해 할리우드 파업의 가장 큰 쟁점은 넷플릭스로 상징되는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환경에서 공정한 수익 분배다. 가히 ‘넷플릭스 파업’으로 기록할 만하다. 작가나 배우가 지상파·케이블 등에서 받던 영화·방송 콘텐트 재상영 수익은 점점 줄어든다. 반면 재상영 개념이 없는 스트리밍에선 추가 수입을 기대할 수 없다.

작가의 경우 스트리밍 시대의 업무 환경 악화를 걱정한다. 미국 언론은 글쓰기가 제작에서 분리되는 현상을 주목하고 있다. 예전엔 한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1년은 같은 일을 했지만 최근엔 계약 기간이 20주 정도로 짧아졌다. 작가들은 프로젝트 초반 투입돼 할당 업무를 다 하면 계약은 종료된다. 소수만 프로젝트 전 기간 계약을 유지하기 때문에 나머지는 더 자주, 더 많은 일거리를 찾아야 한다. 배우들도 사라지는 공개 오디션,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내는 조연이 걱정이다.

할리우드 상황은 남의 일이 아니다. 기술의 발전은 화이트칼라 업무 중 상당 부분을 줄여준다. 잡무에서 해방된 인간은 앞으로 중요한 업무만 하면 된다는 말은 우선은 달콤하다. 당장 기자 직종에서도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많이 생겼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인터뷰 등을 녹음해 이를 다시 들으면서 글로 푸는 데 상당한 시간을 들였다. 이젠 스마트폰에 녹음한 뒤 텍스트 변환 애플리케이션에 넣으면 1분 안에 글로 풀어준다. 편리하지만 그만큼 필요한 기자의 수도 줄었다. 주인공, 핵심 인력이 될 자신이 없는 인간의 고민은 이제 시작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