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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 '치사율 최대 6배'…운전한다면 이 '3가지' 꼭 살펴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23 안전이 생명이다②] 피해 큰 장마철 빗길 사고 

지난 11일 오후 포항대구고속도로에서 승용차가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중앙분리대를 들이 받았다. 뉴스1

지난 11일 오후 포항대구고속도로에서 승용차가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중앙분리대를 들이 받았다. 뉴스1

 #. 지난 2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동홍동의 한 회전교차로에서 차량이 도로 연석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해 70대 여성 운전자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 이틀 뒤인 4일 오전에는 전북 남원에서 40대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가드레일과 부딪친 뒤 충격으로 불이 났다. 이 사고로 운전자와 뒷자리에 타고 있던 10대 아들이 목숨을 잃었다.

#. 14일 오후 충북 영동군 영동읍의 한 국도에선 SUV 차량이 도로를 벗어나 길가에 있던 전신주를 들이받았다. 이 때문에 30대 운전자가 숨지고 동승한 60대 남녀가 중상을 입었다.

 최근 발생한 이들 안타까운 교통사고의 공통점은 바로 '빗길 운전'이다. 비가 내리는 도로에서 차량이 미끄러지면서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많은 비가 내리는 장마철인 7~8월은 빗길 교통사고 위험이 유독 높다.

 23일 한국교통안전공단(이하 공단)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0~2022년) 발생한 교통사고는 모두 60만 9626건이었으며 이로 인한 사망자는 7198명이었다. 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를 나타내는 치사율은 1.18명이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이 가운데 비가 오는 날 발생한 교통사고는 전체 사고의 6.3%인 3만 8614건으로 사망자는 모두 776명이었다. 치사율이 2.01명으로 전체 교통사고 치사율의 1.7배나 됐다. 그만큼 빗길에서 사고가 나면 인명 피해가 커진다는 의미다.

빗길 교통사고는 특히 장마철이 더 위험하다. 빗길 교통사고 사망자의 32.9%(255명)가 7월과 8월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빗길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3명 중 한명은 이 기간에 숨졌다는 얘기다. 

게다가 장마철 고속도로에서 일어나는 빗길 사고는 훨씬 치명적이다. 치사율이 9.14명으로 같은 기간 전체 도로에서 생긴 교통사고 치사율(1.46명)의 6.3배가 넘는다. 또 같은 기간의 전체 빗길 교통사고(2.01명)와 비교해도 4.5배나 된다. 

 차종별로 보면 빗길 교통사고 사망자의 32%인 248명이 화물차와 버스 등 대형차량으로 인해 발생했다. 대형차량은 빗길 교통사고 치사율이 맑은 날보다 평균 1.8배 이상 높았다.

공단 교통안전처의 김혜빈 선임연구원은 “비가 내리면 운전자의 시야 확보가 어려운 데다 타이어와 노면 사이의 마찰력이 떨어지면서 유사시 차량이 정지하는 거리(제동거리)도 길어지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더 높고 피해 규모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공단이 마른 노면과 젖은 노면에서 자동차의 제동거리를 실험했더니 빗길 운전 때 제동거리가 맑은 날에 비해 최대 1.8배 길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버스의 경우 시속 50㎞로 달리다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마른 노면에선 17.3m를 더 간 뒤 정지했지만 젖은 노면에선 제동거리가 무려 11.6m 늘어난 28.9m로 조사됐다. 시속 100㎞ 안팎으로 달리는 고속도로에선 제동거리가 훨씬 더 길어져 사고 위험과 피해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이 때문에 도로교통법에선 비가 내리는 등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최고 속도보다 20% 이상 속도를 줄이고, 가시거리가 100m 이내인 경우는 50% 이상 감속해서 운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장마철 등 비가 많이 내리는 시기에는 차량 점검도 꼼꼼히 해야 한다. 공단 검사운영처의 장재철 차장은 “빗길 운전을 하려는 경우에는 타이어의 마모 정도와 와이퍼의 작동 상태를 세세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단이 젖은 노면에서 타이어 마모 정도에 따른 제동거리를 실험했더니 많이 닳은 타이어가 새 타이어에 비해 최대 1.5배까지 길게 나타났다. 빗길을 시속 100㎞로 달리다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새 타이어를 장착한 차량은 47.2m를 더 나간 뒤 정지했다.

 반면 마모가 심한 타이어를 단 차량은 무려 71.9m를 지나친 뒤에야 설 수 있었다. 제동거리가 25m 가까이 차이 난 것으로 유사시 사고 위험을 피할 수 있느냐가 판가름날 수도 있는 수치라는 평가다.

마모 vs 새 타이어 상태 비교. 자료 한국교통안전공단

마모 vs 새 타이어 상태 비교. 자료 한국교통안전공단

전조등과 후미등 같은 차량 등화 역시 작동 여부를 잘 확인해야 한다. 시야 확보가 어려운 빗길에선 전방을 잘 보는 건 물론 후방에서 오는 차들이 자신의 차를 명확히 식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사고 예방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보행자도 빗속에 길을 건널 때는 주의를 더 살펴보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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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단의 권용복 이사장은 “빗길 사고는 상대적으로 치사율이 높은 교통사고 형태 중 하나”라며 “운전자와 보행자가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이면 사고와 안타까운 희생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중앙일보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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