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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도 탐낸 보물섬…얼음 녹자 중·러도 군침, 뭐가 있길래 [지도를 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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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큰 섬인 이곳은 어디일까요?"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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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8월 OOOO 동부에 있는 쿨루수크 마을 근처의 대형 빙산 옆에서 배가 항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019년 8월 OOOO 동부에 있는 쿨루수크 마을 근처의 대형 빙산 옆에서 배가 항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① 바이킹이 10세기경 정착해 푸른 초원이라고 불렀지만 국토 80%가 얼음
② 캡틴 아메리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이곳 빙하에 묻혀 70년 만에 깨어남
③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2년 한국 지도자 최초로 방문

주변 지도를 살펴볼까요.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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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북대서양 한가운데, 유럽과 북미 대륙 사이에 있는 덴마크령 그린란드입니다. 한반도 면적의 10배 크기지만, 내륙 80%가 빙상으로 덮여 있고 북극 바로 아래 북위 59~83도에 자리해 아주 추운 지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린란드 자치정부의 수도인 누크는 남서쪽 해안에 있는데요. 여름 평균 기온이 섭씨 10도 정도고, 겨울 평균 기온이 영하 10도 안팎입니다. 빙상이 있는 곳은 영하 50까지 떨어집니다. 이렇다 보니 사람 살기가 쉽지 않죠. 그린란드의 인구는 한국(5200만명)의 1000분의 1밖에 되지 않아요.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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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올여름엔 그린란드로 휴가를 떠나려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고 합니다. 전통적인 여름철 인기 관광지인 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등 남유럽이 최고 50도에 육박하는 폭염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남유럽보다 한결 시원한 덴마크·스웨덴 등 북유럽으로 여행지를 바꾸고 있는데, 이들 옆에 있는 그린란드로 시선을 돌리는 관광객도 늘어났다고 해요. 

수년 전부터 그린란드도 기온이 오르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초 누크의 기온이 15도를 찍었는데요. 평년보다 20도 이상 기온이 높아져, 훨씬 남쪽에 있는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보다 따뜻했다고 해요. 당시 CNN 특파원은 그린란드에서 반소매 셔츠를 입은 채 방송에 출연해 시청자들에게 그린란드에 나타난 이상고온 현상을 전했답니다.

미국 CNN 특파원이 얼음으로 뒤덮인 그린란드에 상고온 현상이 발생해 반팔을 입고 보도하고 있다. 사진 CNN 뉴스 캡처

미국 CNN 특파원이 얼음으로 뒤덮인 그린란드에 상고온 현상이 발생해 반팔을 입고 보도하고 있다. 사진 CNN 뉴스 캡처

그린란드의 오로라, 빙하 등을 보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 연간 관광객이 10만명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올해는 더 많은 관광객을 기대하고 있다고 해요. 그린란드 자치정부는 유럽과 북미를 오가는 직항 노선을 유치하기 위해 누크·일루리사트 등에 공항 세곳을 확장 건설하고, 고급 호텔 등을 늘려관광 활성화에 노력 중입니다.

빙하 녹는 온난화 최전선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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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그린란드를 자주 찾는 외국인은 대부분 기후를 연구하는 과학자였다고 해요. 그린란드는 지구 온난화 정도를 알려주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죠. 올초 독일 알프레트 베게너 연구소와 브레맨대학 연구진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그린란드 빙상 온도는 20세기 평균보다 1.5도 올라 1000년 이래 가장 높은 온도로 나타났습니다. 또 그린란드 등 북극 주변 기온 상승 속도는 다른 지역보다 4배 더 빠른 것으로 조사됐죠.

그린란드 대륙 빙하는 여름이 되면 일부가 녹고, 겨울에는 다시 업니다. 그런데 몇년 새 여름이 되면 빙하의 많은 부분이 땡볕에 둔 아이스크림처럼 무섭게 녹아내리고 있어요. 2017~2020년 그린란드에서 연평균 녹아 없어진 빙하 양이 20년 전에 비해 5배 많았습니다. 지난 2019년에는 5320억t의 빙하가 녹으면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죠. 지난 2021년엔 그린란드의 가장 높고 추운 고지대에 관측 기록상 처음으로 눈이 아닌 비가 내렸습니다.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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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가 녹으면 해수면이 상승합니다. 그린란드 빙하의 3.3%인 110조t이 녹으면 지구 해수면이 27㎝가량 올라갈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습니다. 때문에 투발루·나우루·키시바시 등 태평양 섬나라들의 걱정이 커졌죠. 그린란드의 빙하가 모두 녹을 경우 해수면은 6m가 상승한다는 데 이럴 경우 우리나라의 해안도시도 안전하지 못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그린란드의 빙하는 실제로 100만년 새 최소 한 번은 완전히 녹았던 적이 있다고 해요. 

억만장자 사로잡은 보물섬


그린란드인에게 기후 변화는 현실입니다. 얼음과 추위에 익숙하게 살던 이들의 생활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기온이 온화해져 텃밭에서 감자·양배추·완두콩·딸기 등을 재배하는 게 가능해졌죠. 빙하가 녹아 개썰매가 다닐 수 없는 기간이 늘었어요. 한때 사냥꾼이었던 사람들이 이젠 어부가 되려 노력하기도 합니다. 빙산이 줄어들어 북쪽 바다로의 접근성이 좋아졌고, 해수 온도가 올라 대구·청어·고등어·참다랑어 등이 찾아와 '황금어장'이 됐거든요.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빙하가 녹으면서 그린란드는 세계 억만장자들, 강대국들의 관심도 받고 있습니다. 풍부한 지하자원을 개발하는 게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알고보면 그린란드는 '보물섬'입니다. 원유·천연가스가 650억t이 매장돼 있어 노르웨이와 함께 러시아(1050억t) 다음으로 많은 곳입니다.

특히 스마트폰·전기차·반도체 등 각종 첨단제품 제조에 쓰이는 희토류가 약 4000만t 정도 매장돼 있다고 해요.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60%를 차지하는 중국의 매장량(4400만t)과 엇비슷한 수준입니다. 그래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의장,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등도 그린란드 희토류 개발에 뛰어들었답니다. 인공지능(AI) 광물 탐사 기업 코볼드 메탈과 영국 광산기업 블루제이 마이닝의 그린란드 광물 채굴 사업에 거액을 투자했죠. 

미·중·러 싸움판 된 얼음왕국


이렇게 가치가 높은 곳이라서 그랬는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사겠다고 나선 적도 있어요. 지난 2019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자신의 트럼프 호텔과 그린란드 풍경을 합성한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고는 백악관 법률고문들에게 매입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답니다. 당시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에 희토류가 부각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냉전 시대 그린란드에 지은 툴레 미 공군기지 등을 활용해 러시아를 견제할 수 있는 군사 요충지로 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죠. 그린란드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와 약 3600㎞ 떨어져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9년 8월 트위터에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밝히며 "이런 일은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고 올린 가상 합성 사진. 사진 트위터 캡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9년 8월 트위터에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밝히며 "이런 일은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고 올린 가상 합성 사진. 사진 트위터 캡처


트럼프의 뻔뻔한 태도는 그린란드와 덴마크의 기분을 크게 상하게 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한 지 4개월 만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그린란드에 보내 매입 의사가 없다고 설명하게 했어요. 대신 미국은 그린란드 광업·관광의 발전을 위해 약 1200만 달러(약 153억원)를 제공하고, 노후화된 툴레 공군기지를 보수하겠다는 계획을 꺼냈죠.

미국과 경쟁중인 중국도 북국권에 손을 뻗기 위해 그린란드에 '빙상 실크로드'를 내세웠답니다. 지난 2018년 스스로를 '근(近)북극 국가'라고 선언하고, 그린란드 신공항 건설 자금을 주겠다고도 했어요. 물론 중국에 북미 대륙의 '앞마당'을 내줄 수 없던 미국이 덴마크에 자금 지원을 요청해 중국의 진출을 무산시켰습니다. 그린란드의 희토류 개발에 '차이나 머니'가 들어갈 뻔한 적도 있었는데, 광산 개발에 반대하는 이누이트 아타카티기트당이 지난 2021년 여당이 되면서 없던 일이 됐죠.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왼쪽 두번째)가 지난 6일 그린란드 수도 누크 공항에서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를 맞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왼쪽 두번째)가 지난 6일 그린란드 수도 누크 공항에서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를 맞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북극해 해안선 53%(2만4140㎞)를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도 그린란드에 관심이 많습니다. 서방과 가까운 덴마크 대신 유럽연합(EU)을 탈퇴한 그린란드에 공을 들이고 있어요. 그 결과 그린란드는 지난해 2월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서방의 압력에도 10개월 동안 러시아와 어업 분야 협력을 계속했죠. 

이처럼 중국과 러시아가 계속 기웃거리자 서방에선 그린란드에 EU 사무소를 두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군대를 주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와요. 북극권의 얼음나라, 그린란드가 이렇게 존재감을 보일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미 국방싱크탱크 제임스타운 파운데이션은 미·중·러의 열렬한 관심을 두고 그린란드가 동서 갈등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올랐다고 말했습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물론 덴마크도 그린란드를 애지중지하는데요. 그린란드 국내총생산(GDP)의 19% 정도(연간 39억 덴마크 크로네, 약 7500억원)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덴마크는 지난 2008년 그린란드 자치정부에 사법·행정·경제 등에 자치권을 확대했습니다. 물론 자치권엔 국방·외교·재정 분야는 제외했고요. 그린란드는 1380년부터 덴마크 영향권에 있다가 1953년 정식으로 덴마크에 귀속됐습니다. 한국은 지난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그린란드를 방문해 광물자원에 대한 협약을 맺었습니다.

누군가는 그린란드가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의 혜택을 받는 유일한 나라라고 합니다. 하지만 알고보면 그린란드인들도 고민이 많습니다. 자원 개발이 본격화되고 관광이 발달하면 고유한 환경과 전통적인 문화가 훼손될 뿐더러, 자칫하면 강대국 간 다툼에 끼어 희생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린란드는 982년 바이킹 '붉은 머리' 에릭이 이곳을 발견한 이후 1000년여 동안 전쟁이 없는 고요한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빙하가 녹고 있는 21세기엔 그린란드도 국제 정치의 소용돌이에서 마냥 벗어나 있을 순 없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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