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역시 우리가 씹어대기 좋나"…경찰, 국조실 '오송 감찰'에 부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1일 윤희근 경찰청장이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참사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윤희근 경찰청장이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참사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와 관련해 감찰에 나선 국무조정실이 21일 경찰의 과오만을 지적하는 발표를 내놓자 경찰관 사회가 부글거리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이날 “감찰 결과 참사 전 112 신고 처리 과정에서 중대한 과오가 발견됐다”며 경찰관 6명을 대검찰청에 수사의뢰했다고 밝혔다. 또 국무조정실은 “사고 발생 이후 경찰의 대응 상황 파악과정에서 총리실에 허위 보고까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국무조정실의 발표를 접한 경찰관들은 경찰 내부망에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 내부망과 익명게시판에는 “경찰관이 동네북이 됐다. 최우선으로 경찰관이 희생양이 되는 거 같다”“천재지변으로 인한 안 좋은 일에는 역시 씹어대기 좋은 경찰이다”“도대체 경찰 업무가 어디까지냐” 등의 글이 잇따랐다.

제동 걸린 경찰 수사…진상 규명은 답보

 경찰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17일 송영호 충북경찰청 수사부장을 책임자로 하는 수사본부를 꾸렸고 지난 19일에는 공정성 우려를 불식시킬 목적으로 김병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장으로 본부장을 교체했지만 아직 관련 기관들에 대한 압수수색조차 착수하지 못한 상태다. 같은 날 국무조정실이 감찰에 나서면서 급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감찰의 첫 결과가 경찰관 6명을 검찰에 수사의뢰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경찰 안팎에선 사고 발생 및 피해 확대 원인에 대한 수사 자체가 검찰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감찰이 사고원인 규명 수사에 앞서는 상황은 이례적인 일이다. 2021년 1월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 주요 대형 인재 발생 후에는 검찰 중심의 합동수사본부가,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 때는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수사를 통해 진상규명을 주도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자연재해와 관련해 국무조정실이 직접적으로 수사의뢰를 한 걸 처음 본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 출신 변호사는 “감찰로 책임소재를 가리는 과정도 필요하지만 강제수사가 지연되면 증거가 소실돼 궁극적인 진상규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국무조정실의 감찰이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석상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앞으로 경찰이 교통제한을 주도하라”는 취지로 경찰을 강하게 질책한 것에 따른 후속조치라는 해석이 돌고 있다.

2023년 7월 16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군과 소방당국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2023.7.16/뉴스1

2023년 7월 16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군과 소방당국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2023.7.16/뉴스1

한덕수 “어느 기관에 책임 모는 감찰 아냐”

 경찰 내부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는 건 국무조정실의 첫 발표가 그동안 제기된 의혹의 줄기와도 결이 달라서다. 전날까지 언론의 책임론은 주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과 충청북도를 향했다. 미호강 범람의 직접 원인이 행복청이 설치한 임시제방의 붕괴였고 참사가 발생한 지하차도의 관리청은 충청북도여서 유사시 교통을 통제해야 할 1차적인 책임도 충청북도에 있기 때문이다. 경찰도 교통을 통제할 수 있지만 교통 관련 업무는 자치경찰사무여서 여기에 대한 최종 지휘권은 시장·도지사 산하의 독립적 합의제 행정기관인 시도자치경찰위원회에 있다. 익명을 원한 경찰 간부는 “주범은 놔두고 종범만 때려잡는 꼴”이라고 말했다. 국무조정실의 화살이 1차적으로 경찰을 겨냥하자 경찰 주변에선 이상래 행복청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친윤 인사라서 그런 것 아니냐는 정치적 해석마저 돌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SNS에 “어느 기관에 책임을 몰아 지우는 일도, 반대로 감싸는 일도 없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한 총리는 “감찰이 엄중하고 공정하게 진행되도록 만전을 기하고 결과가 나오면 국민들께 투명하게 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국무조정실 고위관계자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찰의 경우 112 신고와 관련된 허위 입력 정황이 드러나 수사 의뢰를 신속히 할 수밖에 없었다”며 “경찰과 행복청, 도청 및 지자체 등 이번 참사와 관련 있는 모든 기관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