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견학 도중 북한으로 넘어간 미군 병사의 마지막 모습이 공개됐다.
20일 로이터·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군 이등병 트래비스 킹은 지난 18일 43명 관광단의 일원으로 비무장지대(DMZ) 안보 견학을 위해 이날 오전 서울을 출발했고 이들 관광객들과 함께 DMZ를 둘러봤다.
당시 검은색 티셔츠와 모자를 쓴 킹은 이후 판문점의 한 건물을 견학하다 갑자기 북측으로 뛰어갔다고 당시 목격자는 전했다.
킹과 함께 판문점 견학을 했던 뉴질랜드 관광객 사라 레슬리는 로이터에 “처음 든 생각은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가’였다”며 “그가 친구와 틱톡 같은 소셜미디어(SNS)에 올릴 영상을 찍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투어가 거의 끝나 단체 사진을 찍고 견학을 마무리할 즈음, 킹은 갑자기 튀어 나가더니 군사분계선을 넘어가 버렸다고 한다.
레슬리는 AP와 인터뷰에서도 “그가 군사분계선을 넘는 데는 단 몇초 밖에 걸리지 않은 것 같았다”며 “영화 촬영이나 스턴트를 찍는 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레슬리는 킹이 도망친 후 군인들이 모든 관광객들을 건물 안으로 밀어 넣은 뒤 진술을 위해 안내소로 데려갔지만, 많은 관광객들은 킹이 달리는 것을 보지 못했으며 군인들로부터 킹의 월북에 대한 얘기를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레슬리는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말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면서 “우리 모두 충격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레슬리는 킹이 왜 북한으로 넘어갔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누군가가 북한으로 넘어갈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23세의 킹은 폭행죄로 한국 교도소에서 두 달 가까이 복역 후 지난 10일 석방됐고, 17일 텍사스주 포트 블리스로 귀국해 추가 군사징계를 받은 후 불명예제대할 예정이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의 한 관계자는 본국행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갔다가 공항에 있는 JSA 관광 광고를 보고 관광 대열에 합류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전에 월북을 준비한 것이 아니라 즉흥적으로 결정을 내린 것 같다는 취지다.
가족들은 언론 인터뷰에서 킹이 조용한 ‘외톨이’였다며, 가까이 지내던 사촌동생이 사망한 것이 그의 돌발 행동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줬을 것 같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킹의 소재를 파악 중이며, 북한 측으로부터 아직 응답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