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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 찍는 줄"…군사분계선 뛰어 넘어간 美병사 마지막 모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견학 도중 북한으로 넘어간 미군 병사의 마지막 모습이 공개됐다.

20일 로이터·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군 이등병 트래비스 킹은 지난 18일 43명 관광단의 일원으로 비무장지대(DMZ) 안보 견학을 위해 이날 오전 서울을 출발했고 이들 관광객들과 함께 DMZ를 둘러봤다.

지난 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견학 도중 월북한 미군 이등병 트래비스 킹. 당시 함께 관광에 참여했던 뉴질랜드 관광객 사라 레슬리가 촬영한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견학 도중 월북한 미군 이등병 트래비스 킹. 당시 함께 관광에 참여했던 뉴질랜드 관광객 사라 레슬리가 촬영한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당시 검은색 티셔츠와 모자를 쓴 킹은 이후 판문점의 한 건물을 견학하다 갑자기 북측으로 뛰어갔다고 당시 목격자는 전했다.

킹과 함께 판문점 견학을 했던 뉴질랜드 관광객 사라 레슬리는 로이터에 “처음 든 생각은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가’였다”며 “그가 친구와 틱톡 같은 소셜미디어(SNS)에 올릴 영상을 찍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투어가 거의 끝나 단체 사진을 찍고 견학을 마무리할 즈음, 킹은 갑자기 튀어 나가더니 군사분계선을 넘어가 버렸다고 한다.

레슬리는 AP와 인터뷰에서도 “그가 군사분계선을 넘는 데는 단 몇초 밖에 걸리지 않은 것 같았다”며 “영화 촬영이나 스턴트를 찍는 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ABC방송 계열 WISN-TV가 18일 월북한 미군 트래비스 킹의 어머니와 인터뷰를 공개했다. WISN-TV 방송 캡처

미국 ABC방송 계열 WISN-TV가 18일 월북한 미군 트래비스 킹의 어머니와 인터뷰를 공개했다. WISN-TV 방송 캡처

레슬리는 킹이 도망친 후 군인들이 모든 관광객들을 건물 안으로 밀어 넣은 뒤 진술을 위해 안내소로 데려갔지만, 많은 관광객들은 킹이 달리는 것을 보지 못했으며 군인들로부터 킹의 월북에 대한 얘기를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레슬리는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말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면서 “우리 모두 충격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레슬리는 킹이 왜 북한으로 넘어갔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누군가가 북한으로 넘어갈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23세의 킹은 폭행죄로 한국 교도소에서 두 달 가까이 복역 후 지난 10일 석방됐고, 17일 텍사스주 포트 블리스로 귀국해 추가 군사징계를 받은 후 불명예제대할 예정이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의 한 관계자는 본국행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갔다가 공항에 있는 JSA 관광 광고를 보고 관광 대열에 합류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전에 월북을 준비한 것이 아니라 즉흥적으로 결정을 내린 것 같다는 취지다.

가족들은 언론 인터뷰에서 킹이 조용한 ‘외톨이’였다며, 가까이 지내던 사촌동생이 사망한 것이 그의 돌발 행동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줬을 것 같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킹의 소재를 파악 중이며, 북한 측으로부터 아직 응답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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