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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유 먹는 스무살 황유민…55㎏ 체구로 장타 치는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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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황유민

황유민

경기 성남의 남서울 골프장 뒤편 외진 언덕 뒤엔 잔디가 듬성듬성 난 선수 전용 연습장이 있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곳이다.

지난 10일 이 연습장을 찾아갔다. 한연희 전 국가대표 감독을 만나 그의 제자 황유민(20)의 장타 비결을 들어볼 생각이었다. 황유민은 키 1m63㎝에 몸이 호리호리한 편이다. 체구가 큰 편이 아닌데도 평균 240m를 날린다. 황유민은 전날인 9일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유위니아-MBN 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황유민이 연습장에 나와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전날 악천후 때문에 경기가 몇 차례 지연됐고, 김민별과 연장전까지 치렀기에 연습을 쉴 걸로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에 황유민이 연습장에 있었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헐렁한 셔츠를 입은 그는 앳된 얼굴이었다. 황유민은 “피곤하긴 한데 어제 잘 안됐던 페이드샷을 점검하고 싶어서 나왔다”고 했다.

그의 아버지 황영훈씨는 “대상포진으로 몸이 안 좋은데도 선생님에게 우승 인사도 할 겸 연습장에 나오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황씨는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고 딸을 채근했다. (황유민은 결국 지난 13일 제주시 더시에나 골프장에서 개막한 KLPGA 투어 에버콜라겐·더시에나 퀸즈크라운 대회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올해 KLPGA 투어에서 최장타자는 방신실이다. 방신실은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 265야드로 1위다. 황유민은 평균 258야드로 3위다. 황유민은 “잘 맞으면 캐리 거리가 235m 정도다. 런을 포함하면 250m는 날린다”고 했다.

체구가 크지 않은데도 황유민이 장타를 펑펑 날리는 비결은 뭘까. 황유민은 “중학교 때까지는 샷 거리가 짧은 편이었다. 대회에서 고등학교 언니들과 경기를 하다 보면 거리 부족을 실감했다. 이 정도로는 최고가 되지 못하겠다고 판단해 거리를 늘리기로 작심했다”고 털어놨다. 아버지 황영훈씨는 “그때 육상 선수들이 하는 속근(速筋) 트레이닝을 했다”고 전했다.

당시 황유민을 가르친 나승욱 프로는 “8초 동안 여러 차례 점프하는 훈련을 했다. 유민이는 15번을 점프했다. 가벼운 스틱을 휘두르면서 스피드를 느끼는 한편 무거운 스틱을 휘둘러 이를 체화하게 했다. 지면 반력을 5배까지 늘리면서 헤드스피드가 105마일을 넘겼다”고 했다.

황유민은 다운스윙 동작에서 왼발이 움직인다. 남자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와 유사하다. 황유민은 “잰더 쇼플리나 로리 매킬로이처럼 체구가 크지 않으면서도 멀리 치는 선수들을 롤 모델로 삼는다”며 “남자 선수들처럼 경기하고 싶다”고 했다.

황유민은 욕심이 많다. 컷 통과를 목표로 경기하지 않는다. 그는 “모든 대회에서 우승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황유민은 색조 화장을 거의 하지 않는다. 치마도 입지 않는다. 어릴 때는 중국집에 가면 일부러 자장면 곱빼기만 먹었다. 오랫동안 몸무게가 52㎏이었는데 아예 목표를 몸무게 58㎏로 삼은 적도 있다. 요즘은 55㎏의 몸무게를 유지한다. 아침저녁으로 분유 4스푼을 우유에 타 먹으면서 일부러 체중을 늘렸다.

드라이버로 주목을 받지만, 황유민은 본인의 장점이 퍼트와 쇼트게임이라고 했다. 샷 메이킹에도 자신이 있다. 타이거 우즈처럼 여러 탄도로 페이드 샷을 친다. 바람 부는 날 상대적으로 스코어가 더 좋다. 낮게 깔아 치는 샷을 잘 구사하기 덕분이다.

황유민은 “LPGA 투어에 진출해서 우승을 많이 해 영구 시드를 받고 싶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하면서 최고 수준의 골프를 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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