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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도 잃고 사과밭도 없어져 막막합니다" 경북 농민들의 한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8일 예천군 감천면 진평리 사과 밭. 폭우로 쑥대밭이 됐다. 예천=김정석 기자

지난 18일 예천군 감천면 진평리 사과 밭. 폭우로 쑥대밭이 됐다. 예천=김정석 기자

“동네 주민 85%가 사과 농사를 짓는데 산사태로 집도 잃고 밭도 없어져 막막합니다. 아랫동네 남은 사과나무라도 살려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토사 유출로 13가구 중 5가구가 매몰되고, 사과밭이 쏟아져 내린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이장 황보성(66)씨는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백석리에선 지난 15일 오전 마을 뒷자락에서부터 유출된 토사가 사과밭을 만나 농로를 타고 우르르 내려오면서 13가구가 있는 마을을 덮쳤다. 산사태 피해가 없는 아랫마을에도 폭우로 흙이 유실돼 사과나무 뿌리가 노출되는 등 농작물 피해가 크다. 황씨는 “아랫마을에 있는 사과밭이라도 살려야 할 텐데 걱정이다”고 말했다.

예천 은풍면과 인근 감천면 등에서는 물에 잠겼던 인삼밭이 비가 그치며 처참한 모습을 드러냈다. 논의 절반이 불어난 강물에 뚝 떨어져 나가기도 했다. 한해 농사를 접을 처지에 놓인 농민들은 쑥대밭이 된 농작물을 보며 어떻게 살아갈지 한숨만 내뱉었다.

집중 호우로 경북 예천군에서 강물이 불어나 논이 침수됐다. 예천=백경서 기자

집중 호우로 경북 예천군에서 강물이 불어나 논이 침수됐다. 예천=백경서 기자

이번 폭우로 경북에서만 농경지 3197.2㏊가 침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달 25일부터 지금까지 최대 900㎜ 가까운 폭우가 내렸고, 이번 주말 또다시 예상되는 강우로 추가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되면서 경북농업기술원은 농작물 피해 최소화를 위한 사후관리 현장기술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전날 열린 시군 농업기술센터소장 영상회의에서는 집중호우 후 추가 피해 방지대책을 논의하고 피해 농작물과 농업시설물이 신속히 복구될 수 있도록 현장기술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집중호우와 침수로 병해충 발생이 우려되는 지역에 드론방제단 등을 활용해 긴급 방제를 해 병해충 방제로 농작물 피해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경북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침수된 벼는 줄기나 잎에 묻은 흙 앙금과 이물질을 제거하고 물이 빠진 후에는 새 물 걸러대기로 뿌리 활력을 촉진해야 한다. 또 잎도열병·잎집무늬마름병 등 발생 가능성이 큰 적용약제를 살포해야 한다.

19일 충남 청양군 청남면 일대 물이 빠진 논에서 병해충 방제를 위해 농민이 드론을 이용해 농약을 뿌리고 있다. 뉴스1

19일 충남 청양군 청남면 일대 물이 빠진 논에서 병해충 방제를 위해 농민이 드론을 이용해 농약을 뿌리고 있다. 뉴스1

쓰러진 농작물은 세우고 겉흙이 씻겨나간 경우 흙을 보충해줘야 한다. 생육이 불량할 경우 역병이나 탄저병 등 병해충 방제작업을 신속하게 실시해야 한다. 과수는 부러지거나 찢어진 가지를 깨끗하게 잘라낸 후 전용 약제를 발라주고, 흙이 유실돼 노출된 뿌리에는 흙을 덮어주는 등 유실·매몰된 곳을 되도록 빨리 정비해야 한다.

탄저병·겹무늬썩음병 등 병해충 방제를 철저히 하고 잎 갈변 증상이 심한 과수원에서는 제4종 복합비료를 잎에 시비해 나무가 빨리 회복되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침수된 시설 하우스는 비닐을 물로 세척하는 게 중요하다. 비밀에 묻은 오물이 식물의 광합성을 방해할 수 있어서다. 손상 비닐의 경우 교체해 광 투과성을 유지해야 한다. 병든 식물체는 2차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조기에 제거해야 한다.

조영숙 경상북도농업기술원장은 “최근 국지성 폭우, 침수, 토사 유출 등 농작업 환경에 위험요소가 많으므로 농작업 시 안전을 최우선으로 농작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사후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며 “작목별 현장기술지원을 통해 농가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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