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의사 찾아 헤매는 16개월 아기…이런 소아암 환자 대책 나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기 안산시 고려대 안산병원 6층에 있는 병원학교 '유경 꿈 이룸학교'에서 박은미 특수교사(안산 고잔초 소속)가 원격수업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안산시 고려대 안산병원 6층에 있는 병원학교 '유경 꿈 이룸학교'에서 박은미 특수교사(안산 고잔초 소속)가 원격수업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에 사는 생후 16개월 된 이 모양은 5월 27일 건양대병원에서 백혈병 의심 진단을 받았다. 병원 측은 소아혈액종양 전문의사가 있는 충남대병원으로 연락했으나 "담당 교수가 부재중이니 서울로 가라"는 권유를 받았다. 아이 부모는 아이의 쌍둥이 동생이 있는 데다 형편상 서울로 가길 원하지 않아 충북대병원으로 옮겼다. 거기서 골수검사를 했더니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았고, 호흡기 감염이 뒤따랐다. 병원 측은 "조혈모세포 이식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 서울로 가라"고 권유했다. 하지만 부모는 비슷한 이유로 서울행에난색을 보였고, 지난달 1일 충남대병원 중환자실로 전원됐다. 여기서 1주일 항암화학치료와 집중치료를 받고 호전돼 일반병동으로 옮겼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충남대병원에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한 명도 없다. 소아혈액종양 병동에 입원전담의사 1명만 근무한다. 이 의사는 오전 9시~오후 6시 평일 낮에만 진료한다. 이 때문에 이 양이 조혈모세포이식 수술을 받으면 주치의를 맡아줄 의사가 없다. 그렇다고 소아혈액종양 전문의사가 조혈모세포이식 환자를 전담하기에는 너무 버겁다. 부모는 충남대병원에서 계속 진료받기를 간절히 원하지만 이게 불가능한 상황이다. 어쩔 수 없이 조만간 서울로 옮겨 조혈모세포이식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생후 24개월 된 송모군(세종시 거주)은 돌이 되기 전에 충남대병원에서 급성혈소판감소증 치료를 받았다. 이후 백혈병이 의심돼 다시 이 병원을 방문했고, 신경모세포종 4기 진단을 받았다. 송군의 부모 역시 가정 형편상 충남대병원에서 계속 치료받기를 원했지만 소아혈액종양 전문의 혼자서 조혈모세포이식 환자를 전담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서울로 옮겼다. 큰 치료가 끝나고 충남대병원에서 치료를 계속 받으려 했으나 의사 부족, 간호사 부족 등으로 인해 서울을 오가면서 진료를 받는다.

출산율 감소로 신생아가 급감하지만 매년 1300명대의 소아청소년암환자가 발생한다. 2020년 1365명 발생했고, 전체 환자가 9370명으로 늘었다. 인구 10만명당 소아암 환자가 2017년 13.7명에서 2020년 16.6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소아 암환자를 치료할 의사는 크게 줄었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확보율이 2020년 68%에서 지난해 27.5%로 떨어졌다. 소아암 전문의사는 전국에 69명밖에 없다. 게다가 43명이 수도권 병원에 몰려있다. 소아 암환자는성인암보다치료 강도가 3배 세다. 지방의 소아암 치료 인프라가 붕괴한 지 오래라 지방 소아암환자나 부모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부모의 불안도 커진다. 김모(8)군은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 환자이다. 5월 29일 양산부산대병원 응급실에 실려 와 입원했고, 거기서 이 병 진단을 받았다. 3일 입원 후 수도권 병원으로 옮겼다. 부모는 주치의에게서 질환과 치료법 등의 설명을 듣다가 불만이 커졌다. 응급실 초진, 병동 입원 중 회진, 골수 검사 후 진단 등의 모든 과정에 소아과 교수 1명만 만나게 된 사실에 불안을 느꼈다고 한다. 야간 당직 의사가 어린이병원 전체를 담당한다는 말을 듣고서는 장기간 치료를 제대로 받을지 걱정이 앞섰다. 부모는 아이의 상태에 맞는 전문적 치료를 받기가 힘들다고 보고 상경을 결정했다.

소아암 환자는 5년 생존율이 86.3%로 매년 좋아진다. 진단 후 완치까지 1~2년 집중 치료가 필요하다. 그런데 지난해 기준 강원과 울산, 경북에는 소아혈액종양내과 의사가 없다. 인천·광주·대전·충북·전북·제주에는 1명뿐이다. 서울 33명, 경기 10명과는 대조적이다.

2021년 서울 소아암 환자의 99.1%가 서울 시내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다. 대구는 62.1%가 받는다. 그러나 경북 3.7%, 충남 6.5%, 강원 22.6%, 부산 38.9%, 대전 40.5%로 낮다. 처음 입원할 때 해당 지역병원 입원율도 서울은 99%이지만 경북은 0%, 충북은 4.3%이다.

정부가 이런 상황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보건복지부는 20일 소아암 진료체계 구축 방안을 발표했다. 충남·대전권역에는 충남대병원, 호남권은 화순전남대병원, 경북·대구권은 칠곡경북대병원, 경남권은 양산부산대병원, 경기·강원권은 국립암센터를 소아암 거점병원으로 육성한다. 소아혈액종양 전문의가 있고, 조혈모세포 이식 수술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또 외래・입원 진료, 응급 진료 기능을 유지하는 곳이다.

 거점병원은 소아혈액종양 전문의를 중심으로 병동 촉탁의 2~3명을 신규 채용한다. 소아감염 및 소아내분비 등 타 분과소아과 전문의와 협력하게 된다. 지역 내 타 병원 소속 전문의가 5개 거점병원으로 와서 진료에 참여한다. 개방형 병원 시스템을 운영해 지역별로 의료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소아암 전담진료팀을 운영한다. 거점병원이 진단부터 항암치료, 조혈모세포이식 및 후속 진료까지 완결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또 소아암 세부 전문의가 없는 강원도의 강원대병원에 국립암센터 소속 소아암 전문의가 파견돼 주 1~2회 외래진료를 한다. 다른 지역에서 주요 치료를 받고 강원지역에서 사후 관리 및 후속 진료를 받게 된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소아암은 인구 감소에 따라 적정한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는 필수의료 분야이다. 소아암은 진단 후 1~2년 동안 집중치료가 필요함을 고려하여 환자와 가족이 불편함이 없도록 진료체계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