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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히로시마 원폭 위력의 1000배, 부산에 온 미 전략핵잠수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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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9일 부산 기지에 입항한 미국의 오하이오급 핵추진 전략핵잠수함(SSBN)인 켄터키함(SSBN-737)에 오르고 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9일 부산 기지에 입항한 미국의 오하이오급 핵추진 전략핵잠수함(SSBN)인 켄터키함(SSBN-737)에 오르고 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윤 대통령, 부산 기항 켄터키 핵잠수함 둘러봐

북핵 억제 한·미 협력 강화해 국민 불안 해소를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해군 부산 기지에 정박 중인 미국의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켄터키함·SSBN-737)을 찾았다. 전략핵을 탑재할 수 있는 오하이오급(1만8000t) 잠수함은 전략핵폭격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트라이던트)과 함께 미국의 3대 핵전략 자산이다. 원자력으로 추진하는 오하이오급 잠수함은 기지를 떠나 잠항하면 승조원들의 식량이 떨어질 때까지 작전이 가능하다. 전쟁의 최후 순간까지 은밀하게 살아남아 적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일종의 절대무기다. 더구나 윤 대통령이 방문한 켄터키함은 사거리가 1만2000㎞에 이르는 트라이던트Ⅱ 핵미사일 20~24발을 탑재할 수 있다. 일본 히로시마를 공격한 원자폭탄(리틀보이)보다 최대 1000배 이상의 위력이다.

한·미가 그제 북한의 핵억제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핵협의그룹(NCG) 출범에 맞춰 켄터키함의 한국 기항 사실을 42년 만에 공개하고, 윤 대통령이 직접 전략잠수함에 오른 건 대북 억제력을 과시하려는 의도였다. 미국의 핵우산을 직접 보여줌으로써 국민 불안을 안심시키려는 차원이다. 대북 경고의 메시지도 된다. 한동안 새벽 미사일 발사를 삼갔던 북한이 어제 오전 3시30분 평양 인근에서 부산 기지까지의 거리(550㎞)를 상정해 두 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쏘며 반발한 건 이를 민감하게 여기고 있다는 방증이다.

북한이 핵위협을 고조할 때마다 한국의 독자적인 핵 개발 주장과 함께 미국의 전략핵잠수함을 한반도 주변에 상시 또는 순환 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런 점에서 켄터키함의 한국 기항은 구체적인 핵억제력을 바라는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수단일 수 있다. 일각에선 북한의 반발로 군사적 긴장이 오히려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어쩌면 향후 미국이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개 비용을 요구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북한의 핵을 이고 살아야 하는 위기에 놓인 우리 입장에서 켄터키함의 출현이 일회성에 그쳐선 안 된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사용하지 못하게 대화하는 게 최선이겠지만, 이를 위해서라도 미국의 든든한 핵우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확장억제력을 위한 한·미 간의 협력이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마침 한·미·일이 다음 달 정상회담을 위해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다. 일본이 북한에 정상회담을 제안했고, 그제 판문점에서 월북한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의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북·미 간에 직간접적인 접촉 가능성도 있다. 대화를 추진하되 북한 핵위협의 당사국인 한·미·일의 강하고 일치된 목소리와 함께 전략핵잠수함 등 결정적 대응 수단의 준비도 게을리해선 안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