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부실기업 느는데…워크아웃법 ‘아웃’ 위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정부와 여당이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일몰 연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기촉법은 기업 구조조정 수단인 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의 근거법이다.  일몰 시한은 석 달 앞으로 다가왔다. 금융권에서는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한계 기업이 늘고 있는 만큼 기촉법 재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일몰 기한 연장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기촉법 개정안을 심의하고 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기촉법은 경영 상황이 나빠진 기업이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 ‘경영 정상화 계획’을 승인받으면 채권단 전체로부터 만기 연장 등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워크아웃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법이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2001년에 처음 제정됐다. 한시법 형태로 제정돼 지금까지 다섯 차례 연장됐으며 오는 10월 15일 일몰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한계기업이 늘어날 가능성이 큰 상황이어서 기촉법 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고금리·고물가 여파에 경기 부진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게다가 오는 9월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은 중소기업 등에 대한 만기 연장·상환유예 조치도 종료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부실징후 기업 수는 2020년 157개에서 지난해 185개로 이미 증가세다.

하지만 야당을 중심으로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법안심사소위에서 “(기촉법이) 길게 존속할 제도인가에 대한 근본적 문제 제기가 여러 군데서 진행되는 데 (제도) 연장은 일방적 주장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 주도의 회생절차(법정관리)가 있는데 기촉법을 연장해야 하느냐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법정관리와 견줘 워크아웃은 신속하게 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할 수 있다”며 “한국의 워크아웃 제도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도 높이 평가했다”고 기촉법 존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두 제도 모두 구조조정 절차이지만 지향점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워크아웃은 부실 징후 기업에 대한 법원의 개입 없이 채권자 중심의 신속한 정상화 지원을 추구한다. 반면 법정관리는 부실이 현실화된 기업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기초로 공평한 손실 분담을 통한 채무 변제가 주목적이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구조조정 수요가 증가할 수 있는 만큼 효율적인 워크아웃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기촉법 재입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