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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독했다고 1700원이 4500원 됐다"…노인진료비 공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정호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가 19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노인외래정액제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조정호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가 19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노인외래정액제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왜 이렇게 비싸나요."
서울 중구 미래의원은 매주 토요일 오전에 10여명의 환자에게서 이런 항의를 받는다. 간호사들이 이유를 설명하느라 진땀을 흘린다. 주중에 진료할 때도 마찬가지다. 진찰 후 소독하거나 항생제 주사를 놓으면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미래의원은 서울 남대문시장 근처에 있어서 환자의 60%가 65세 넘은 노인이다. 김성배 원장은 "찬찬히 설명해도 어르신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오랫동안 쌓아온 신뢰에 금이 가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대한의사협회가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노인 외래 진료비 정액제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는 65세 이상 노인이 동네의원에서진료받을 때 본인부담금을 낮춰주는 제도이다. 65세 미만이 의원에 가면 진료비의 30%를 내지만 노인은 그렇지 않다. 4단계로 나누어져 있다. 1만5000원 이하는 1500원, 1만5000원 초과~2만원 이하는 10%, 2만원 초과~2만5000원 이하는 20%, 2만5000원 초과는 30%를 낸다. 환자 부담 외 나머지 비용은 건강보험 재정이 커버한다.

대개 노인들은 의원에 가면 1500원 언저리에서 부담한다고 여긴다. 그런데 총진료비가 2만원 초과~2만5000원 이하 구간으로 올라가면 20%를 내게 되는데, 이 경우 환자 부담이 4000~5000원으로 뛴다. 1500원이 4000원대로 올라가니 민감하게 반응한다.

동네의원 초진 진찰료는 1만7320원이다. 진찰 외 다른 행위를 받지 않으면 이의 10%인 1730원만 낸다. 그러나 어르신들이 물리치료·소독·주사 등의 진료를 받게 되면 총진료비가 2만원을 넘게 돼 4000~5000원을 내야 한다. 야간이나 주말에는 진찰료에 30% 가산이 붙어 진찰만 받아도 그리된다.

지금의 4단계 방식은 2018년 시행됐다. 그 전에는 두 단계로 돼 있었으나 더 세분화했다. 그런데 2018년 이후 연평균 건보 수가가 2.62% 올랐다. 4단계 구간 기준선은 그대로인데, 진료 수가가 오르면서 환자 부담이 높은 구간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증가했다.

의사협회는 "노인 환자들이 구간에 따라 실제 지불하는 비용이 급격하게 차이 나면서 부담을 느낀다. 일선 의료기관에서 환자 불만으로 인해 불필요한 마찰을 감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사협회는 19일 환자 불만이 가장 자주 생기는 2만원 초과~2만5000원 구간의 부담률을 20%에서 15%로 낮추자고 제안했다(1안). 아니면 2000원 기본으로 하되 2만원 초과액의 30%를 더하는 방식으로 하자고 덧붙였다(2안).

만약 총진료비가 2만3000원 나오면 지금은 4600원을 내지만 1안은 3450원, 2안은 2900원으로 줄게 된다. 환자 부담이 줄면 그만큼 건보 재정 지출이 늘게 된다.

그래서 반대 여론도 만만찮다. 노인 외래 정액진료비 제도 때문에 동네의원 문턱이 낮아져 노인의 '의료 쇼핑'이 야기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복지부 관계자는 "노인 정액 진료비 제도에 민원이 있는 건 알지만 당장 조정할 사안은 아닌 듯해 시간을 두고 상황을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게다가 노인의 기준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높여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복지부는 2018년 제1차 건강보험 종합계획(2019~2023년)을 내놓으면서 노인 정액 진료비제도 적용 연령을 70세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진도를 거의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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