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괴담·댓글로 기업·개인 뒤흔드는 ‘사이버렉카’ “피해 35조…처벌수위 높여야”

중앙일보

입력

한국맥도날드는 올해 초 “감자튀김에서 ‘쥐다리’가 나왔다”는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 때문에 크게 곤혹을 겪었다. 일방적인 주장에 악성 댓글이 달리면서 파장이 커진 것이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뢰해 성분을 분석한 결과 사진 속 이물질은 감자의 일부로 밝혀졌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19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발빠르게 대응했지만 식약처 분석이 나오기까지 약 2주간 브랜드 이미지 훼손은 피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중앙포토]

패밀리 레스토랑인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도 지난해 온라인에서 품질 저하 논란이 불거졌다. 아웃백 직원을 사칭한 인물이 “원가 절감을 위해 메뉴를 바꿨다”는 허위 사실을 게시하면서다. 이후 회사 측이 법적 대응을 예고하자 20대 취업준비생이라고 밝힌 그는 “사실이 아닌 글을 올렸다”는 사과문을 올리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악성 허위 댓글과 괴담 유포에 대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확한 사실이 아님에도 기업과 타인을 공격하기 위한 댓글 등으로 인한 피해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특정인에 대한 악의적 콘텐트로 혐오를 조장하고, 악성 댓글을 퍼뜨리는 가리키는 ‘사이버렉카(Cyber Wrecker)’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수위도 높아지는 데다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다. 연세대 바른ICT연구소에 따르면 악성 댓글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35조원에 이른다. 지난해 한 20대 배구선수가 “악플은 이제 그만해 달라. 버티기 힘들다”는 글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해 사회적 충격을 준 바 있다.

현행법에도 처벌 규정은 있다. 악성 댓글을 달아 적발되면 형법상 모욕죄로 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정보통신망법은 사이버 명예훼손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론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 익명을 원한 재계 관계자는 “명예훼손이 인정되더라도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 아래 악성 댓글에 대한 처벌은 무죄 또는 벌금형이 대부분”이라며 답답해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처벌이 약하다 보니 조직적 비방 행위도 발생한다. 2019년 ‘B유업 제품에서 쇳가루 맛이 난다’는 내용의 글을 온라인 육아정보 카페 등에 퍼뜨린 A사가 대표적이다. 경찰 수사 결과 A사는 경쟁 업체인 B유업을 공격하기 위해 홍보대행사를 통해 댓글 작업을 하다가 적발됐다.

일부에선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지난 2012년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진 만큼, 무책임한 허위 정보 유포를 걸러내기 위해선 그만큼 실효성 있는 처벌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실제 미국 플로리다주 법원은 악성 댓글에 대해 1130만 달러(약 143억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적도 있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인터넷 사용 문화를 긍정적으로 바꿔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