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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호강 폭 넓히다 스톱"…다리 건설에 밀렸다, 안타까운 3년 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6일 충북 청주 오송 궁평 2지하차도 침수 사고현장에서 소방과 경찰, 군이 합동으로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16일 충북 청주 오송 궁평 2지하차도 침수 사고현장에서 소방과 경찰, 군이 합동으로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미호천교 부근 '병목 현상' 발생 지점 

충북 청주시 오송지하차도 참사 전 미호강 범람을 막기위해 강폭 넓히기 사업 등을 추진했다. 하지만 다리 건설이나 환경단체 반발 등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렸고, 결국 이번 참사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충북도 등에 따르면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2015년 7월 ‘미호천(현 미호강) 강외지구 하천정비사업’ 실시설계 용역을 발주했다. 이어 2년 뒤인 2017년 3월 공사에 착수했다. 강외지구는 미호강과 병천천이 만나는 지점에서부터 남쪽으로 약 1.6㎞까지 구간이다. 이 구간은 이번 참사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임시 제방이 있는 미호천교와 미호철교 유역도 포함하고 있다.

미호천교 부근은 하천 폭이 350m로 상ㆍ하류 450~590m보다 100m이상 좁아 물 흐름에 병목 현상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상류인 무심천과 석남천에서 흐르는 물이 이 지점에서 배수가 잘 되지 않아 집중호우시 범람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지난 15일 폭우로 인해 침수되는 충북 청주시 오송 궁평지하차도 . 뉴스1

지난 15일 폭우로 인해 침수되는 충북 청주시 오송 궁평지하차도 . 뉴스1

2017년 미호강 지류 범람 청주도심지 침수

이에 대전국토관리청은 다리 부근 하천 폭을 350m에서 610m로 넓혀 배수 능력을 키우려고 했다. 병목 현상이 해소되면 병천천에서 최고 0.5m의 홍수위 저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앞서 2017년 7월 기록적인 폭우로 미호강 지류인 석남천과 가경천이 범람해 청주도심이 물에 잠겼다. 당시 충북에서 5명이 사망하고 이재민 2539명이 생겼다. 당시 정부는 청주·괴산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지난 16일 오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미호천교 아래에서 만난 주민 김도환(66)씨가 임시 둑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박진호 기자

지난 16일 오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미호천교 아래에서 만난 주민 김도환(66)씨가 임시 둑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박진호 기자

'준설 작업' 못 한 것도 아쉬운 대목 

그런데도 하천정비사업은 2020년 1월 전면 중단됐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추진한 ‘오송-청주 도로확장공사’와 국가철도공단의 ‘충북선 개량공사’에 미호천교와 미호철교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당초 하천정비사업 공사 기간은 2017년 3월부터 2021년 12월이었는데 철도 교량 개선사업, 미호천교 건설, 하천정비사업을 모두 같이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2020년 1월 하천정비사업을 중지하고 미호천교 등 공사가 마무리되면 내년 8월 정도 재착공할 계획이었다”고 설명했다.

미호강 일대 준설 작업을 못 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충북도는 2021년 배수 능력 향상 차원에서 미호강 지류 15곳에서 퇴적토 제거와 가동보 개량 등 계획을 내놨다.

지난 16일 오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미호천교 아래 임시 둑과 기존 제방 모습. 1m가량 높이 차이가 난다. 박진호 기자

지난 16일 오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미호천교 아래 임시 둑과 기존 제방 모습. 1m가량 높이 차이가 난다. 박진호 기자

행복청 임시 제방 높이 도마 위 

그러자 환경단체가 반발했다. 환경단체는 “수질 개선이 우선이며 정비 사업이 대규모 토공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이유로 해당 사업은 추진되지 못했다. 결국 미호강 준설은 지난 수십년간 거의 진행되지 못했다고 한다.

미호강 임시 제방 높이도 계속 논란이다. 행복청은 임시 제방은 설계빈도 100년의 계획홍수위 28.78m보다 0.96m 높게 쌓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참사 당일 유례없는 폭우로 월류(越流)가 우려돼 보강했다고 설명하며 “초기에 6명을 투입해 흙이 담긴 마대를 쌓는 방식으로 보강했고, 수위가 지속 증가함에 따라 추가로 굴삭기를 활용해 흙을 다지고 천막을 덮었다”라며 “집중 호우로 단시간에 하천물이 급격하게 불면서 넘친 것”이라고 했다.

지난 18일 오후 충북 청주시 미호천교 아래에 임시제방이 쌓여있다.   지난 15일 폭우로 미호강 제방이 무너지며 강물이 궁평2지하차도를 덮쳐 2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지난 18일 오후 충북 청주시 미호천교 아래에 임시제방이 쌓여있다. 지난 15일 폭우로 미호강 제방이 무너지며 강물이 궁평2지하차도를 덮쳐 2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제방 등 설계 기준 높일 필요 있어 

한편 충북도가 만든 ‘미호천·괴산댐의 근본적인 대책을 위한 연구용역’ 최종보고서에서 2017년 7월 청주 일대서 발생한 홍수피해의 가장 큰 원인은 200년이상 빈도로 내린 비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200년에 한번 내릴 만한 양의 비가 와서 그랬다는 의미다. 200년 이상 빈도 강우는 1시간연속 최대 91.8㎜다.

반면 하천관리법 등에는 도시계획·하천정비계획·하수도계획을 짤때 50~100년 강우빈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영향 등으로 집중 호우량이 갈수록 많아지는데 규정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고 한다.

공하성(소방방재학과) 우석대 교수는 “앞으로 이상기후로 예상을 뛰어넘는 집중 호우가 지속해서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100년 강우빈도 기준 등으로 홍수를 대비하기 어려운 만큼 이상기후를 반영한 시뮬레이션 작업 등으로 설계 기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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