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현재 매일 2만 명이 넘는 신규 배달 라이더가 쏟아지고 있다. 사진 웨이보 캡처
지난달 중국의 청년실업률이 21.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중국의 플랫폼 경제와 관련된 보고서가 등장해 이목을 끌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플랫폼 노동자는 2억 명을 돌파했고, 매일 각각 2만 명이 넘는 신규 차량 호출 서비스 운전기사와 음식 배달 서비스 라이더가 쏟아지고 있다.
엔젤투자사 '칭산즈번(青山資本᛫Cyanhill Capital)'이 발간한 2023년 중국소비자보고서에서는 '플랫폼 노동자(平台工人)'에 대한 정의와 대표 직종의 상세한 현황을 소개했다. 주요 내용을 정리하자면, 중국에서 한 번이라도 플랫폼을 통한 노동으로 수익을 창출한 적이 있는 사람을 모두 '플랫폼 노동자'로 봤을 때, 2023년 현재 그 수는 이미 2억 명을 넘어섰다. 중국 차량 호출 플랫폼에 등록된 운전기사는 1억 명에 달했고, 지금도 매일 2만 명이 넘는 운전기사가 신규 등록하고 있으며, 이는 2022년 대비 5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음식 배달 라이더도 매일 2만 명씩 늘고 있다.
보고서는 '플랫폼 노동자'를 3가지로 분류했다. 첫째는 프로그래머᛫전자 상거래 운영자 등 플랫폼 구축과 운영 및 홍보에 필요한 부류, 둘째는 차량 호출 서비스 운전기사᛫ 배달 라이더 등 플랫폼을 통해 주문을 받는 부류, 셋째는 인플루언서᛫왕훙 포토그래퍼 등 플랫폼의 유입량 증가로 수익을 내는 부류다. 보고서는 이 중에서 프로그래머᛫ 차량 호출 서비스 운전기사᛫배달 라이더᛫택배원᛫화물차 기사᛫인플루언서 등 6개 대표 직종을 선정해 1년 이상 근무한 사람을 기준으로 집중 분석했다.
엔젤투자사 '칭산즈번(青山資本·Cyanhill Capital)'가 발간한 2023년 중국소비자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전체 플랫폼 노동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화물차 기사였다. 칭산즈번 중국소비자보고서 본문 캡처
중국 전체 플랫폼 노동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화물차 기사였다. 디디추싱(滴滴出行) 같은 차량 호출 플랫폼의 운전기사가 가장 많을 것이란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화물차 기사가 약 1650만 명으로 가장 많았고, 차량 호출 서비스 운전기사는 약 700만 명이었다. 인플루언서와 배달 라이더 수가 각각 500만 명으로 비슷한 규모란 점도 의외의 결과다. 프로그래머 수는 약 400만 명으로 약 300만 명인 택배원 규모를 넘어섰다.
분석에 따르면, 중국 화물차 기사의 70% 이상은 중학교 학력 이하였고, 농촌 출신이 80%였다. 여성 화물차 기사는 동기 대비 3배나 증가했지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에 그쳤다. 최근 2년 사이 중국에서는 '첫 할부금 제로(零首付)' 등 자동차 회사의 공격적인 프로모션으로 화물차를 구입한 운전기사가 크게 늘었다. 하지만 업계에 뛰어든 사람에 비해 경기가 좋지 않아 주문량이 대폭 줄면서 화물차 기사들은 무한 저가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음식 배달 라이더 업계도 농촌 지역의 노동력을 크게 흡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배달앱 메이퇀(美團) 라이더의 경우 80%가 농촌 출신이었다. 배달 라이더는 알고리즘의 통제를 가장 많이 받는 직종으로 꼽혔다. 차량 호출 서비스는 현재 중국에서 성장이 가장 빠른 업종이다. 2022년 플랫폼에 등록된 운전기사는 동기 대비 32.6% 늘었고, 2023년 일일 평균 신규 등록 운전기사는 2022년보다 5배가량 증가했다. 플랫폼 소속 운전기사의 39%는 경추 통증᛫허리 디스크᛫소화 장애᛫비만 등 질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중국은 매일 2만 명 넘는 차량 호출 서비스 운전기사가 신규 등록하고 있으며, 이는 2022년 대비 5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사진 웨이보 캡처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인플루언서의 존재감이다. 조사에 따르면 중국인은 숏클립(짧은 동영상) 인플루언서에 의해 매년 7.3만 개의 관점이 주입된다고 한다. 현재 중국의 한 사람당 일일 평균 숏클립 시청 시간은 약 2.5시간이 넘고, 하루에 숏클립의 정보와 인플루언서의 관점을 접하는 횟수는 평균 600회에 달한다.
보고서는 중국 플랫폼 경제의 인프라는 기본적으로 완성됐지만, 발전이 정체기에 들어선 상태에서 더 많은 사람이 유입돼 업무상 압박감은 커지고 수익성은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창의성이 어느 정도 요구되는 프로그래머와 인플루언서 등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직종은 진입 장벽이 낮아 경쟁이 더 치열하다는 분석이다.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는 지난 12일 열린 중국 플랫폼 기업 좌담회에서 플랫폼 경제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하며, 경제 성장과 실업률 해소 등 분야에서의 역할에 대해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올여름 중국에는 역대 최다 규모인 1158만 명 신규 대졸자가 쏟아질 예정인 데다,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도 6.3%에 그쳤다. 이미 포화 상태인 플랫폼 업계가 중국의 취업률을 어느 정도 견인할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낙관적인 전망은 어려운 상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