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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서강문의 휴먼 & 펫

과거에 집착 않고 미래를 걱정 않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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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강문 서울대 수의대 교수·전 서울대 동물병원장

서강문 서울대 수의대 교수·전 서울대 동물병원장

동물은 식욕·번식욕·영역욕을 갖고 있다. 이런 욕구가 있기에 대를 이어가며 존속할 수 있다. 인간도 동물이기에 이런 속성을 갖고 있다. 다만 자제할 줄 안다는 점에서 다른 동물과 다르다. 또 여타 동물에선 보기 어려운 시기심과 권력욕, 금전욕 등을 드러내곤 한다. 넓은 의미에선 남보다 잘 먹고 잘살려는 동물의 기본 욕구가 변형된 것이지만, 이런 욕심이 들 때면 자신이 동물의 원초적 본능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휴먼 & 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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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은 우리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준다. 사소한 일 하나로 사랑하던 사람과 헤어지기도 하는 인간과 다르다. 기르는 사람이 어떤 모습을 보이든, 배부르게 해주고 예뻐해 주면 따른다. 주인이 위험에 처하면 보호 본능이 생겨 타인을 향해 짖거나 물려고 든다. 충성심이 커 화재로부터 주인을 지켜준 충견도 있다. 주인이 외롭거나 불안해하면 다가오고, 밤늦게 귀가할 때 먼저 문 앞에서 반기는 것도 강아지이다. 이해심이나 배려하는 마음이 인간보다 나을 때가 있다.

반려동물은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미래에 대한 걱정이 없다. 맛있는 음식이 있고 거주할 수 있는 공간과 자기와 놀아주는 주인만 있으면 즐겁다. 반면 인간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공수래공수거’를 되뇌면서도 탐욕을 부리는 경우가 잦다.

무엇 때문에 경쟁하고, 돈을 벌고, 출세하려 하는지 생각해보자. 반려동물은 대개 사람보다 짧게 산다. 강아지를 키우면 언젠가 이별하게 되는데, 동물과 함께한 세월을 되짚어보면 인생을 간접 경험할 수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것은 생명체에 대한 경외감과 삶의 의미를 느끼는 기회다. 그렇다고 반려동물이 인간과 동등하거나 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 간혹 동물이 사람보다 낫다고 느껴지더라도 동물은 동물답게 키워야 한다. 여러분과 반려동물의 공생을 응원한다.

서강문 서울대 수의대 교수·전 서울대 동물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