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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핵협의그룹 위력…미 전략핵잠 한국 온 건 42년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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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미 핵협의그룹 첫 회의가 열린 18일 오후 부산시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핵탄도미사일 20여 기를 탑재한 미국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 켄터키함(SSBN-737)이 입항했다. SSBN의 한국 기항은 1981년 이후 42년 만이다. [뉴스1]

한·미 핵협의그룹 첫 회의가 열린 18일 오후 부산시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핵탄도미사일 20여 기를 탑재한 미국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 켄터키함(SSBN-737)이 입항했다. SSBN의 한국 기항은 1981년 이후 42년 만이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국빈 방미 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채택한 ‘워싱턴 선언’의 성과물인 핵협의그룹(NCG) 첫 회의가 1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렸다. 한·미 양국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과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 카라 아베크롬비 NSC 국방·군축 조정관 공동 주재로 오전 9시부터 다섯 시간 넘게 NCG의 틀을 잡아 나갔다.

미국은 회의에 맞춰 전략핵잠수함을 부산항에 기항시켰다. “그 사람의 증거는 그 사람의 발걸음을 보면 안다”는 이날 캠벨 조정관의 말처럼 한·미 간 확장억제의 실질적 강화를 단순히 말이 아니라 현시(顯示)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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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NCG 출범 회의장을 찾아 “NCG가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를 통해 고도화되고 있는 북핵·미사일 위협에 빈틈없이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격려했다. 그러면서 “지난 4월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이 핵 공격을 하면 정권의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듯 북한이 핵 사용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핵 기반의 한·미 동맹으로 확장억제 실행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국 대표단은 회의 뒤 공동 언론발표문을 통해 “NCG는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연합 억제 및 대응 태세를 제고하는 메커니즘으로 지속 운영될 것”이라며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북한 정권의 종말로 귀결될 것이며, 한국에 대한 어떠한 핵 공격도 즉각적(swift), 압도적(overwhelming), 결정적(decisive)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전략핵잠수함 켄터키함 제원

미 전략핵잠수함 켄터키함 제원

첫 회의를 연 NCG의 특징은 “NCG가 미국 외교에서 거의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라는 캠벨 조정관의 발언이 함축한다. 캠벨 조정관은 기자회견에서 “북핵 위협에 대처하려는 분명한 의지와 확신이 있다는 신호를 보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문가 30여 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방문단이 장시간 회의를 통해 핵 억제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하나하나 점검하면서 말이 아닌 필요한 의지를 보여드렸다”며 “핵 억제는 핵뿐 아니라 재래식 무기와 통신정보, 군사외교까지 모든 분야가 포함돼 함께 가동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 의제와 관련해선 김태효 1차장이 “한·미 당국은 NCG 관련 정보를 수시로 교환하고 협의할 수 있도록 통신망을 구축하기로 했다”며 향후 구체화해 나갈 다섯 가지 의제를 제시했다. ▶핵 기획 및 태세 검토 ▶미 핵 자산과 한국 비핵 자산 공동 작전 구체화 ▶미 핵전략 자산 정례적 한국 배치·이동 ▶위기관리 계획 구체화 ▶작전과 활동 강화 등이다. 김 차장은 또 “핵 관련 장비나 전문가를 워싱턴 인근에 파견해 체계적 교육훈련을 병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기자회견 도중 캠벨 조정관은 미 전략핵잠수함인 켄터키함(SSBN-737)이 부산항에 있다는 사실을 깜짝 공개했다. 그러면서 NCG는 한·미 간 양자협의체라며, 현 단계에서 일본이 합류하는 방안에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NCG가 한국의 독자 핵개발론을 불식시킬 수 있는가.
“분명한 의지와 공약을 가시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회견하고 있는 현재,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의 전략핵잠수함이 부산항에 기항 중이다. 핵 억제라는 것이 지속해서, 강력하게, 신뢰할 만하게 유지하기를 원한다는 분명한 의지를 강조하는 활동이다.”
일본과 같은 역내 국가로 확대할 계획은.
“한국은 많은 자원·능력·시간·노력을 NCG에 할애하고 있다. 미국 속담에는 ‘그 사람의 증거는 그 사람의 발걸음을 보면 안다’는 말이 있다. 미래에는 다른 분야까지 확대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겠지만, 분명히 말하는데 지금의 목표는 마치 레이저처럼 양자 간 노력에 온전히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미 양국은 첫 고위급 NCG 회의를 시작으로 고위급과 실무급 회의를 분기별로 번갈아, 1년에 네 번가량 개최하기로 했다. 다음 회의는 실무 단위로 연말께 워싱턴에서 열릴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한 한·미·일 정상회의와 관련해 김 차장은 “8월 중 미국에서 개최하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안보 협력 외에 경제와 교류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도 별도 보도자료로 “미국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인 켄터키함(SSBN-737)이 이날 오후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했다”고 밝혔다. SSBN이 한국을 방문한 건 1981년 3월 로버트리함(SSBN-601) 이후 42년 만이다. 미 해군 켄터키함 함장은 “미국의 철통같은 확장억제 공약을 대한민국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선체 길이 170m, 폭 12m로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SSBN 중 하나인 켄터키함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사거리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트라이던트-II D5’(사정거리 1만2000㎞) 20여 기를 적재할 수 있다. SSBN은 핵탄두 탄도미사일을 운용하는 데다 은밀한 잠항으로 탐지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전략핵폭격기, ICBM과 함께 3대 전략자산(트라이어드)으로 불린다. 앞서 지난달 16일 부산에 입항한 미시간함(SSGN)은 핵탄두가 아닌 재래식 탄두 토마호크 미사일을 운용하는 핵추진 순항미사일 잠수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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