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강(57·사진)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달 25일 이후 23일째(18일 기준) 공개 활동을 중단하면서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이 사건이 올해 중국 외교의 최대 ‘블랙스완’(돌발사건)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친강 부장은 지난 6월 25일 베이징에서 스리랑카·베트남 외교장관, 러시아 외교차관과 회담한 뒤 사라졌다. 이달 초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일 포럼, 지난주 자카르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까지 외교부 차석이 아닌 상급자인 왕이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 판공실 주임이 참석해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왔다.
지난 17일에는 친강 부장의 거취를 묻는 외신기자와 중국 대변인 사이 논쟁도 벌어졌다. “친강 부장이 홍콩 피닉스 TV 푸샤오톈(40) 기자와 불륜으로 조사를 받고 있으며, 푸샤오톈이 최근 미국에서 출산했다는 소문에 입장을 말해달라”는 질문에 마오닝 대변인은 “상황을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또 “친강이 현재 중국 외교부장이 맞나. 왜 몇 주 동안 나타나지 않나”라는 질문에 “첫 번째 질문은 중국 외교부 사이트를 찾아보기 바란다. 나 역시 제공할 수 있는 다른 더 많은 소식은 없다”며 당혹스러움을 숨기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는 친강 부장의 지난달 25일 활동이 최신 동정으로 소개돼 있다.
친강 부장의 잠적이 길어지자 처음에는 건강 이상설이 나왔다. 지난 10일 친중 성향인 홍콩 성도일보는 ‘친강 부장이 코로나19에 감염돼 보름째 요양 중이며 곧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튿날(11일) 왕원빈 대변인도 “친 부장이 신체 문제로 ARF에 참석하지 못한다”고 거들었다.
13일에는 기관 조사설이 제기됐다. 홍콩 명보가 이날 ‘몸져누운 외교부장과 결석한 상장’이란 제목으로 지난달 28일 군 진급식에 이례적으로 참석하지 않은 리위차오 로켓군 사령관과 친강 부장의 잠적을 하나의 칼럼으로 묶어 보도하면서다.
불륜설은 지난 주말 트위터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푸샤오톈이 자신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지난해 3월 친강 당시 주미대사 인터뷰 사진과 올해 3월 자기 아들 사진을 올린 게 계기였다.
중국 외교부 내 권력투쟁설도 있다. 지난 10일 자오리젠 전 대변인 부인이 웨이보에 남편 사진과 함께 “오늘은 좋은 날”이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올렸다. 친강 부장 취임 직후 자오리젠 대변인 좌천 인사를 기억하는 네티즌들이 각종 억측을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