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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앵커 불륜설' 친강 中외교, 23일째 증발…권력암투 당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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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 아바바에서 중국의 지원으로 설립된 아프리카 질병통제 및 예방 센터 개막 연설을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월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 아바바에서 중국의 지원으로 설립된 아프리카 질병통제 및 예방 센터 개막 연설을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친강(秦剛·57)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달 25일 이후 23일째(18일 현재) 공개 활동을 중단하면서 각종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친강 증발 사건이 올해 중국 외교의 최대 ‘블랙스완(돌발사건)’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친 부장은 지난 6월 25일 베이징에서 스리랑카·베트남 외교장관, 러시아 외교차관과 연쇄 회담한 뒤 홀연히 사라졌다. 이달 초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일 포럼, 지난주 자카르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까지 외교부 차석이 아닌 상급자인 왕이(王毅)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 판공실 주임이 참석하면서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17일 친 부장의 거취를 묻는 외신 기자와 중국 대변인 사이에 논쟁이 벌어졌다. “친강 부장이 홍콩 피닉스 TV 푸샤오톈(傅曉田·40) 기자와 불륜으로 조사를 받고 있으며 그녀가 미국에서 최근 출산했다는 소문에 입장을 말해달라”는 질문에 마오닝(毛寧) 대변인은 “상황을 알지 못한다”며 답을 피했다. “친강이 현재 중국 외교부장이 맞나. 왜 몇 주 동안 나타나지 않나”는 질문에는 “첫 번째 질문은 중국 외교부 사이트를 찾아보기 바란다. 나 역시 제공할 수 있는 다른 더 많은 소식은 없다”고 당혹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는 친강 부장의 지난달 25일 활동이 최신 외교부장 동정으로 소개되어 있다. 다만 이날 친 부장과 관련된 대변인 답변은 모두 홈페이지에 게재되지 않았다.

친 부장의 잠적이 길어지자 먼저 건강 이상설이 제기됐다. 지난 10일 친중 성향의 홍콩 성도일보는 친 부장이 코로나19에 감염돼 보름째 요양 중이며 곧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11일 왕원빈(王文斌) 대변인 역시 “친 부장이 신체 문제”로 ARF에 참석하지 못한다고 거들었다.

지난 2022년 3월 21일 푸샤오톈 홍콩 피닉스TV 앵커가 자신의 웨이보에 올린 친강 중국 외교부장과 찍은 사진. 푸샤오톈 웨이보

지난 2022년 3월 21일 푸샤오톈 홍콩 피닉스TV 앵커가 자신의 웨이보에 올린 친강 중국 외교부장과 찍은 사진. 푸샤오톈 웨이보

친 부장의 기관 조사설은 13일 제기됐다. 홍콩 명보가 이날 ‘몸져누운 외교부장과 결석한 상장’이란 제목으로 지난달 28일 군 진급식에 이례적으로 참석하지 않은 리위차오(李玉超) 로켓군 사령관과 친 부장의 잠적을 하나의 칼럼으로 묶어 보도하면서다. 명보는 지난달 말 체포설이 도는 리 사령관뿐만 아니라 장전중(張振中) 연합참모부 부참모장, 류광빈(劉光斌) 로켓군 부사령관까지 연루됐으며, 이미 3년 전 퇴역한 우궈화(吳國華·중장) 전 로켓군 부사령관이 지난 5일 돌연 뇌일혈로 사망했다며 심상치 않은 군부 내 사건까지 언급했다.

친 부장의 불륜설은 지난 주말부터 해외 트위터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졌다. 베이징대 학사와 영국 케임브리지 석사 학위를 가진 홍콩 피닉스TV 앵커 푸샤오톈이 자신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지난해 3월 친강 당시 주미 대사 인터뷰 사진과 올해 3월 그녀의 아들 사진을 올린 것이 불륜설의 근거가 됐다.

중국 외교부 내 권력투쟁설도 등장했다. 지난 10일 자오리젠(趙立堅) 전 대변인 부인이 웨이보에 남편 사진과 함께 “오늘은 좋은 날”이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올렸다. 친 부장 취임 직후 자오 대변인 좌천 인사를 기억하는 네티즌들이 각종 억측을 쏟아냈다. 최근에는 신임 주미대사가 지난 5월 말 워싱턴 부임 직후 친 부장 사건을 파악하고 퇴직한 원로의 도움을 받아 상부에 보고했다는 주장도 등장했다.

덩위원(鄧聿文) 재미 시사 평론가는 “친강은 20차 당 대회 이후 발생한 첫 번째 고위 관리의 스캔들”이라며 “강권 통치는 정권 자체가 불안정하며 고위직 한 명의 비상식적인 행동이 정권에 무한한 억측을 불러온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이번 사태의 추이를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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