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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로 켜진 소아중환자실 영상…간호사 말에 눈물 쏟은 엄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소아중환자실에 입원한 아이를 돌보는 간호사의 따뜻한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아무도 보지 않는데도 아이에게 사랑을 담은 말을 해주며 정성스러운 손길로 보살피는 태도가 드러나는 이 영상은 온라인에서 퍼지며 감동을 전하고 있다.

지난 14일 간 이식 수술을 받고 소아중환자실에 입원했던 생후 21개월 아이의 엄마 A씨는 인스타그램에 지난해 11월 아이 입원 당시 우연히 찍힌 영상을 게시했다. A씨는 아이의 이름으로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병원 생활을 꾸준히 공유해 왔다.

소아중환자실에 입원한 아이에게 간호사가 정성스러운 말과 손길로 보살피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14일 아이 엄마가 공개했다. 인스타그램 캡처

소아중환자실에 입원한 아이에게 간호사가 정성스러운 말과 손길로 보살피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14일 아이 엄마가 공개했다. 인스타그램 캡처

당시에는 코로나19 때문에 면회를 할 수 없었고, 휴대전화 공기계를 의료진에 전달해 주면 담당 간호사가 영상통화를 연결해주던 상황이었다. 그나마도 아이가 화면 속 엄마를 보고 너무 울어 사진과 동영상을 부탁해야 할 뿐이었다.

A씨는 “수술 3일 차 정도 되던 날,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아이와 병동에 있을 때 유용하게 쓰던 베이비 캠 애플리케이션(앱) 알람이 왔다”며 “아이가 텔레파시를 보낸 건지, 평소라면 무심히 지나쳤을 알람을 홀린 듯 확인하며 앱을 켰는데 화면 속 아이가 보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게 무슨 상황인가 얼떨떨한 와중에 아이 모습을 간직하고 싶어 일단 화면 녹화를 했다”며 “분명히 베이비 캠 앱을 종료하고 전달했는데, 아마 휴대전화를 조작하던 중 실수로 앱이 켜져 카메라가 활성화된 것 같다”고 했다.

소아중환자실에 입원한 아이에게 간호사가 정성스러운 말과 손길로 보살피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14일 아이 엄마가 공개했다. 인스타그램 캡처

소아중환자실에 입원한 아이에게 간호사가 정성스러운 말과 손길로 보살피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14일 아이 엄마가 공개했다. 인스타그램 캡처

A씨의 휴대전화로 전송된 실시간 영상에는 간호사가 콧줄을 달고 있는 아이에게 다정하게 ‘사랑한다’ ‘예쁘다’고 말해주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간호사는 아이에게 가족의 사진을 보여준 듯 “아빠 알아?” “엄마 알아?”라며 “아빠랑 엄마가 빨리 나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대” “얼른 나아서 엄마 보러 가자”고 응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사랑스러운 듯 “왜 이렇게 예뻐” “아구 착해”라는 말을 반복했다. 다른 의료진도 “아까 테이핑 하는데 너무 힘들어했어”라며 “미안해” “사랑해”라고 말을 건넸다.

A씨는 “그날 밤, 몇 분짜리 녹화된 영상을 수도 없이 돌려보며 참 많이도 울었다”며 “솔직한 심정으로는 모른 척 틈틈이 뭐 하고 있나 소리라도 들어볼까 하는 욕심도 들었지만, 다음 날 아침이 되자마자 앱이 켜졌으니 종료해달라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의료진은 아이의 머리 모양을 매일 바꿔 묶어주고, 콧줄 고정 테이프를 하트 모양으로 잘라주는 등 아이에게 정성을 쏟아왔다고 한다. A씨는 “중환자실 의료진은 부모의 역할도 같이 수행한다고 했던 말씀이 무엇인지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 5월 스승의날에 ‘선생님 사랑해요’라는 문구를 붙이고 병동을 다시 찾은 아이. 사진 보호자 인스타그램

지난 5월 스승의날에 ‘선생님 사랑해요’라는 문구를 붙이고 병동을 다시 찾은 아이. 사진 보호자 인스타그램

A씨는 “존경스러운 의료진께, 고통받는 작은 생명들을 위해 굳건한 사명감으로 제 몸 갈아 넣어가며 일해주시는 아주 귀하고 훌륭한 분들께 감사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영상을 공유하기까지 참 고민이 많았다”며 “그럼에도 올리기로 결정한 건 선생님들께 소중한 자녀를 믿고 맡기셔도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라고 전했다.

영상 속 목소리의 주인공인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소아중환자실 소속 간호사는 “아이가 간 이식을 수술을 받고 잘 이겨내서 대견하고, 지금은 건강을 회복해 가족과 일상을 보내는 모습을 보니 너무 기쁘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상에는 제 목소리만 담겨있지만, 어린이병원 의료진 모두가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아이들을 위해 항상 애쓰고 있는 모든 의료진에게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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