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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간 갚는 주담대 등장…월상환 부담 줄지만, 총이자는 늘어

중앙일보

입력

최근 아파트 구입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윤기주(35) 씨는 주택담보대출 50년 만기 상품이 출시됐다는 소식에 고민이 더 늘었다. 50년 만기 대출을 받을 경우 당초 생각한 30년 만기 상품과 견줘 다달이 내는 원리금은 줄고, 대출 한도도 늘릴 수 있다. 하지만 만기가 너무 길다는 게 걸림돌이다. 윤씨는 “여러 장점이 있기는 한데, 여든 중반까지 빚을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막막하다”고 했다.

18일 오후 경기 수원시의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최근 50년 만기 담보 대출을 내놨다. 뉴스1

18일 오후 경기 수원시의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최근 50년 만기 담보 대출을 내놨다. 뉴스1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50년 만기의 주택담보대출을 도입하고 있다. 재테크를 다루는 인터넷 카페 등에서는 이 상품의 장단점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대출금 한도를 늘리면서 월 이자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주택 실수요자에게 50년 만기 상품은 합리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은행에 돈을 갚아야 하는 기간이 그만큼 늘어나는 데다, 은행에 내는 누적 이자 규모도 크다는 점은 소비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지난 5일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채움고정금리모기지론(혼합형)의 대출 한도를 50년으로 연장했다.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 중 처음이다. 하나은행도 지난 7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최장 기간을 기존 40년에서 50년으로 변경했다. KB국민은행 역시 지난 14일부터 KB주택담보대출 등의 만기를 최장 50년까지 늘렸다. 앞서 Sh수협은행, DGB대구은행도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놨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은 그간 정책 금융상품 위주로 공급됐다. 올해 1월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내놓은 특례보금자리론의 경우 만 34세 이하 또는 신혼가구는 50년 만기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그랬던 것이 최근 시중은행들도 속속 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도입 배경으로 은행들은 “대출 기간 확대를 통한 고객의 금융 부담 완화”를 공통적으로 꼽았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실제 만기가 긴 상품을 고르면 당장 월마다 갚아야 하는 원리금 규모는 줄어들게 든다. 4억원을 연 5.2% 금리로 빌린 후 거치 기간 없이 원리금 균등상환 한다고 가정해보자. 대출비교플랫폼 핀다가 제공하는 대출 이자 계산기에 따르면 30년 만기 시 월 원리금 상환액은 219만6444원이다. 50년 만기 상품을 고르면 월 상환액은 187만3250원으로 줄어든다.

만기를 연장하면 돈을 더 빌릴 수도 있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아서다. 현재 총대출액이 1억원을 넘으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은 연 소득의 40%를 넘을 수 없다. 만기가 늘어나면 DSR 계산 시 ‘분자’에 해당하는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줄어드는 만큼 DSR은 내려가고 대출 한도는 늘어난다.

당장 돈을 덜 갚고 더 빌릴 수 있지만, 전체적인 이자 부담은 커진다. 위에 언급한 조건으로 계산 시 대출자가 부담해야 할 총 이자액은 만기 30년의 경우 3억9071만9669원인데, 50년 만기 상품의 경우 7억2395만25원으로 불어난다.

은행들은 ’여유있는 상환 기간 제공’을 강조하지만 만기 50년이라는 기간은 소비자의 선택을 멈칫하게 할 수 있다.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중도 상환해 빚을 빨리 갚을 수도 있지만, 과거처럼 주택 가격이 오른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자칫 평생 빚에 묶일 수도 있어서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은 “만기 50년의 초장기 대출은 금융 소비자들이 은행에 평생 종속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 여러 경제 상황을 고려해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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