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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세, 2009년 이후 최저…취득세와 격차 16배 벌어졌다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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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안장원 기자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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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 부동산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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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 59㎡(이하 전용면적) 소형 아파트에 사는 A씨는 12일 카카오톡으로 이달 납부해야 할 재산세 안내를 받고 깜짝 놀랐다. 24만원이었다. 주택 재산세는 7월과 9월에 절반씩 두 차례 나눠 나오기 때문에 올해 전체로 치면 48만원이다.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 등을 낮추면서 이달 고지된 올해 주택 재산세(절반)가 대폭 줄어들었고 집값 대비 부담이 가벼워졌다. 사진은 서울 아파트 전경. [뉴시스]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 등을 낮추면서 이달 고지된 올해 주택 재산세(절반)가 대폭 줄어들었고 집값 대비 부담이 가벼워졌다. 사진은 서울 아파트 전경. [뉴시스]

A씨의 재산세는 지난해 62만원에서 20% 넘게 줄었다. 심지어 분양받아 2017년 초 입주한 이후 가장 적다. 그 사이 아파트값은 꽤 올랐다. 올해 공시가격(4억200만원)이 지난해보다 많이 내리긴 했어도 입주 후 가장 낮았던 2억7200만원에 비해서는 50%가량 상승한 가격이다. 그런데도 올해 재산세가 더 적다. A씨는 “집값이 지금보다 훨씬 저렴한데도 재산세를 65만원까지 낸 적이 있다”며 “그때는 집을 팔아야 하는 것 아닌지 고민할 정도로 세금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재산세 산정 변수 일제히 하향
집값 대비 세금 비중 크게 줄어
고가주택 종부세 부담도 완화
거래세와 불균형은 더 심해져

올해는 주택 소유자가 집을 가진 데 따른 세금 걱정에서 사실상 해방된 해로 볼 수 있다. 재산세가 크게 줄면서 집값 대비 부담이 아주 가벼워진 데다 앞으로 집값 급등에 따른 세금 '폭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전국 평균 재산세, 2009년 이후 최저

올해 재산세 산정에서 변수인 공시가격·공정시장가액비율·세율이 보기 드물게 일제히 하향 조정됐다. 지난해 집값 급락으로 시세가 떨어진 데다 정부가 시세의 공시가격 반영률(현실화율)을 낮추면서 재산세를 매기는 기준인 공시가격이 많이 내렸다. 정부는 공시가격 중 실제 세금 계산 대상 금액인 과세표준(과표)을 산출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인하했다. 세율은 앞서 2021년 낮췄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이러다 보니 올해 세금 부담이 정부가 말한 2020년 이전 수준보다 훨씬 더 많이 줄었다. 김종필 세무사에 따르면 서울 공동주택(아파트·다세대·연립주택) 평균 공시가격으로 재산세를 뽑아보면 올해 62만원(공시가격 4억9778만원)으로 2017년 59만원 이후 가장 적다. 전국 평균 공시가격에 해당하는 세금은 2008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23만원) 이후 최소인 24만원이다. 김 세무사는 “올해 공시가격 3억원 이하 재산세의 경우 공정시장가액비율(43%)과 세율(0.05~0.1%)이 워낙 낮아 공시가격이 2009년보다 높아도 세금은 더 적다”고 설명했다.

납세자 입장에선 집값이 많이 내려간 바람에 세금이 줄었다면 씁쓸할 텐데 그사이 집값은 뛰어 오히려 반가운 일이다. 집값 대비 세금 부담은 현행 재산세 과세 구조가 만들어진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국 공동주택 평균 공시가격에 평균 현실화율을 적용한 시세와 세금을 따져 본 결과, 올해 시세(3억5500만원) 대비 재산세(24만원) 비율이 0.068%다. 2020년까지 0.1%를 넘다가 2021년 이후 내려갔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가벼운 세금은 고가주택도 마찬가지다. 오는 12월 고지서를 받을 올해 종부세가 지난해보다 더욱 줄었다. 올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지난해와 같은 60%로 최종 결정됐지만 공제금액이 늘고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세율은 내렸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재건축 추진 아파트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 84㎡의 경우 올해 종부세가 92만원으로 2020년(278만원) 이후 3년 만에 다시 100만원 밑으로 내려갔다. 재산세를 합친 올해 총 보유세가 464만원으로 시세의 0.2% 정도다. 2021년 0.38%까지 올라갔었다. 그동안 세금 납부 능력인 소득 증가를 고려하면 세금 부담은 훨씬 더 적어지는 셈이다.

내년부터 재산세 과표 5% 상한제

집값이 다시 뛰면 세금 '폭탄'이 재연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보유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재산세가 올해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대못’이 박혔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재산세 과표상한제를 시행한다. 과표 상한선이 전년도의 105% 이하다. 상한선은 공시가격 변동률·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정부가 매년 정한다. 상한제에 따라 집값이 뛰거나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아무리 올리더라도 과표가 5%를 초과해 오를 수 없다. 과표에 세율을 적용한 게 세금이어서 세율이 변하지 않는 한 세금이 5% 넘게 늘어날 수 없다.

혹시 중·저가주택 세금은 늘어날 수 있다. 2021년 공시가격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세율을 0.05%포인트 깎은 특례세율 적용 시한이 올해까지다. 특례세율에 따른 세금 인하 효과가 17.6~50%였다. 특례세율이 없어지면 과표가 같더라도 세금이 그만큼 다시 늘게 된다. 하지만 세금이 전년도 대비 일정한 한도 이상으로 늘어나지 못하게 하는 세부담 상한(최대 30%) 때문에 많이 늘지 못한다. 특례세율 유지 여부가 하반기 쟁점이 될 전망이다.

취득세가 재산세 16년 치 맞먹어

보유세 부담이 줄면서 거래세인 취득세와 불균형이 심해졌다. 세금 무게 저울이 문 정부에서 보유세 쪽으로 기울었는데, 현 정부 들어 보유세가 가벼워지면서 취득세 쪽에 상대적으로 무게가 확 쏠렸다. 전국 공동주택 평균 공시가격 1주택을 기준으로 보면 문 정부에서 10배 이내였던 격차가 올해 16배까지 벌어졌다. 취득세가 재산세 16년 치라는 말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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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도 마찬가지다. 한 사람이 서울 강남 은마 84㎡와 서울 강북 84㎡를 같이 구입할 경우 보유세와 취득세 격차는 2021년 3배에서 올해 9배로 커졌다. 강북이 규제지역인 조정대상 지역으로 계속 남아있었다면 13배까지 벌어졌을 것이다. 김선주 경기대 교수는 “문 정부 때는 보유세가 주택 수요의 발목을 잡았다면 지금은 취득세 부담이 만만찮다”며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해서 매매시장 진입장벽을 낮춰 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완화를 발표했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국회에 발목 잡혀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한 1주택자 취득세 완화는 뒷전으로 밀려나 정부가 논의도 시작하지 못했다.

☞ 보유세 주요 키워드

◆공시가격=매년 1월 1일 기준으로 시세에 정부가 정한 현실화율(시세반영률)을 적용한 가격.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평균 현실화율이 69%다.

◆공정시장가액비율=공시가격을 과세표준에 반영하는 비율. 정부가 정한다. 올해 재산세 60%(1주택자 43~45%), 종부세 60%다.

◆과세표준(과표)= 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산출하는 기준 금액이다. 재산세 과표는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한 금액이고, 종부세의 경우 공시가격에서 공제금액(1주택자 12억원, 다주택자 9억원)을 뺀 금액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