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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최악 강의" vs "부정 방지"…교수-학생 '원격교육' 갈등 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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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강의를 듣는 학생. 본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뉴스1]

온라인 강의를 듣는 학생. 본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뉴스1]

군산대 교수 사이버 강의 '부실' 논란 

타 대학 사이버 강의를 듣고 학점을 인정받는 ‘원격 교육’을 둘러싸고 일부 학생과 교수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양측은 서로 “최악 강의” “공정하다”고 맞서면서 진실 공방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15일 전북대·군산대 등에 따르면 군산대 A교수가 올해 1학기 개설한 사이버 강의가 부실 논란에 휩싸였다. 교육부가 코로나19 시대 온라인·비대면 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2020년부터 전국을 10개 권역으로 나눠 추진해온 ‘대학원격교육지원센터’ 사업에 포함된 강의다. 비대면 수업에 절대 평가로 진행돼 대학생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한다. A교수 강의엔 전북대에서만 56개 학과 96명이 신청했다.

논란이 불거진 건 전북대 재학생 B씨가 지난달 30일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하면서다. B씨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A교수는 이미 (과거에) 찍었던 K-MOOC 무료 강의 영상을 그대로 올리고, 어떠한 수업 자료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K-MOOC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2015년부터 운영해온 한국형 온라인 무료 공개강좌를 말한다.

그러면서 B씨는 “중간고사 시작될 때까지 시험 방식에 대한 언급이 하나도 없다가 (4월 27일 오후 9시) 중간고사 시작 15분 전에야 갑작스럽게 공지를 올렸다”며 “중간고사 내용도 10문제가 중복 출제되고 일부 부호·글자가 깨지는 등 엉망이었다. (심지어) 배운 내용에서도 출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재시험은 없었다고 한다.

온라인 강의 이미지. [픽사베이]

온라인 강의 이미지. [픽사베이]

전북대만 96명 수강…"시간·등록금 날려"

기말고사에서도 문제가 터졌다. B씨는 “기말고사 일도 애초 수강생 다수가 고른 날짜와 시간을 두 차례 수정하더니 기말고사 하루 전날에야 지난달 15일 오후 9시30분으로 확정·공지했다”며 “A교수가 ‘본인 인증을 위해 신분증을 준비하고 Webex(온라인 화상 회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라’고 신신당부했지만, 정작 기말고사 당일 ‘기말고사는 2번 실시하겠다’고 공지한 다음 1차 기말고사 땐 본인이 깜빡 잠들어 Webex가 열리지 않아 수강생 일부가 문제를 늦게 푸는 등 혼란을 겪었다”고 했다.

이후 A교수는 수강생 답안 전체를 개인 정보만 가린 채 LMS(온라인 학습관리시스템)에 올린 뒤 “챗GPT(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 등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으니 부정행위로 보이는 답안이 있으면 말하라”는 공지를 띄웠다. 이에 수강생 사이에선 “아무나 지목해 ‘부정행위를 한 것 같다’고 하면 부정행위로 처리되는 거냐”며 “교수가 학생끼리 범인을 찾는 ‘마피아 게임’을 붙여놨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고 B씨는 전했다.

대학교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게시판엔 A교수 강의에 대해 “시험 공부한 여러분만 호구” “싸강(사이버 강의) 중 최악” 등 악평이 쏟아졌다고 한다. 강의 평가는 5점 만점 중 가장 낮은 1점이었다. B씨는 “교수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원격 수업은 없애야 한다”며 “수업을 끝까지 들었던 수강생은 시간과 등록금만 날렸다”고 했다.

교육부 세종청사 전경. [연합뉴스]

교육부 세종청사 전경. [연합뉴스]

교수 "강의 충실…채점 공정" 조목조목 반박 

이에 대해 A교수는 “수강생 의견을 두루 수렴해 충실하게 강의했고, 점수도 공정하게 줬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A교수는 “K-MOOC 영상은 4000만원을 들여 제작한 강의 콘텐트”라며 “원격 교육을 관리하는 전북권역 센터 심사를 거쳐 올렸기에 절차 위반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험 때) 본인 인증을 위해 사진까지 찍게 하니 불편했겠지만 부정행위를 막기 위한 조처였다”며 “수업 자료는 동영상에 나오고 필요한 교재도 소개했다. 시험 문제는 강의만 잘 들으면 풀 수 있게 냈다”고 했다. 중간고사 오류에 대해선 “내가 입력한 화면엔 문제가 정확히 나왔지만, 학생들이 보는 화면에선 10문제가 중복되고 일부 그래프와 특수 문자 등이 깨진 것으로 안다”며 “어차피 중복된 문제는 점수를 매기지 않아 재시험을 볼 필요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A교수는 ‘기말고사 때 잠 들었’단 주장에 대해선 “1차 기말고사 당일 출장을 다녀온 뒤 오후 8시30분부터 기다리다가 나도 모르게 잠들었다”며 “그러나 시스템은 예약한 오후 9시25분에 자동으로 작동됐고, 실제 96명 중 83명이 무사히 시험을 치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후 누구나 2차 기말고사를 볼 수 있게 했고, 6월 18일 2차 때 13명이 봤다. 점수는 1·2차 평균으로 줬다”고 했다.

온라인 수업을 위한 동영상 강의가 녹화되고 있다. 본 기사와는 직접적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온라인 수업을 위한 동영상 강의가 녹화되고 있다. 본 기사와는 직접적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부정행위 방지 장치 필요" 지적도

그는 또 ‘마피아 게임’ 관련해선 “전북권역 시스템엔 아직 부정행위 방지 메커니즘이 없다”며 “제보를 많이 받았고, 실제 채점 과정에서 세상에 없는 단어가 보이는 등 챗GPT를 쓴 흔적이 역력한 게 있었다. 이런 답안은 모두 0점 처리했다”고 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갈수록 원격 교육을 확대하는 가운데 커닝, 대리 시험, 인공지능(AI) 활용 등 부정행위를 걸러내는 장치가 없는 한 교수-학생, 학생-학생 간 갈등이 끊이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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