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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담 센 사람들 어디 갔나요…방송 與패널 유독 모자란 사연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15일 KBS2 시사 프로그램 ‘더라이브’에 출연한 이준석(왼쪽) 전 국민의힘 대표와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방송화면 캡처

지난달 15일 KBS2 시사 프로그램 ‘더라이브’에 출연한 이준석(왼쪽) 전 국민의힘 대표와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방송화면 캡처

내년 4·10 총선이 9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민의힘이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TV·라디오 방송에 나가 여권 시각의 주장을 펼 출연자 찾기가 어려워서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14일 “당의 정책과 정부 기조를 잘 설명하고, 야당 공세에 맞설 수 있는 스피커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며 “청년 스피커를 찾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국 단위 대규모 선거에서 대중매체를 통한 ‘공중전’은 결코 내줄 수 없는 전장이다. 후보 개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민심의 ‘바람’이 불면 백약이 무효인 까닭이다. 2012년 종합편성채널이 출범하며 시사 프로그램과 정치 뉴스의 양적 확대가 이뤄지면서 패널 수요도 동시에 늘어난 상황이다. 현역 정치인뿐 아니라 정치 지망생이 직접 출연해 얼굴을 알리는 창구로도 인기가 높아지며 출연 희망자도 상당하다. 실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12~2022년 지상파와 종편 및 보도전문채널에 출연한 전문가 패널의 직업을 분석한 결과 국회의원이 가장 많았다.

그러나 현재 여당 상황은 녹록지 않다. 뛰어난 입담을 발판으로 종편 채널의 인기 프로그램에서 4년간 고정 출연을 하던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최근 방송에서 하차했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갈등 상황에서 원내 협상을 이어가야 하는 원내수석인 만큼 방송 출연을 병행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원내수석이 떠난 이후 현재 마땅한 고정 패널 없이 국민의힘 의원들이 돌아가며 단발성 출연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권 입장을 안정적으로 대변할 패널의 전투력이 떨어질수밖에 없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위 ‘방송을 할 줄 아는’ 일부 의원들의 ‘겹치기 출연’이 잦아지고 있다. 장동혁·전주혜 원내대변인이 대표적이다. 당 관계자는 “장 의원과 전 의원은 이미 대변인으로서 많은 방송에 출연 중인데, 새벽 라디오까지 출연 요청이 쇄도하면서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젊은 현역 의원이 많은 더불어민주당과 달리 금배지를 달고 있는 청년 의원이 적어 여야 균형을 맞추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현역 의원은 아니지만 지도부에 포함된 김병민 최고위원과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이 방송에 자주 출연하고 있다.

대통령실과 정부를 자유롭게 비판하는 야당과 달리 여당 소속 의원들은 방송에 출연하더라도 운신의 폭이 좁은 현실적 한계도 있다. 절제된 발언 수위를 유지하면서 정부 입장을 옹호해야 할 때도 자주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대변인실 관계자는 “시청자들은 사이다 발언을 원하지만 여당 입장에선 정부를 상대로 사이다 발언을 쉽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준석 전 대표나 유승민 전 의원 등 비윤계 인사가 사이다 발언을 하고 있지만 국민의힘 내부와 여권 핵심 지지층에선 “이준석계와 유승민 전 의원은 사실상 야당 입장을 대변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국민의힘 출연자를 섭외해야 하는 방송국 입장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야당은 방송에 나오겠다는 사람이 많아 ‘구직난’을 겪는 반면 여당은 ‘구인난’을 겪어 섭외에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한 라디오 프로그램 관계자는 “주제가 정해지면 야당 인사는 빨리 섭외가 되는 편인데 여당은 시간이 좀 걸린다”며 “기계적 형평성을 위해 비슷한 조건의 인사를 섭외하는 것도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송국 관계자는 “여당 의원들은 방송에 나오라고 해도 구도 자체를 불리하게 보고 안 나오려는 경우가 많다”며 “그렇게 되면 결국 여당 입장을 대변할 기회는 점점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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